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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라- 김재익(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5-04-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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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학생들의 급식을 유상으로 전환한 지 10일째를 맞고 있다. 그사이 달라진 건 없다.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은 확산되는 반면 경남도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무상급식을 대신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의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막혀도 꽉 막혀 있는 상태에서 진전이 없다. 양측의 평행선은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어 경남 사회 전체를 대립과 갈등의 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번 경남의 무상급식 중단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복지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보편적 복지를 계속할 것인가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을 감안해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느냐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는 우리 헌법 제10조를 근거로 한 행복추구권의 측면에서 모든 국민이 복지를 누리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복지는 반드시 후유증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복지가 빚더미가 돼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물려주게 된다. 그래서 꼭 필요한 곳으로 선별적 복지를 하자는 주장도 만만찮다. 어찌 보면 보편이냐 선별이냐는 소모적 복지논쟁이다. 이는 국가나 지방정부의 재정 형편에 맞춰 어느 한쪽이든 아니면 두 방식을 혼용하든 방향을 잡아나가야 하는 문제이다.

    홍준표 지사는 이번 무상급식 중단의 배경이 경남도의 재정 악화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유상급식이 시작된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남도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무상급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앞서 “좌파들의 잔치인 무상급식을 없애겠다”며 이념 논쟁도 불을 지폈으나 최종적으로는 재정 악화를 급식 중단 이유로 정리한 듯하다. 그러나 부채도 자산이며 잘 관리하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도의 빚을 모두 갚겠다며 갑자기 복지를 중단한 사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무상급식 중단이 학부모들의 큰 반발과 도민들의 호응이 부족한 것은 그 과정이 이성적이지 않고 감성적이라는 데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10월 무상급식 보조금에 대한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고, 도교육청은 동등한 기관임을 내세워 감사를 거부했다. 홍 지사는 감사 없는 지원은 없다며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했다. 다분히 감성적인 결정이다. 이성적인 결정처럼 보이기 위해 이후 선별적 복지와 부채 해결 등 이론적 덧칠을 해왔다. 복지정책에 대한 소신이 확고했다면 몇 개월 앞서 도지사 선거에서 제기하는 게 옳았다.

    박종훈 교육감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태의 원인을 ‘홍 지사의 소신’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무상급식 중단의 출발점은 경남도의 감사 요구에 대한 박 교육감의 거부이다. 지난해에만 도와 시군이 822억원을 급식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지난 2011년부터 합산하면 3067억원에 이른다. 엄청난 보조금을 받은 부분에 대해 감사를 받는 것과 동등한 기관의 자존심은 별개의 문제이다.

    복지는 좌파와 우파의 이분법적 구도로 볼 사항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누리는 기본적 권리이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 문제로써 우리나라 복지정책에 대한 거대 담론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복지에 있어서 재원 마련은 필수적인 원칙이다. 재원 없는 복지의 확대는 국가의 재정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비용을 얼마나 부담하고, 누구에게 얼마나 나눠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이번 무상급식 중단은 복지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기 전에 행해지는 일이라 학교 안팎의 혼란이 크다. 학생들이 상처 받지 않고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남도와 도교육청은 물론 지역 정치인 등이 나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로 등지고 너무 먼 길을 갔지만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길 기대한다.

    김재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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