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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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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 청춘블루스] 청춘 1호, 뻔한 삶은 싫어, 펀한 삶이 좋아, 펀빌리지 정은경

[청춘 1호] 펀한 세상 꿈꾸는 펀빌리지 정은경씨

  • 기사입력 : 2015-04-1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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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에 답이 있을까요. 청춘이란 단어에 설레는 이유는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청춘들을 향해 '달관족', '삼포세대'라 정의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며 위로하는건 기성세대의 '삽질' 아닐까요. 그래서, 청춘들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스무살 부터 서른다섯까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만날 이들은 성공하거나 유명한 청춘들은 아닙니다. 고민하고 도전하며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는 청춘다운 청년들입니다. 그들은 무모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지요. 오늘부터 이런 정체불명 청춘들과의 끈적끈적한 블루스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청춘 1호] 펀한 세상 꿈꾸는 펀빌리지 정은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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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빌리지’ 주인장이자 직원인 정은경씨. 그녀는 사람과 사람 간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가며 ‘펀한 세상’을 꿈꾼다. >


    안녕하세요. 저는 청춘 1호 서른둘의 정은경입니다.
    먼저 질문 하나 할게요. 당신은 1년 후 자신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왜 묻느냐고요? 저는 그 상상 하나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스물여섯의 가을이었고, 문화센터 안내데스크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1년 후인 스물일곱의 가을을 생각했어요. 그때도 내가 여기서 이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참 재미없더라고요. 더 나아진 삶이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요? 당당히(무모하게도) 사표를 냈죠. 다른 일자리나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내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죠. 물론 주변의 반대와 우려 그리고 내적 후회와 갈등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참 잘한 일인 것 같아요. 6년 후인 지금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창업했거든요.

    제가 일하는 곳은 '펀 빌리지'에요. 제가 근무자이면서 대표를 검하고 있는 1인 기업이죠. 뭐 하는 곳이냐고요? '스토리가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라는 정의 아래?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기반으로 온라인상의 만남을 오프라인에서 가능하게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여기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어질 수 있는 일을 기획하는 기획자 역할을 하고 있죠.

    이해하기 어려우신가요. 사실 저의 부모님도 아직 잘 모르세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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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경씨가 운영하는 ‘펀빌리지’의 저녁 식사 모임.>

    한 마디로 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예를 들어볼게요. 소셜 다이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낯선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밥을 먹는 모임이요. 소셜다이닝 전문업체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었죠. 언론에서는 이를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족과 밥을 먹지 못하는 젊은세대들의 새로운 만남 형식이라고 정의하더군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죠. 사실 밥은 매개일 뿐이지, 젊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 목말라 하는 건 아닐까하고 말입니다. 그건 제 이야기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소셜다이닝(밥 모임)을 비롯해 다양한 관심사나 주제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기획하기 시작했고, 2013년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창업했어요.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 단계죠.

    자,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을 꼭 하시죠. 동호회랑 뭐가 다르냐, 흔한 커뮤니티 모임 아니냐, 파티 플래너와 하는 일이 뭐가 다르냐. 다릅니다, 확실히 다르고요. 그 차이를 알고 싶다면 직접 오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새로운 사람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답니다. 개인의 스토리(지식, 정보, 경험)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기도 하는데요, 관심사가 비슷해서 만나는 동호회와 달리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만날 수 있도록 개인의 스토리를 공유하는 플랫폼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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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펀빌리지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은 명랑운동회, 직장인 봄소풍, 수상한 야시장(플리마켓), 우쿠렐레/플라워/베이킹 등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 영화나 연극 관람 활동, 연말 네트워킹 파티, 여행 등 이에요. 일관성이 없나요? 네, 모임이 목적이 아니라 만남이 목적이기에 그렇습니다. '펀(fun)한 만남'을 위한 핑계꺼리를 계속 생산하는 거죠. 그럼 전 뭘 하느냐고요? 낯설음에서 빨리 헤어나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한답니다.? 펀빌리지에 오는 사람들은 저를 울랄라라고 부르지요. (울랄라는 펀빌리지에서 사용하는 제 닉네임인데요 불어로 놀랍다는 뜻입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저도?반신반의했어요. 낯선 사람을 만나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이 또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있더라고요.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졌는데, 다음 달엔 한 달에 두 번, 그 다음엔 일주일에 한 번, 또 매일 한 번, 이렇게 횟수가 늘었죠. 어랏, 이게 되네? 신기했어요. 기존의 인간 관계를 더 확장시키고자 하고, 사람과의 소통에 목마른 젊은이들이 창원에도 제법 있었던거죠. 특히 타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더욱 반응이 좋았어요.

