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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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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고양이 심바 (6) 심바, 이게 뭐야!

  • 기사입력 : 2015-04-06 2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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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장창창” 무슨 소리만 들리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반대로 집안이 너무 오래도록 조용해도 불안한데,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 벌어져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말이냐고? 누구 때문이냐고? 누구긴 누구겠는가.

    우리 집안의 막내, 심바 덕분에 하는 걱정이다.

    심바는 남동생답게(중성화를 했지만요)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aa.jpg
    <이렇게 조신한 심바가 사고를? 그럴리 없잖아요!>

    아주 당당하게. 어디든 풀쩍 풀쩍 잘 뛰어다니니, 네 발에 걸린 그릇 여러 개를 깨먹었다. 이건 애교에 불과하다.

    꽃병의 물을 쏟은 현장을 뒤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결국 나무장롱이 뒤틀어졌고, 책장 위에 올려놓은 묵직한 장식물을 바닥으로 떨궈 바닥이 보기좋게 찍혔다.

    또 벽지가 살짝 일어난 부분을 물어뜯어 새집을 헌 집으로 만드는 아주 좋은 재주를 지녔다.

    “심바야, 심바야 새집 줄게, 헌 집 다오”를 불러야 할 참이다. (고양이 키우기 반대 글은 아니다. 오해 마시라!)

    조용하지만 일을 벌여놓을 때는 부드러운 것을 갖고 놀 때다.

    화장실에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베갯속 같이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장을 포착했을 때 영상을 찍어보았다.>

    누나한테 맺힌 게 많은지 아주 잘게 잘게, 고운 지단처럼, 치우기 어렵도록 찢어놓는다.

    뜯는 재미가 쏠쏠한가 보다.

    베갯 속에 넣으면 푹신하려나?.

    툭 뽑아쓰는 각휴지도 마찬가지다. 하나씩 입으로 빼서 하얗게 눈처럼 쌓아둔다.

    이런 화장지 테러(?)를 목격하면 말이 안 나온다. 그 광경이 아주 장관이다.

    aa.jpg
    <네 누나? 무슨일이 있었던 거죠? 저는 모르는 일인데???????>

    그래서 일단 화장지는 최대한 화장지 걸개에서 길게 늘어뜨려지지 않도록 고정해두고, 각티슈를 쓰고 나면 그 위에 책을 놓거나 아예 거꾸로 엎어둔다.

    정성스레 말린 드라이플라워도 맛있는 육포와 색이 비슷해서인지 잘 물어 뜯는다.

    역시나 강력 소형청소기 없으면 치울 엄두를 못내는 것들이다.

    사람이라면 어리지만 혼나고도 남았을 일, 그러나 심바가 해놓은 일이라 ‘심바, 이게 뭐야!’ 하고 따져 들다가도 어이가 없어서 웃어 버리게 된다.

    aa.jpg
    <청소업체 여러분 저 심바에 많은 광고 문의 바랍니다.>

    가족 모두 포기 상태. 우리가 스스로 조심하자는 쪽으로 바뀌었다.

    심바는 아직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니까.

    하지만 딱히 나이가 들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심바누나는 봄밤 한숨이 절로 난다.

    “심바야, 언제 철들래?”

    이슬기 기자 ( 문화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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