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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98) 사천 각산에서 바라본 삼천포 앞바다

쉬이 올랐더니 불쑥 다가서는 분주한 바다 풍경

  • 기사입력 : 2015-04-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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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산봉화대 위에서 바라본 삼천포 앞바다 전경. 왼쪽의 큰 섬이 신수도이고 오른쪽 바다 위로 보이는 곳은 남해 창선면이다.


    봄기운이 완연하다.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싶은 날이다.

    사천에서 생활한 지 10개월이 되었지만 대표 명산으로 꼽히는 와룡산(해발 801.4m)을 오르지는 못했다. 와룡산이 품고 있는 와룡골과 와룡저수지는 가보았지만. 와룡산 줄기가 에워싸고 있어 외부와 단절된 무릉도원인 양 아늑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한 지인이 어느 날 말했다. 하늘에서 보면 말발굽(편자)이 연상된다는 와룡산과 꼭 닮은 판박이 산이 있다고. 바로 삼천포에 있는 각산(角山)이다.

    각산은 삼천포 도심에 위치한 해발 408m의 낮은 산으로, 와룡산이 와룡골을 품고 있듯이 실안골을 에워싸고 있다. 와룡산은 오르는 재미와 원거리 조망이 좋은 곳이다. 하지만 사천사람들은 삼천포 앞바다 등 사천시 전체 풍경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감상하기에는 각산이 제격이라고 했다. 그래서 각산으로 정했다.

    정상으로 가는 시작 코스는 한전아파트, 용운사, 대방사, 모충사, 사천시문화예술회관 등 다양하다. 가장 무난하고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문화예술회관에서 출발하는 코스라고 했다.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문화예술회관 주차장에 차를 두고 출발했다. 회관 뒤로 오르자 간단한 운동시설이 나타나고 조금 가자 산불감시 초소와 등산안내도가 있다. 각산 전망대 1.85㎞, 정상(각산봉화대)까지 2.04㎞라고 적혀 있다. 가뿐하게 가겠네 싶다. 젊은 날 생각하면 산보 수준 거리다.

    등산명부에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작은 통나무 계단이 버거워 옆의 흙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등을 떠미는 봄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오를수록 도시 소음이 정겹게 들린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5분 남짓 걸었는데 숨이 차다. “아~ 저질체력….” 운동 부족을 원망한들 어쩌랴. 쉬엄쉬엄이라도 가야지. 등산로 좌우로 도열한 20m 높이 소나무들이 외친다. 힘내시라고. 왼쪽 능선 위에서 분홍색 진달래가 한창이다.

    20분쯤 걸었을 때 갈림길이다. 쉬면서 보니 왼쪽은 용운사, 정상행은 직진이다. 등산로 옆 능선을 따라 자리 좋은 곳이다 싶은 곳에 봉분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이름 모를 부부 묘를 둘러싼 동백나무들이 붉거나 연분홍빛 꽃망울을 터뜨렸다. 가는 길에 갈림길과 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안해도 된다.

    제법 오르자 저 멀리 삼천포화력발전소 굴뚝이 보이고 삼천포 신항과 시가지가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오를수록 진달래꽃 무리가 더 자주 목격된다.

    각산약수터에 다다랐다. 약수터 옆으로 지붕이 있는 쉼터와 20여 종의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약수는 풍부하고 시원했다. 운동기구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500m만 가면 송신탑이다. 그런데 제법 가파르다. 헉헉거리며 15분여 걷자 헬기장이 나온다. 정상 능선에 다 올라온 셈이다. 시야가 확 트인다. 사천읍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사천대교도 보인다.

    헬기장 바로 위가 송신탑이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임도를 따라 6㎞ 정도 내려가면 모충사(모충공원)가 나오고, 곧바로 170m 가면 각산전망대, 600m 가면 정상이자 각산봉화대다. 송신탑을 왼쪽에 두고 다시 용운사 방향으로 150m 내려가면 전망데크가 있단다. 전망대란 전망이 좋은 곳이기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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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산 정상 표지석과 각산봉화대.

