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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찾아서… (3) 밀양 내이동 양지 염소 전문식당

  • 기사입력 : 2015-03-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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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소고기는 보양식으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대표적 식품이다. 굳이 본초강목, 동의보감 등 한방서의 구문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버릴 것 없는 염소의 효능은 상식으로 통할 만큼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염소는 찬바람 날 때부터 먹는다’, ‘찬바람이 불면 맛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피로와 추위, 냉증에 좋은 온양성 식품이다. 지방함량이 쇠고기 절반 정도이고, 근육섬유가 연해서 소화 흡수가 빠른 장점도 있다. 거기다 필수아미노산, 불포화지방산, 토코페롤, 칼슘, 철분의 함량이 높고, 간에는 시력 감퇴에 좋다는 비타민A도 많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허약해진 기를 보충해야 하는 임산부와 노인, 성장기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위장병, 골다공증, 빈혈, 야맹증 환자 등 남녀노소에게 두루두루 좋은 팔방미인격 식재료인 셈이다.

    보양식의 대표주자인 ‘염소’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밀양 표충사 주변의 맛집들. 산채비빔밥에 막걸리, 파전이 제격일 듯한 그곳에서 염소 전문 식당들을 발견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재약산, 표충사, 얼음골 등 초자연적인 신비로움을 간직한 그곳에서 시작한 손맛으로 밀양시내 한가운데 염소전문점으로 유명세를 타는 집이 있다.

    2일과 7일 날짜 끝을 맞춰 5일장이 서는 내이동 장터에 자리 잡고 있는 ‘양지 염소 전문식당’. 장날이면 어김없이 장꾼들로 북적대는 영락없는 장터국밥집이다. 묵직한 가격대의 염소전문점이라기엔 어울리지 않는 서민형 식당의 외형이 식객들을 편하게 맞이하는 곳이다.



    “장날에는 국밥집, 평일에는 기사식당이 됩니다. 그만큼 주인장의 염소국밥 마는 솜씨가 일품이란 얘기죠.”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한 끼를 해치우는데 이만한 데가 없어요.”

    여기저기서 숟가락질에 바쁜 손님들이 취재진을 향해 던지는 말에서 식당의 평소 분위기가 짐작된다.

    표충사 아래서 염소전문집을 운영하다 시내로 진출했다는 이순희(51)씨가 양지 식당의 대표이다. 염소탕, 불고기, 전골, 육회, 수육 등 모든 메뉴를 직접 다 만든다. 경북 청도산 흑염소, 그중에서도 암놈만을 고집해 재료로 쓴다. 고기 각을 뜨는 일부터 삶거나 굽는 일까지 몽땅 다 챙긴다는 말에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염소고기의 단점이 특유의 누린내거든요. 조리법이나 보관법, 숙성법에 따라 냄새가 더하고 덜하고 차이가 납니다. 성격 때문인지 주방을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를 못해요. 석쇠로 불고기 굽는 것까지 직접 합니다. 숯불 피우는 정도는 맡길 수 있는데.”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주방을 십수 년 넘게 직접 챙긴다는 이 대표가 빙그레 웃음으로 말끝을 얼버무린다. 성격 탓으로 돌린 이 대표의 속사정은 메뉴마다 다 있어 보인다. 불고기의 경우만 봐도 석쇠로 굽는 감이 사람마다 좀 다르더란다. 타지 않게, 불향을 살리면서 굽는 게 생각은 빤한데 뜻대로 잘 안된다고 한다. 약한 불에 너무 오래 굽다 보면 고기 식감이 퍽퍽해지고, 쫄깃하고 부드럽게 굽기 위해 센불에 재빨리 구워내려고 하다 보면 태우게 된다. 석쇠를 들고 높낮이를 조절하면서 적당히 굽기도 쉽지 않고, 냄새를 잡으면서 숯불향을 살짝 입히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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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소불고기

    까다로운 주인장의 손맛이 밴 양지식당의 염소불고기는 3만원이면 300g 한 접시를 맛볼 수 있다. 보통 4만원대를 넘어가는 다른 전문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숙성 4~5일을 거친 양념 구이로 숯불에 완전히 구워져 나오는데, 숯불향과 어우러진 달큰한 맛이 일품이다. 양념 비법은 철따라 다른 과일즙을 사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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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소전골

    환자식으로 인기가 높다는 전골은 24시간 이상 우려낸 염소뼈 곰 국물에 고기와 부추, 버섯 등 채소와 함께 매콤한 양념과 들깨가루로 맛을 낸다. 국물과 건더기 모두 영양가가 높아 염소 한 마리를 통째로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곰 국물 특유의 냄새가 살짝 나지만 인근 밀양병원 입원환자들의 단골 보양식이 된 지 오래라고 한다. 4만5000원짜리 중간 사이즈면 4명 정도가 배불리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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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소수육

