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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103) 고성 (13) 고성읍 남산공원 ~ 갈모봉산림욕장

연둣빛 숲길 거닐며 고성 역사와 마주하다

  • 기사입력 : 2015-04-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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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령 30~50년생 편백이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있는 고성 갈모봉산림욕장.

    꽃비 내리는 남산엔
    덕행비와 불망비
    줄지어 서 있고

    조개더미 패총 지나
    교사리 석불암에는
    삼존석불이…

    조선 유학의 요람
    고성향교는
    지금은 제사만 지내

    갈모봉 산책길엔
    편백나무 울창


    계절은 진한 녹색의 아름다움과 분홍빛 꽃비가 내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봄날의 향연이다. 자연은 느리게 보이지만 빠르게 세월을 안고 가는데 우리는 느림의 미학보다는 빠른 삶에 익숙해져 있다. 길을 가다 잠시 카페에 앉아 유럽 여행 중 이탈리아에서 맛봤던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시켜 윤보영의 ‘4월사랑’ 시 한 구절을 떠올려본다. “4월에는 꽃만 피는 줄 알았더니 바람도 분다. 4월에는 따뜻한 바람만 부는 줄 알았더니 차가운 바람도 분다.” 봄이 오고 꽃이 피고 바람이 불면 꽃잎이 떨어져 내리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자연도 질서와 규칙이 존재한다. 누구나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정직하게 노력해야 한다. 길에서 만난 성공한 사람들은 어디가 달라도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자연은 길에서 세상 사는 올곧은 이치를 항상 바르게 깨우쳐 준다.


    남산공원·보광사목조대세지보살좌상

    꽃비가 내리는 남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줄지어 선 남정네들의 불망비 등 비석들 끝자락에 서 있는, 한 여성의 덕행을 기리는 비석이 눈길을 끈다. 덕행비 주변에 울타리까지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흩어져 있던 것을 옮겨 온 것은 아니다. 비문에 고성사람 이덕노의 부인 밀양 박씨가 남편이 죽자 예법에 따라 장례를 치르고 나서 음식을 끊고 자결했다고 한다. 요즘의 잣대로 본다면 정말 최선의 선택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양해야 할 부모와 키우고 교육해야 할 자녀도 있었을 텐데…. 인간의 가치는 시대 따라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 일반적으로 획일적인 잣대를 대는 것은 옳은 것은 아니다. 무조건 자신의 가치만을 고집하면 아집이 돼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이 단절된다. 남산의 행적비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줄지어 선 비석들을 지난다. 비리로 언론을 도배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이곳 역사의 현장을 보면 청백리가 될 것이다. 백성들이 자신을 위해 어떻게 평가해 줄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백성을 하늘로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역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언젠가는 무서운 칼날이 된다.

    봄날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신록의 오솔길을 따라 남산에 오르면 고성읍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산이라는 지명성도 서울에 있는 남산과 경주에 있는 남산에서 보듯이 왕조가 터를 잡았던 곳이다. 옛날 고성을 고자미동국이나 고자국, 소가야로 불리던 시절 지배계급이 터 잡고 살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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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공원 충혼탑.

    남산 중턱에 고목 몇 그루와 쉼터, 편의시설이 있고, 국가와 민족을 지키다 꽃잎처럼 산화한 고성군 출신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한 충혼탑과 젊은 반공청년단원들을 기리는 3m의 화강석 비석이 있다. 탑에 새긴 글과 1274위의 음각한 위패를 보면서 점차 빛이 바래지는 호국정신이 안타깝다.

    그 옆에 조촐한 남산 보광사가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한 절집으로, 들어가도 스님이 출타 중인지 인기척이 없었다. 대웅전에는 1959년 옥천사 포교당을 열면서 운흥사에 있던 목조삼존상 중에서 대세지보살상을 가져와 봉안하고 있다. 답답한 유리방에 있는 목조대세지보살좌상은 머리에 봉황과 운문 그리고 화문이 장식된 화려한 보관을 쓰고, 손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긴 연봉을 들고 있다. 오른쪽 손가락에 라마형 정병을 걸고 있어 대세지보살임을 알 수 있다. 방형의 얼굴은 턱을 둥글게 깎았으며, 눈에서 이어지는 콧날은 긴 편이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있고,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인자한 인상을 준다. 불교에서 대세지보살의 의미는 아미타불(주: 영원한 수명과 무한한 광명을 보장해 주는, 즉 시간적이거나 공간적으로 영원한 부처라는 뜻)의 지혜를 상징하는 것으로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을 구원해 준다고 한다. 불교 신도는 아니라 해도 우리나라 문화재의 약 80%가 불교와 관련된 것이라 불교에 대한 공부는 피할 수 없다. 남산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오르면 운동기구와 휴식공간이 아기자기하게 조성돼 있어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동외동패총·교사리삼존석불

