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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여보게 속물! 배부른 돼지로 허덕이다 죽을텐가?- 최환호(경남대 초빙교수·경남장애인전환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15-03-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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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제프 딕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시대의 역설’이라는 칼럼이 떴다. 그중 일부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낮아졌다. (중략) 공기정화기가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됐고, 원자는 쪼갤 수 있어도 편견은 부수지 못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 건너 이웃을 만나기는 힘들어졌다.”

    대저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는 보지도 않고 짖는 개처럼 속된 인간들 때문이다(왕부. ‘잠부론’)”하여 미국의 인터넷 과학뉴스 전문 사이트, 라이브 사이언스는 인간의 가장 파괴적인 행동 10가지(뒷담화하기, 도박, 거짓말, 폭력성, 도둑질, 속임수, 중독성 습관, 괴롭힘, 성형수술, 문신 스트레스)를 선정했을 정도다.

    서울과기대 백욱인 교수는 21세기 무한경쟁에 돌입한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두 키워드로 ‘속물성’과 ‘잉여문화’를 들었다. 그의 속물에 대한 명쾌한 설명. “체제 내에 포섭돼 축적하고 소비하는 주체. 재산과 지위의 축적에 일생을 바친다. 정작 자기 주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없다. 위선자와 졸부 중에 많았으나 이젠 인구의 다수를 차지한다.”

    정말 속물사회인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연구해온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에서 2005년부터 8년간 전문가 38명을 동원하여 한국인 정체성을 추적 분석한 결과, ‘끼리끼리’ 관계주의, ‘빨리빨리’ 현세주의, ‘다다익선’ 배상주의가 판친다는 거다. ‘한평생 친한 사람들끼리 떵떵거리며 원 없이 살아보자’는 게다.

    속물의 압권-의원나리 등장이요! ‘김영란 법’의 부정청탁규정 적용대상에 예외조항을 슬쩍 끼워 넣어 자신들은 쏙 빠져나가는, 그 신출귀몰의 재주 앞에 국민은 그저 황공무지 을(乙)로 꿇을 수밖에. 선진국일수록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 공직자로 선출 또는 지명된 자, 공무 수행 민간인까지 법 적용 대상을 삼거늘. 그뿐이랴. 공직·국세 비리를 추상같이 감시하고 단속해야 할 감사원·국세청 간부들조차 피감기관의 성접대를 즐기다 적발됐다. 지난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가 보여준 사상 최악의 불법·탈법선거, 4대강·자원외교 비리, 방산·원전 부패, 세월호 참사를 부른 해운 부정, 그리고 안전불감증으로 국민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총체적 행정 비리까지…. 오호통재라!

    500여 년 전 위대한 작가,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외침. ‘삶을 지배하는 건 질서보다는 혼돈, 정의보다는 불의, 기쁨보다는 슬픔’이라고 설파했다. 더구나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이 한 나라의 빈곤과 발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군나르 뮈르달. ‘아시아의 드라마’)”라고 역설했기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며 미래학자인 영국의 데니스 가보르는 성숙사회(The Mature Society)를 정의하길, “높은 수준의 물질문명과 공존하면서도 정신적 풍요와 생활의 질적 향상을 최우선시 하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사회”라고 했다. 이 개념에 비추어보면 한국사회는 명백히 속물사회다. ‘세상이 온통 흐린 데 대해 나 또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음(擧世開坼 吾亦不免)’을 통감하는 성숙인은 과연 살아있는가?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으나, 화목한 가족우애는 살 수 없고, 돈으로 권력은 살 수 있어도 참 삶을 살 수 없듯이 죽을 때까지 정신적 성장을 멈춘 족속, 속물 아니던가?

    결정적으로 속물 눈에는 행복이 안 보인다는 거다. 눈앞의 이익과 권력의 백태가 낀 눈에 행복이 보일 리 만무하기에. 삶을 유기한 죄, 타인 가슴에 못 박은 대죄로 인한 통한의 눈물을 쏟을 때, 그 순간 정화된 영혼의 눈으로 보이는 게 행복인즉. 행복학의 결론이 그렇다. 절대로 탐욕과 자만, 독선은 행복과 공존할 수 없음이다. 여보게 속물! 배부른 돼지로 허덕이다 죽을 텐가?

    최환호 (경남대 초빙교수·경남장애인전환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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