    이 집의 수육도 영양 만점에 부드러운 식감으로 인기를 끄는 메뉴 중의 하나다. 삶는 과정에서 누린내를 잡기 어려워 웬만한 전문점 아니면 구경하기 어려운 것이 염소수육이다. 양지식당에서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갖은 한약재를 넣어 삶는다. 미리 삶아 놓으면 식감이 퍽퍽해지고 무미(無味)해지므로 수육을 맛보려면 적어도 1시간 전에는 예약해야 한단다. 간, 양, 등 부속물과 함께 푸짐하게 차려져 나오는 수육은 고추냉이 소스에 미나리 숙회와 함께 찍어 먹거나 유장에 찍어 먹으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곰탕·염소탕

    국물과 함께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이 집만의 비장의 메뉴로 곰탕과 육개장 스타일의 염소탕이 있다. 둘 다 한 그릇에 8000원이면 뚝딱이다. 양지식당이 기사식당 버금갈 정도로 기사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 8000원짜리 탕 때문이라고 한다. 장날 장꾼들에게도 인기 메뉴이다. 염소고기를 숭덩숭덩 썰어 담은 뽀얀 곰탕은 뼛국물이라 염소 특유의 냄새가 날 수밖에 없지만, 영양가를 따지며 든든한 한 끼를 원하는 중장년 남자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염소탕 뚝배기는 뼛국물의 냄새가 부담스러운 여자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 부추, 숙주나물, 무 등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 벌겋게 김이 오르는 염소탕은 쇠고기 대신 염소고기로 끓인 고깃국이라고 보면 되겠다. 단지 미리 한 솥 끓여둘 수 있는 쇠고기나 돼지국밥과는 좀 다르다. 주문 받는 즉시 바로 끓여낸다. 지방질이 적은 염소고기의 특성상 미리 끓여두면 맛이 없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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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소육회

    염소가 여성에게 좋다는 것은 알지만, 육류를 싫어하거나 염소의 누린내가 거북한 여성들은 염소육회에 도전해볼 만하다. 싱싱한 재료로만 만들 수 있어 못 팔 때도 있다는 염소육회는 거뭇거뭇한 염소전문 식탁에 반전을 가져오는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식욕을 자극하는 붉은 빛깔도 그렇지만, 고기 먹는다는 느낌 없이 새콤달콤하게 입에서 살살 녹는다. 힘줄 없는 등심 부분만 육회로 쓰는데, 시원한 배채와 함께 버무려져 상 위에 오른다.



    음식 소개 끝에 이 대표가 염소 암수를 가려 식재료로 쓰는 이유를 알게 됐다. “수놈보다 거세 수놈이, 거세 수놈보다는 암놈이 비쌉니다. 암놈은 고기량이 적은데다 수놈에 비해 냄새가 적습니다. 색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암컷의 색깔은 쇠고기처럼 선명한 붉은색이 나거든요. 육회와 탕 때문에 비싸도 암놈만을 식재료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가끔 착오로 수놈 고기가 들어올 때가 있단다. 하지만 고기를 다듬으며 준비과정을 거치는 동안 냄새 때문에 대번에 알 수 있다는 이 대표의 말이다. 이제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구별할 정도는 됐다고 염소요리 전문가다운 자부심을 내비쳤다.

    낙지젓갈, 달래초무침, 도라지나물, 겨울초겉절이, 톳나물 등 맛깔나게 밥상을 채운 밑반찬도 어느 것 하나 무성의한 것이 없어 보인다. 40대 이상 베테랑 주부 손님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이 밑반찬들 때문이라는 이 대표의 우스갯소리도 헛말은 아닌 것 같다. 글·사진〓황숙경 기자 hsk8808@knnews.co.kr

    ▲양지염소전문식당(대표 이순희)= 밀양시 북성로 1길 15-19 ☏ 353-2180, 010-3813-2696



    ▲주변관광지

    △영남루= 밀양시 중앙로 324. 우리나라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목조 건축물의 걸작. 진주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루로 일컫는다. 밀양강에 비친 영남루의 야경은 밀양 제1 비경으로 꼽힌다.

    △표충사= 밀양시 단장면 표충로 1338. 임진왜란때 승병을 일으켜 큰 공을 세운 서산, 사명, 기허 3대 선사를 모신 사찰. 재약산의 사계에 따라 수시로 변화는 주위 풍광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얼음골=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185-1. 천황산 북쪽 중턱 해발 600m지점 1만㎡쯤 되는 돌밭으로 삼복(三伏) 한더위에 얼음이 얼고, 반대로 가을철에 접어들면서부터 얼음이 녹기 시작하여 겨울철에는 바위틈에서 얼음 대신 더운 김이 올라오는 이상기온 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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