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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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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경남도 채무 제로 추진 (하) 재정건전화의 양면성

미래 세대 부담 완화 '파란불'
투자 위축·복지 축소 '빨간불'

  • 기사입력 : 2015-04-0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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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5년 기초단체장을 주민투표로 뽑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지자체 부채는 매년 늘고 있다. 성남시가 2012년 부채 지불유예를 선언했다.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전국 74곳에 이르며 경남 18개 시·군 중 9개 군이 이에 해당된다.

    홍준표 지사가 지난 2013년부터 부채 감축을 통한 재정 건전화에 나선 것은 도청 빚만으로 1인당 40만원에 이르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후손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의 지나친 긴축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위축, 복지 축소 우려 등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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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인 60조원이었으며 지방자치단체 순부채는 약 10조원이었다. 그러나 2013년 지자체 순부채는 26조로 늘었으며 지방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약 100조원에 달한다. 외환위기 이후 약 10배 증가했다. 국가 부채도 489조원으로 GDP의 34.3% 수준이다.

    이같이 국가와 지자체 모두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전국 74곳에 이르며 경남은 18개 시·군 중 9개 군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 4년간 전국 17개 시·도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2012년 50.4%에서 2015년 42.9%로 낮아졌다. 경남의 경우 2015년 재정자립도가 34.2%로 전국 17개 시·도 중 10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파산 지자체= 2012년 경기도 성남시가 부채 5400억원 지불유예를 선언하는 등 지자체 파산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2006년 일본 유바라시의 경우 대규모 투자사업으로 639억엔의 부채로 인해 파산을 선언했다. 각종 공공요금 등이 대폭 인상되고 공공서비스 중단 등으로 유바라시는 인구가 11만명에서 1만명으로 줄었다.

    지자체 파산제도가 있는 미국의 경우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파산, 2013년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파산 신청을 비롯해 1954년 이후 60~70곳이 파산을 신청했다.

    현행 제도상 지방정부 파산은 불가능하다. 중앙정부가 언제든 교부금을 투입해 지방정부 재정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정 위기를 고려, 행정자치부는 지자체 ‘파산제’를 도입하고 오는 10월 긴급재정관리제도를 시행하는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긴급재정관리제도 대상이 되면 해당 지자체는 재정건전성이 회복될 때까지 예산편성권 등 재정자치권이 제한된다. 또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도 추진된다.

    ◆빚 원인·타개책= 지자체 재정난은 정부의 복지사업 부담을 지자체가 떠안으면서 가중됐다. 특히 무상보육, 보건의료분야 등 복지분야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의 선심성 사업도 한몫했다. 대규모 사업뿐만 아니라 공공성이 없는 농로 포장사업 등 예산낭비는 비일비재하다.

    지자체가 파산하면 상·하수도요금, 시내버스요금 등 각종 공공서비스요금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생산 원가에 밑도는 가격으로 공급하는 각종 서비스는 원가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홍 지사의 부채 제로는 향후 인구 감소, 고령화, 복지 수요 증가 등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으로 읽힌다.

    ◆문제점= 지자체가 빚 없이 정책을 펴면 더 좋겠지만, 모든 정부가 지방채 발행의 필요성과 유용성은 인정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하거나 유용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로와 상·하수도처럼 정책의 효과가 장기적일 경우 당장 세금을 내지 않는 계층도 정책의 혜택을 입을 수 있으므로 건설비용을 후세대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경우 지방정부가 장기 지방채를 발행함으로써 세대간 부담을 균등하게 조정할 수 있다.

    경남도가 부채감축 제로를 선언하던 날, 기자들은 “지자체 부채가 없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냐”고 지적했다. 윤한홍 행정부지사는 “가치 판단의 문제”라고 답변했다.

    경남도가 부채 상환 제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앞으로 3년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필요한 사업마저 늦추거나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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