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작가칼럼] ‘강아지똥’에서 배운 동화구연- 이창규(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5-04-03 07:00:00
  •   
  • 메인이미지

    ‘강아지똥’은 권정생 선생이 지은 창작동화다. 동화 구연으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다. 예쁘게 피어난 민들레 꽃송이에서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어려 있는 이 이야기는 다음날에 또 들려주어도 아이들은 싫증 내지 않고 들어줬다. 귀여운 흰둥이 주인공인 강아지의 똥은 민들레 싹을 껴안고 거름이 되어 몸속으로 들어가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꽃으로 피워낸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다. 특히 참새, 병아리들이 모두들 더럽다고만 생각하는 똥을 소재로 한 것이라 유아들은 호기심을 갖고 귀담아들어 줬다.

    동화구연이란 입으로 연기하듯이 감동있게 전달해 유아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키워 창의성을 길러 주는 것이다. 2009년 9월부터 교육부에서 유아들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교사 자격 이상을 가진 사람에게 ‘세대 간 지혜 나눔 전문인’을 양성해 동화 구연 전문인으로 활동하게 했다. 여기 참여해 지난해까지 다른 전문인들과 함께 경상남도 곳곳에 있는 유치원을 찾아다니면서 유아들에게 동화를 들려줬다. 재미나는 동화 ‘강아지똥’은 아이들에게 이미 인기있는 유명 동화라 여자 선생님들에게서 이미 들었지만, 아이들은 남자 선생님의 톤으로 듣는 데에 또 다른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동화를 그냥 들려준다면 남자선생님이 말해주는 데에 재미를 느끼지 않았겠지만 동화를 단순히 들려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창작 동화와 세계명작 동화를 번갈아 구연하면서 집중해서 동화를 들을 수 있게 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 이야기의 다른 버전을 알려주는 것이면서, 다른 시선에서 동화를 바라보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또한 그 동화에 대한 내용을 통해 유아들의 상상력, 판단력, 분별력, 창의력, 주인공의 역할, 등장인물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 등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하면서 아이들이 입을 열 수 있도록 이끌었다.

    따라서 유아들을 지도하거나 돌볼 기회가 있을 경우에는 동화 구연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유아를 양육하는 어머니들은 물론 가르치는 분들도 동화 구연에 대한 기본 기술을 알고, 창작을 해서라도 동화를 들려주는 것을 권한다. 가르침은 동화를 들려주는 데서도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잘 듣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가르침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항상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고 오너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유태인 어머니들은 선생님에게 알고 싶은 것,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것을 ‘물어 보고 오라’고 당부한다는 것이다. 유아들이 선생님이나 이야기하는 분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 할 것이고 그 내용에 관심을 가져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구연동화는 아이들의 묻고 듣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교육방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아교과과정에 제대로 편성돼 있지 못하고, 들려주는 데서 끝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강아지똥’처럼 아이들이 하찮은 사물에 감동을 느끼고,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것에 관심을 갖고 사고를 넓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연관된 주제의 자료들을 찾아 제시하면서, 아이들이 다음 이야기를 이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아이들의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이 요구된다.

    이창규 아동문학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