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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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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가락국 본토 김해, 駕洛(가락)은 어디 있나?- 허충호(사회부 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15-04-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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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9회 가야문화축제가 오는 29일부터 수릉원 등 김해 일원에서 성대하게 열린다. 수로왕 행차에만 1000여명의 인원이 등장할 정도로 규모가 큰 행사가 곳곳에서 진행된다. 한시, 백일장 등 부대행사도 10여 개나 함께 개최될 정도니 명실공히 김해를 대표하는 페스티벌이라 할 것이다.

    축제위원회는 이번에 이 축제를 정부우수축제로 선정해 달라고 제안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부우수축제로 상신한 것은 그만큼 전국 규모 축제로서 손색이 없다는 자신감에 기인한 것이라 풀이된다.

    가야문화축제는 한반도 고대왕조인 가락국의 찬란했던 문화를 되살린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가야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재확인하려는 기원도 담고 있다.

    6가야의 건국신화가 전해오는 구지봉에서 축제의 시작을 고하는 성화를 채화하는 의식을 갖는 것도 그런 해석을 가능케 하는 인계철선이다.

    하지만 가야의 종주국인 가락국의 위상을 되살린다는 축제와 작금의 현실을 나란히 두고 보면 뭔가 모를 어색함이 느껴진다. “뭐가?”라며 반문할 이들이 많겠지만 분명 어색함이 있다.

    삼국유사 기록상 김해는 금관가야에 속한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김수로왕이 서기 42년 김해 구지봉에 탄강, 가락국을 세웠다고 서술돼 있다. 하지만 가락국은 단순히 6가야의 하나인 금관가야가 아니라 가야를 대표하는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갖는다. 인근 함안을 아라가야, 멀리 고령을 대가야 등으로 구분한 것은 정복자인 신라가 복속지구 통치를 위해 편의상 새로운 행정구역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에 더 무게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그 가야의 종주국인 가락국을 상징하는 ‘가락(駕洛)’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바로 부산광역시다. 정확히 부산광역시 강서구다. 지난 1980년 초 정부의 행정구역 개편작업에 따라 부산시로 편입됐다.

    김해시청 코앞에 ‘부산시 강서구’ 행정구역 안내판이 우뚝 서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가락은 그 강서구의 한 동으로 전락해 버린 상황에서 김해는 가락국의 영화를 재현한다며 39년째 축제를 열고 있다. 가락이라는 지명이 하나도 없는 김해가 가락국의 영화를 되살린다며 축제를 열고 있는 현실, 정녕 어색하지 않은 일인가?

    이런 어색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하나, 바로 현재의 강서구를 ‘가락구’로 개명하는 일이다.

    김해와 경계를 이루는 부산시가 강서구의 가락동이 아니라 최소한 ‘가락구(駕洛區)’라는 명칭으로 가락의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당시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면 이제는 이런 문제를 두고 경남도, 김해시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에는 연유가 있다. 역사에 바탕을 둔 이름이라면 그것을 포기하는 동시에 역사도 사라진다.

    비록 가락국의 본토가 인위적인 힘에 의해 잃어버린 행정구역이지만 최소한 그 기원이 되는 이름은 되찾아주는 게 맞다. 이는 부산시가 가락국의 문화를 경남과 공유하고 가야문화의 역사적 정통성을 대승적으로 인정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허 충 호

    사회부 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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