    남산에서 내려와 동외동패총 안내판이 없어 여러 사람에게 물어 어렵게 찾았다. 패총으로 가는 좁은 골목길 입구에 동외당산정이 이정표 역할을 했다. 당산정은 소가야 시대에 있던 동문 밖 우물로 주민 정착과 마을 형성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마을이장의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선사시대 생활 근거지인 동외당산정에서 음력 섣달그믐날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냈다. 10m 거리에 동외동패총이 있다. 고성박물관에 있는 조문 청동기가 발굴된 곳으로 선사시대의 중요한 유적이다. 패총이란 수렵, 어로, 채집에 의지해 살아온 옛 사람들이 조개 등의 패류를 먹고 버린 껍데기와 생활 쓰레기 등이 함께 쌓여 이뤄진 유적으로 쉬운 말로는 ‘조개더미’라고도 한다. 이 패총은 고성이 해안선을 끼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발굴조사 결과 여러 종류의 토기와 동물 뼈로 만든 도구 등이 발견됐고 한나라의 거울 조각은 중국 한나라와 한반도 남부지방과의 문화 교류를 전해주는 유물로 평가된다고 했다. 울타리가 쳐진 패총에는 잔디 사이에 드러난 조개껍데기들이 하나둘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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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불암극락전 지장보살상.

    주변 과수원에서 떨어지는 꽃비를 맞으며 교사리석불암으로 향했다. 석불암은 큰길에 작은 이정표가 있어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석불암 축대에 느티나무가 있고 요사채에서 두런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해탈문을 지나면 팔작지붕의 극락전이다. 고요한 암자에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잠시 머물고 있다는 도우용담스님이 교사리삼존석불에 대해 안내를 해줬다. 소원에 따라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뻗친다는 관음보살은 주먹 쥔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해탈문에 서 있다. 마치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역사처럼 보인다. 극락전에는 아미타여래가 중앙에 본존불로 자리 잡고 있다. 왼쪽 어깨에만 옷을 걸친 채 가부좌를 틀었고, 양손바닥은 무릎을 짚고 앉아 있다. 오른쪽에는 손에 구슬을 든 지장보살이 있다. 현재 위치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42년에 석불암을 짓고 봉안했다. 극락전에서 노인 한 분이 엎드려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것을 보고 조용히 나와 인근에 있는 고성향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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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향교 풍화루.

    고성향교·갈모봉산림욕장

    향교는 조선시대 훌륭한 유학자를 제사하고 지방민의 유학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지은 공립 교육기관이다. 향교의 문이 열려 있어 안으로 들어가니 관리소장 공문성(76)씨가 대성전 앞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다. 조선 영조 2년(1726)에 통영부에서 이곳으로 옮겨와 여러 차례 보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건물의 배치는 공부하는 곳인 명륜당과 동·서재가 앞에 있고, 성현의 위패를 봉안한 대성전과 동·서무가 뒤에 있는 전학후묘의 형태이다. 또한 출입문이자 휴식공간이었던 풍화루와 명륜당, 사당의 출입문인 내삼문, 대성전이 일직선으로 서 있다. 그러나 명륜당을 중심으로 서 있는 동·서재가 대칭이 아닌 비대칭으로 서 있어 전형적인 향교 배치 형식을 벗어나고 있다. 지금은 제사만 지내고 있지만 관리소장 공씨에 따르면 건물도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오래 간다고 의미 있는 말을 했다.

    고성향교를 뒤로하고 진주로 가는 국도33번을 따라 갈모봉산림욕장으로 갔다. 갈모봉산림욕장은 고성읍 이당리 산 183 일원 70여㏊의 임야에 편백, 삼나무 등으로 조성돼 있다. 수령 30~50년생의 편백이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1.6㎞의 산책로를 비롯, 산림욕대, 야외탁자, 쉼터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이용객들의 편안한 휴식장소로 만들어져 있다. 건강에 유익한 ‘피톤치드’향이 편백림에서 대량으로 뿜어져 나와 방문객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또한 주변 경관도 아름다워 가족 단위 나들이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숲속의 교실, 팔각정, 산림욕대, 야외탁자, 쉼터 등의 휴식공간이 갖춰져 있다. 고성지역 사람들은 물론 인근 많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명소이다.

    (마산제일고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맛집= 곤드레 맛드레: ☏ 223-1511. 창원시 현동 1430-3(옥동길26). 곤드레 돌솥밥 1만원. 곤드레밥 9000원. 파전 9000원. 동동주 8000원. 석쇠구이 1만3000원. 옛 마산현동검문소 길에서 고성 방향에 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데 인근 텃밭에서 채소를 손수 길러 내놓고 있다. 깨끗하고 담백하며 감칠맛 나게 하는 안주인 음식솜씨에 자연스럽게 단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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