    펀빌리지에서는 멤버들을 펀피(펀빌리지 피플)라고 부르는데요, 펀피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에요. 직장인이 제일 많지만, 대학생도, 한량백수도, 주부도 있죠. 벌써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펀빌리지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누적된 펀피가 이제 50여 명을 넘어서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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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럼 이번엔 그걸로 과연 돈벌이가 되느냐고 묻고 싶겠죠. 사실 지난해 12월 더욱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 위해서 창원의 중심인 중앙동에 사무실 겸 작업실을 임대했는데요, 펀빌리지 멤버 등록비와 개인 기획의뢰비로 이를 충당하고 있긴 하지만 매월 발생하는 월세가 부담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그래서 걱정하진 않아요. 부자가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니깐요. 부유하진 않지만 가난하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죠.

    또 펀빌리지는 앞으로 더 번창할 거에요. 펀빌리지에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거든요. 또 이미 펀빌리지 홈페이지 역할을 하는 블로그에선 매일 300명이 넘는 예비 펀피들이 드나들며 구경하고, 궁금해 하고 있거든요. 또 아직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만남의 다양한 아이템들이 제 머릿속에 가득 차 있거든요.

    아, 물론 미래가 무조건 밝다고 생각진 않아요. 사실 창업 후 삶과 일이 분리되지 않는 상태로 지내다 보니 쉽진 않더라고요. 모든 개인적인 일상까지도 회사와 연계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좀 불편한 일이기도 하고요. 특히 계속 변화를 추구 한다는 건 재미있는 만큼 어려운 일 같아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일을 주고, 그걸 해결하고,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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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말인데요 솔직히 펀빌리지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늘 어려운 숙제랍니다. 제가 결혼을 하거나 신변에 변화가 생기면 펀빌리지도 변하겠죠.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은 욕심도, 또 그럴 계획도 있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확실한 계획이 하나 있긴 있어요. 펀빌리지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저는 여전히 이런 역할을 하면서 살 것 같다는거죠. 사람과 만남과 관계에 대해 고민하면서요. 사실 전 명품가방보다 사람 만나는 게 더 좋은 여자이거든요. 맹세컨데 서른 인생에 한 번도 사람을 만나는 게 피곤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좋은 가방을 본 것처럼 눈과 코와 귀가 번쩍 뜨이죠.

    솔직히 아직 성공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규모가 크고 매출이 많다고 꼭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즐겁게 일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 내는 것, 좋은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 성공 같아요.

    그렇게 살아서 나중에 뭐 할꺼냐고요? 음, 가끔 이런 미래를 꿈꿔 보고 있긴 해요. 노년에 시골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과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일을 하는 그 마을의 진짜 촌장이요.

    재미있겠죠? 당신도 그렇게 재미있는 삶을 꿈꾸고 있나요? 웃긴 것과 재미있는 건 틀리잖아요. 지금, 그리고 내일, 모레, 내년, 10년 뒤가 펀한 삶을 살기 바래요.

    혹시 이 기사를 보는 누군가도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즐거울 수 있는 청년이기를, 또 명품 가방이 아닌 만나는 사람으로 인해 유쾌해지는 인생을 살기 바래요.

    만약 펀빌리지에 오신다면 그 방법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을거에요. 펀빌리지에서 울랄라를 찾으세요. 다음은 제가 모두 알아서 해 드린답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위 기사는 인터뷰를 토대로 기자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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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뒷이야기

    경남 청춘 1호 정은경, 그녀를 만나기 전, 난 그녀가 아주 웃긴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첫 만남 후, 나는 그녀가 꽤 진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 번의 인터뷰 후, 나는 그녀가 참 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청춘의 아우라가 있다면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에너지가 그것일 것 같다. 그리고 그녀를 한마디로 설명하긴 매우 매우 어렵다. 지난 3일 펀빌리지 저녁 소셜다이닝에 참석한 팬피들의 입을 빌려 그녀를 대신 말해 본다. 이날 참석한 7명의 펀피들에게 "울라라는 어떤 사람 같아요?"라고 물었고, 아래는 그 답이다.

    ▲이완희(30·백수한량): 용기 있는 개척자요. 저는 지역에 젊은 문화가 없다는데 회의를 느껴서 서울에 올라가서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울랄라는 자신이 개척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잖아요. 고향인 진해에 잠깐 내려왔다가 모임을 알게 됐는데, 울랄라를 보면서 저도 내려와서 좋아하는 일을 만들어 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차정언(32·직장인): 제일 힘든 일을 제일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요.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에요. 그걸 재미있게 잘하고 있어요.

    ▲정해수(29·구직자): 울랄라와 펀빌리지는 창원 젊은 문화의 중심이 될 것 같아요. 지역엔 청춘들의 문화가 너무 부족해요. 그런데 울랄라는 젊고 새로운 일을 하려는 지역의 청춘들과 다 연결돼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모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1~2년 안에 크게 될 거에요.

    펀빌리지 울랄라의 이야기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unvillage)나 인스타그램(https://instagram.com/funvillage)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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