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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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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열정과 노동 사이- 고증식(시인)

  • 기사입력 : 2015-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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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열정’과 ‘패기’라는 단어를 청년을 대변하는 말로 생각해왔다. 그 속에는 어떠한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젊음을 무기로 극복하라는 북돋움의 의미도 함께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청년들의 그 순수한 열정을 담보로 그들의 신성한 노동력을 착취해온 기업들의 사례가 속속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른바 ‘열정 페이’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열정 페이’란 쉽게 경험하기 힘든 국가기관, 국제기구 등에 근무하는 인턴이나 인권단체 또는 사회적 기업에서 봉사하기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무급 혹은 최소한의 경비를 지급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또한 그 저변에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는 기본적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유명의류업체나 소셜커머스업체 등이 자신의 열정을 펼칠 수 있게 해줬다는 구실로 청년 구직자에게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다분히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뜻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기업들의 처사가 부당한 이유는 이 청년들 대부분이 경력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했다기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생계를 위해 자신의 노동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의 대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하게 지급돼야 한다. 만약 성실한 노동과 함께 열정까지 보태 근무하는 피고용자가 있다면 고용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니 어쩌면 기본급 외에 상여금까지 얹어주어야 옳은 처사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청년 실업률이 어느덧 11%를 넘어서고, 비정규직 근로자나 단시간 근무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다. 가까이 일본은 오래 지속된 불황과 경기 침체로 인해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무직자(일명 NEET족)들을 양산해냈다. 우리도 머지않아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은 대다수의 우리 청년들이 학교를 다니고, 일자리를 구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최저 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

    현행 우리나라 법정 임금 최저시급은 어느 광고에서 외치는 바와 같이 5580원이다. 각국의 통화가치나 물가수준의 비교 지표로 쓰이는 빅맥지수를 최저임금에 적용해 보면 우리나라 최저 임금 수준을 가늠해 볼 수가 있다. 각 나라에서 최저임금 시급으로 살 수 있는 빅맥의 개수는 호주 3개, 일본 2개, 우리나라 1.2개라고 한다. 이는 우리의 법정 최저시급이 호주의 삼분의 일, 일본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이나 청년들을 주로 고용하는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 등에서는 고용주들의 ‘갑질’ 횡포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얼마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기침체 탈피와 소비촉진 명목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재계의 반발과 노사대립, 여야 정치권의 대결로 변질되어 제대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여야는 새정치민주연합 6360원, 정의당 7630원, 새누리당은 7.8% 인상하여 대략 6000원 선의 인상안을 발표해 놓고 있다. 정의당에서 제시한 인상 폭으로 계산한다 해도 그 임금은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들 평균 임금의 절반에 겨우 가닿는 액수다. 최저 임금을 OECD 국가들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것이야말로 청년들의 열정과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지지와 격려라 믿는다. 무엇보다도 우선해 우리는 그들의 미래가 곧 나라의 미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증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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