    전망대에 서자 삼천포 앞바다가 불쑥 다가서는 느낌이다. 와룡산, 삼천포신항, 삼천포화력발전소, 남일대해수욕장과 코끼리바위, 사량도, 목섬, 신수도 등이 한눈에 조망된다. 햇살이 살갑게 느껴진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거슬러 올라 송신탑. 여기서부터 각산전망대까지는 능선 길이다. 왼쪽으로는 삼천포 시가지와 앞바다, 오른쪽으로는 사천대교와 용현면 들판, 사천읍 시가지, 한국항공우주산업(주) 등 공단지역을 감상하면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디어 각산전망대다. 대형 망원경도 있고 사방에 조망 안내 사진판이 비치되어 있다.

    “와~ 좋구나!”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눈도 시원하고 바람도 상쾌하다.

    저 멀리 와룡산, 사량도, 수우도, 두미도, 남해 금산, 망운산이 보이고, 가까이는 고성군 하이면, 삼천포화력발전소, 남일대해수욕장, 코끼리바위, 삼천포신항, 노산공원, 구항, 신수도, 코섬, 대방진굴항 등이 잡힐 듯 보인다. 삼천포대교와 창선대교도 살짝 보인다.

    사천에서 가장 큰섬인 신수도를 오가는 차도선(차량과 승객 운송)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 대방진굴항 앞쪽의 작은 코섬에 설치되어 있는 죽방렴 한 쌍, 그 뒤의 장구섬, 누에고치처럼 하얀 거품을 내뿜으며 오가는 작은 어선들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그야말로 눈이 즐겁다. 탁 트인 풍경에 마음속 묵은 때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기분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단체등산객이 옹기종기 시끌벅적 웃음꽃이다. 민영상(55·부산)씨에게 산행 소감을 묻자, “처음 왔는데 한마디로 끝내주네요. 경치는 예전에 가본 와룡산보다 좋네요. 삼천포 앞바다 풍경이 훤히 보이니까 속이 다 시원합니다.”

    전망대에서 능선을 따라 남서쪽으로 430m 더 가면 정상(각산봉화대)이다. 각산봉화대는 경상남도문화재 자료 제96호로 고려시대 왜구의 침입을 전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남해안 봉화대 가운데 비교적 원형이 잘 남아 있는 경우이다.

    시는 대방동 각산봉화대~늑도동 초양도 2.2㎞를 연결하는 바다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 착공해 2017년까지 600억원을 들여 완공할 계획이다. 케이블카 상부역사는 기존 각산 정상부에서 대방사 상공 통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각산산성과 봉화대 사이로 변경했다.

    봉화대에 올라서면 2003년 개통된 창선·삼천포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길이 3.4㎞의 창선·삼천포대교는 삼천포와 창선도 사이 3개 섬을 연결하는 5개의 교량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상국도(국도3호)로 남아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명소로 꼽힌다.

    저 멀리 남해읍과 금산, 지리산 천왕봉도 보인다. 물론 각산전망대에서 본 앞바다 풍경도 고스란히 조망된다. 그야말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이다.

    사천 향촌동에 산다는 이태일(49·민주평통 사천시협의회 간사)씨는 “각산봉화대에서 보는 경치는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 곳”이라고 자랑했다.

    봉화대에서 대방사 방향으로 400m 내려가면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5호인 각산산성이 나온다.

    이 산성은 605년에 백제 30대 무왕이 가야 진출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축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삼천포항 동북쪽을 병풍처럼 두른 각산의 8부 능선에 있는 석성이다. 남해 바다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위치에 돌로 쌓은 성벽 242m가량이 남아 있다. 남쪽 성문은 그대로 남아 있으나 성벽 대부분은 허물어져 있던 것을 복원한 것이다. 산성 가운데에는 전망정자가 있다.

    정자를 내려와 10분가량 걷자 대방사다. 커다란 미륵반가사유석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방사 측에 따르면 높이 12m로 세계 최대의 석불이라고 한다.

    문화예술회관에서 대방사 주차장까지는 약 4㎞로 2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정상에서 식사라도 한다면 2시간 30분은 잡아야 한다.

    대방사 아래서 차가 있는 문화예술회관까지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정도 나온다.

    등산 후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이나 삼천포수협활어위판장을 찾아 싱싱한 횟감으로 출출해진 배를 채우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겠다.

    이번 주말에 누구나 무리하지 않고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각산으로 오시면 어떨까요?

    글·사진= 홍정명 기자 jm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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