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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기자, 고운맘 되다 (5) 환자 아닌 환자 같은 나

  • 기사입력 : 2015-04-03 08: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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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뱃속으로 긴 방귀를 뀌는 기분?'

    첫 태동의 느낌이었다. 임신 20주가 지나면서 드디어 아기의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딱지는 한 시간에도 몇 번씩 내 배를 '툭툭' 또는 '스르르륵' 건들며 안부를 전했고, 그때마다 나는 배에 손을 얹어 응답했다. 보이지 않아 불안하고 막연했던 아기가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현실로 다가온 것은 아기의 발차기만이 아니었다. 임신 중기로 접어들면서 돈 문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병원에서 임신 24주에 맞춰 '산모 당뇨·빈혈 검사'와 '정밀초음파 검사'를 예약했고, 14만 원을 결제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미 지금까지도 과한 검사비를 썼었다. 산전검사부터 시작해서 임신 초기 검사, 1차 기형아 검사, 양수검사 비용으로 150만 원 넘게 썼다. 게다가 병원 진료 때마다 초음파 비용이 1회 4~5만 원씩 들었다.

    유산 경험자였던 나는 위험군으로 분류돼 임신 초기 매주 병원을 가야 했고, 두 달 만에 정부에서 산모에게 지원하는 고운맘 카드의 한도액 50만 원을 소진했다. 게다가 질염, 수액 등의 자잘한 치료비 및 엽산과 철분제 값도 꾸준히 들었다. 월급쟁이 부부의 수입은 뻔했고, 출산에 필요한 물품도 준비해야 했기에 돈 문제는 꽤 큰 스트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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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히 아낄 방법도 있었다. 15만 원이 넘는 임신 초기 검사는 보건소 무료 검사가 있었지만, 세 번의 임신으로 찾은 병원 세 곳 모두 이에 대한 설명 없이 "임신이네요. 검사하러 가시죠"라며 검사실로 바로 안내했다.
    이 밖의 모든 검사나 진료에서 산모인 나의 선택권은 없었다. 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해 주는 의사는 없었고, 검사를 하라고 하면 해야 했고, 다음 주에 진료를 오라고 하면 가야 했다. 병원의 산모수첩에는 임신 중 검사 항목 6~7가지가 명시돼 있었다.
     
    특히 고위험군에 속하는 산모는 검사와 치료 비용이 더 드는데, 기형아 검사 때문이었다. 마흔 살에 출산한 사촌언니는 "양수검사 외에도 몇 가지 기형아 검사를 더 받았는데 비용만 300만 원 들었다"고 했다. 물론 아픈 아이를 출산했을 때 즉시 응급처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 대가치고는 지나친 고가의 비용과 심리적인 고통을 버텨야 하는 검사 같았다.
     
    "임신하면 최대한 병원에 늦게 가고, 병원도 제때 맞춰 갈 필요가 없다"던 친구의 말이 너무 무심한 것 아닌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꼭 틀린 말 같지도 않았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던가. 친정엄마도 "니 낳을 때는 산부인과 확인하고 낳으러 가고, 두 번만 갔다"고 했다.
     
    그러나 소신을 내세우기에 산모인 나는 너무 위태로운 존재였다. 혼자였던 내 안에 다른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낯선 경험이었고, 매일 바뀌는 신체의 변화는 두려웠고, 출산까지의 기다림은 초조했다.
     
    그래서 꼬박 꼬박 의사가 시키는대로 하면서 나는 내가 '산모'인지 '환자'인지에 대해 생각 했다. 건강한 출산이 목적인데, 위험한 출산을 더 염두에 두고 시간을 보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의사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못했다. 환자는 아니지만 의사의 말을 듣지 않으면 환자가 될 것 같은 기분 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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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정밀초음파 검사도 했다. 검사날, 나는 딱지의 얼굴을 처음 봤다. 넓은 얼굴에 들창코. 튀어나온 입술. 그리고 손가락 발가락 5개, 길게 뻗은 척추와 심장, 위, 자궁도 보였다. 말이 안되지만, 딱지는 예쁘진 않았지만 참 예뻤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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