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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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경남의 소리 찾아 나선 서정매씨

한(韓) 음(音) 한(恨) 음(音) 찾아내고 이어가는 지역 소리 지킴이
밀양아리랑보존회 연구분과위원장
방학 때마다 밀양 곳곳 누비며 밀양아리랑 포함해 지역민요 100여곡 채집

  • 기사입력 : 2015-04-0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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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매씨가 밀양 영남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역의 소리를 전승·발전시키기 위해 전통 악기를 배우고 소리를 채록해 가사집을 내고, 마흔 살이 넘어 박사 학위를 딴 지역소리 지킴이 서정매(41·밀양시 삼문동)씨.

    서씨가 경상도 지역의 민속, 민요, 아리랑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는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학부 전공은 작곡이었다. 대학 3학년 때 장구를 배우고 싶어 선생님을 찾던 중 대구에서 ‘교사들의 국악모임’을 만나게 됐다.

    동호회처럼 운영되던 곳이었는데 장구 선생님은 장구, 북, 징, 꽹과리뿐 아니라 대금과 단소까지 가르치던 분이었다. 서씨의 열정을 알아본 선생님은 대뜸 “학생이니 돈도 없을 텐데 한 과목 회비만 내고 악기를 맘껏 배우라”고 했다. 그게 인연이 돼 서양 작곡을 전공하던 서씨는 장구채를 들고 다니며 단소와 대금, 장구, 가야금까지 배우게 됐다.

    “서양음악만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게 됐어요. 학부 졸업연주에서는 서양악기와 국악기를 접목시킨 사물놀이 곡을 작곡해 발표했어요. 당시에는 퓨전음악이 일반화되지 않은 때라 파격적이었습니다.”

    서씨는 내친김에 대학원을 국악과로 진학했다. 석사 논문 주제는 서씨가 살고 있는 밀양 지역의 민요였다. 사라져가는 민요를 누군가 정리해야 된다고 말한 향토사학자 고(故) 임인수 선생님의 말씀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민요 채집을 하면서 다양한 밀양아리랑을 채집했다. 또 밀양아리랑의 연구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면서 밀양아리랑의 전승과 보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민요와 뗄 수 없는 민속놀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상여소리, 당산제, 지신밟기, 백중놀이, 감내게줄당기기, 농악, 오광대, 범패와 굿에 이르기까지 민속놀이에는 그 지역만의 민요가 들어가기 때문에 함께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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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매씨가 발간에 참여한 증편 한국구비문학대계 함양편.

    서씨는 2009~2011년 3년에 걸쳐 ‘한국구비문학대계’ 민요·설화 조사 제3팀장을 맡아 함양, 남해, 부산 등을 방문해 지역의 민요와 설화를 조사했다. 이 조사 내용은 2014년 ‘증편 한국구비문학대계 경상남도 함양편’으로 총 3권이 출판됐다. 올해와 내년에는 남해·부산지역의 조사 내용을 출간할 계획이다.

    서씨는 음악 이론뿐 아니라 다양한 동·서양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재원이다. 피아노에서부터 클래식기타와 포크기타, 플루트, 오카리나 등 서양 악기부터 가야금, 거문고, 해금, 단소, 장구 등 국악기까지 다룰 수 있는 동·서양 악기가 수두룩하다.

    이론과 실기를 겸한 서씨가 경남지역의 국문학자와 민속학자들이 채록한 민요를 악보로 옮기는 일을 맡게 되면서 경상도 지역 민요의 음악적 흐름과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일이 곧 공부가 됐어요. 이 일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하게 될 숙제입니다.”

    서씨는 대학원 진학 후 방학 때마다 밀양 곳곳을 다니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 민요를 채집했다. 당시 채집한 민요는 100곡이 넘는데, 이를 정리하고 분류해 음악적으로 분석한 것이 서씨의 석사 논문이다. 밀양아리랑도 그중 하나다. 이후 밀양지역 ‘미리벌신문’에 ‘밀양의 민요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20회 이상 연재했다.

    토속인이 부르는 밀양아리랑 중 가장 빼어난 녹음본으로, 2010년 발매된 밀양아리랑의 단독 첫 음반인 ‘영남명물 밀양아리랑’을 제작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 음반의 1번 수록 노래는 서씨가 채집해 뒀던 밀양의 민요가 그대로 들어갔다.

    특히 이 음반의 창자(唱者)를 밀양에 거주하는 현지인 김경호, 신인자씨로 바꾸는 데 서씨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신나라레코드에서는 밀양아리랑 단독 첫 음반의 창자를 경기민요 소리꾼으로 해서 녹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씨는 밀양아리랑인데 밀양사람이 부르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토속인의 소리야말로 진정한 밀양아리랑이라고 음반사를 설득했다. 결국 서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녹음 2주 전에 창자는 전문 소리꾼에서 밀양 현지인으로 바꿔 음반을 낼 수 있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밀양 할머니의 소리를 생생하게 남겨 뜻깊었고, 또 전문 소리꾼이 아닌 토속인의 소리가 들어간 것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씨는 당시 ‘선율과 음정으로 살펴본 밀양아리랑(2007년)’ ‘밀양아리랑의 변용과 전승에 관한 연구(2012년)’ 등의 논문을 등재학술지인 한국민요학에 게재하는 등 활발하게 연구했다.

    2012년 12월에는 한국의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지역에서도 밀양아리랑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밀양시 주최로는 처음으로 밀양아리랑 학술강연회가 개최됐고, 서씨는 밀양아리랑 강연을 맡았다.

    또 교육청이 주관한 밀양 관내 음악교사들을 위한 밀양아리랑 특강, 외부지역 밀양아리랑 특강 등을 하면서 밀양아리랑의 전승과 보존을 위한 연구가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밀양아리랑보존회가 재발족될 때 밀양아리랑 연구분과위원장을 맡아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밀양아리랑 콘텐츠사업 추진위원회와 밀양아리랑보존회에서 책을 만드는 일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동안 숙원 사업이던 핸드북 ‘밀양아리랑 200선’과 ‘밀양아리랑 가사집’ 두 권이 서씨와 밀양아리랑보존회 박희학 회장 등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협력으로 편찬됐다. ‘밀양아리랑 가사집’은 총 1000수가 넘는 밀양아리랑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흩어져 있던 밀양아리랑 가사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최근 범패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의 불교의식 음악인 범패는 지역별로 전승되고 있는데, 경상도 지역에서는 부산과 경남이 영남범패를 대표하고 있지만 연구가 미흡한 상황이다. 그는 영남지역 범패 연구(논문 제목은 ‘영제범패 영산작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논문에서 부산지역 대표 범패승인 용운 스님과 마산지역 대표 범패승인 석봉 스님의 음원을 각각 악보화해 선율을 분석했다. 이 논문은 곧 민속원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할 예정이며, 경상도 지역 범패의 참고서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서씨는 밝혔다.

    “민요를 채집하는 일은 단순히 노래만 모으는 일이 아니라 고향 어르신들의 삶을 보고 배우고 느끼는 시간입니다. 지역의 소리를 찾고 보전하고 이어가고, 연구하는 일은 누군가 해야 할 일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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