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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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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다- 김명신(시인)

  • 기사입력 : 2015-03-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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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을 당하게 되면 그 사람은 숨을 쉬는 생생한 인간에서 사물로 변형되어 버린다. 즉, 인간을 하나의 개인으로서, 인류로서 구별케 해줄 수 있는 바가 잔인하게 파괴되어 버린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중에서



    지난달 버스 기사가 승객을 태운 채, 진로를 방해하던 자동차 운전자와 말씨름을 격하게 하면서, 승객의 만류에도 차 밖으로 나가 싸우더니 자동차 운전자가 차로 올라와 한바탕 말씨름을 했다. 이 일은 길을 잘못 든 자동차 운전자가 손 한 번 들어주면 될 일이었다고 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일상에서 자주 겪을 수 있는 일반적 폭력이다. 모두가 날이 서있다는 것이고, 누구나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벌이는 상처주기 내지는 보복 행위다. 본질에서 벗어난 참을 수 없는 어떤 다른 것이 문제에 개입된 형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되었을 때는 ‘트라우마’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요즘 내게도 발생했다. 5일 하겠다던 리모델링 공사가 한 달이 넘어 시쳇말로 죽을 맛이다. 집을 내놓아야 하는데, 의뢰인으로서 공사비의 사분의 삼을 주고서 이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 현실 같지 않다. 결국 심신의 고통을 호소하며 한의원까지 다녀왔다.

    다가올 4월. 그야말로 통곡의 나날일지도 모르겠다. 벌써 이미지화됐고 나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어서, 감각할 수 없어서 더 먼 비현실 같은 현실을 우린 어떻게 직시할 것인가. 하루의 단식으로 잠시나마 타인의 고통을 사유하는 시간이 있었던 것처럼, 지극히 사적인 고통은 지극한 공적인 고통의 부분이며 전체다.

    고통을 진지하게 사유하고, 본래 가졌던 감각을 회복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폭력도 고통을 수반하고 쉽게 전이되고 빠르게 성장하며 무겁고 축축하고 딱딱하다.

    김명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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