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이견 있습니다- 김용대(부국장대우 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5-03-31 07:00:00
  •   
  • 메인이미지

    내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내 자신의 생각을 갖고 세상을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아니다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릴 적 형제가 많았던 우리 집은 형님 누나들의 생각이 내 생각이었다. 막내인 나는 형님 누나들의 생각대로 행동하면 별 탈이 없었지만 달리 행동하면 큰 낭패를 보곤 했다.

    학교를 다닐 때도 크게 다를 바 없었고 확실하게 생각 없이 산 건 군대다. 조교나 교관의 말에 누구 하나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었고, 간혹 4차원이 머뭇거리거나 아니오 하면 그날은 괴롭다.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침묵하곤 했다.

    이견. 남과 다른 생각.

    살면서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다른 생각이나 다른 행동을 하면 눈총을 받는다. 생각이 작으면 눈총에서 그치지만 생각이 많이 다르면 (모난 돌이)정을 맞거나 온 우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취급을 받는다. 때로는 왕따를 당하고 급기야 조직에서 외톨이가 된다. 때로 자신만의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득을 위한 다른 생각조차 따돌림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역사는 다른 생각을 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졌음에도 이견은 존중받지 못한다. 만인으로 구성되는 사회는 만 가지 생각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도 한 가지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좋지 못한 오랜 관행이 아닐까 싶다.

    모든 생각이 하나로 통일되던, 그래서 민주주의가 암울하던 시대에도 시국사건과 관련해 소수의견을 낸 양심적인 판사들이 있었고, 젊은 대학생들은 이 사회에 양심이 있고, 그래서 희망이 있다고 말하곤 했다. 이견 자체만으로 사회에 불빛이 된다.

    최근 학교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경남도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한 것이 또한 이견이다. 무상급식을 두고 어떤 이는 확대돼야 할 보편적 복지라 하고 어떤 이는 무분별한 복지라고 하지만, 이에 대한 이견이고 당연히 존중해야 할 사안이다. 어쩌면 봇물 터진 것처럼 확대되는 복지에 대한 거대 담론을 이제 국민적 여론으로 수렴해 좋은 정책적 대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왜 같은 나라에서 세금을 같이 내고도 경남의 아이들만 연간 100만원의 급식비를 내야 하느냐고 따지는 것 또한 존중해야 한다.

    또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에 대해 김해시의회가 심사 보류한 것 또한 눈여겨볼 이견이다. 하동 쌍계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은 것 또한 고작 밥값 때문에 아이들 학교를 보내지 않는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귀 기울여 봐야 한다. 이제는 급식비 납부 거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에게서 크게 이견의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경남도의회에서 ‘경남도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반대 7명 기권 4명으로 11명이 이견을 행동으로 보였다.

    이제 이견과 갈등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이견이나 갈등 없는 사회를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특한 목적을 위해 이견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좋지 않다. 좋은 사회는 이견과 갈등을 좋은 사회, 좋은 조직을 만드는 계기로 삼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이견과 갈등을 해소하는 리더십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견과 갈등을 조장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실로 나쁘다.

    김용대 부국장대우 문화체육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