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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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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아버지, 흔들리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세요
‘소년범들의 아버지’ 천종호 부장판사
법정에서 만난 다양한 아버지 모습 담아

  • 기사입력 : 2015-04-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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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을 앞두고 진정한 아버지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가 법원으로부터 날아들었다.

    창원지법 판사로 재직하면서 본지에 ‘소년재판 이야기’를 20회에 걸쳐 연재했던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가 새 책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를 펴냈다.

    ‘소년범들의 아버지’, ‘호통판사’, ‘만사소년 (萬事少年)’으로 잘 알려진 천 부장판사의 책에는 그가 소년법정에서 만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아버지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업 부도로 아내와 어린 남매를 남겨두고 훌쩍 떠났다 비행소년이 된 아들의 재판장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다 제 잘못입니다. 다 제가 잘못해서 그런 겁니다”를 끝도 없이 되뇌는 아버지.

    가출 후 성매매를 하다 소년재판을 받게 되면서 딸의 지능이 낮은 것을 알았다는 아버지.

    실명 위기에 처한 아이의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소년원에 보내 달라고 하다가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아들의 한마디에 오열한 아버지.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망가져 가는 아이를 벙어리 냉가슴 앓듯 지켜보다가 아들과 동반 자살하려 했던 아버지.

    보호자가 없는 비행소년을 위해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청소년회복센터장 등 천 판사가 소년재판이나 청소년회복센터 활동을 하면서 목격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천 부장판사는 “법정에 서는 아이들은 조손 가정 아이들이나 부모의 이혼 등으로 아버지 없이 자라는 한부모 가정이 많았고, 또 아버지가 있어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법정에서 만나는 아버지들의 모습도 실망스러울 때가 있었다. 아이들의 마음속 영웅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가 돼 주던 든든한 아버지의 모습은 사라지고, 아버지 자격을 스스로 박탈한 불량한 아버지들이 많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천 부장판사는 “아버지는 아이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도, 가로막는 벽이 될 수도 있다. 비행청소년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인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이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보살피고 이끌어줘야만 한다”며 “이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 줄 사회적 장치를 하루빨리 제도화시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에게 내 아이, 네 아이 가리지 말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의 아버지가 돼주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추천의 말을 쓴 윤인태 부산고등법원장은 “‘아버지는 자녀가 생겼다고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통해 완성돼 가는 존재’라는 구절이 유독 가슴에 와 닿았다”며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자녀에 대한 사랑과 역할을 점검해 보기 바라고, 방황하는 소년들은 이 책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천 부장판사는 창원지법 소년부 판사로 재직하던 2013년 2월에도 소년재판 이야기를 담은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출간했다.

    천종호 저, 도서출판 우리학교 간, 1만5000원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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