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측근들이 ‘1억 전달자’로 알려진 윤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나 회유를 시도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홍 지사가 회유 의혹을 부인했다. 또 윤씨를 만난 홍 지사 측근 A씨도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회유나 협박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24일 “홍 지사 측근인 A씨는 최근 윤 전 부사장과 만나 ‘홍 지사에게 직접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고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홍 지사 측근 A씨= 윤씨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홍 지사의 측근 A씨는 윤씨를 회유하거나 협박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직함과 이름을 익명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A씨는 26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윤씨에게 전화를 한 배경에 대해 “인간에 대한 도리라는 건데…. 누구 지시를 받거나 오더가 아니라도 이 국면에서 (인간적 도리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쪽(윤씨)은 20년 넘게 알던 후배고, 지사는 내가 모시고 있고…. 지사 참모 중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다. 다들 걱정하고, 윤씨 하고 내가 가까운 건 다들 아는데…내가 가만있을 수 없는 건 아니냐”고 말했다.
A씨는 “윤씨와 관계가 20년 됐다.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12일 전화했고 18일 서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가 실제 만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씨 쪽에서 회유나 협박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건 그 사람 판단이다”라면서도 “윤씨가 회유나 협박이라고 느꼈다면 자기가 만나자는 소리를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윤씨에게 “‘돌아가신 양반(성완종 전 회장)이 너한테 전달된 것을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냐’고 물었더니 ‘그거는 힘들어요’라고 대답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면 경선 살림에 보탰다고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A씨는 홍 지사에게 윤씨와 통화 내용을 이야기한 부분을 시인했다.
A씨는 “지난 15일 도청에서 행사 이후 홍 지사를 만나 차 한잔하면서 윤씨와 통화한 내용을 전했다”며 “홍 지사는 자신이 (성완종 리스트에) 왜 끼었는지, 윤씨가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지를 묻더라”고 전했다.
A씨는 “돌아가신 양반(성완종)이 이름을 적어 놓은 데서 비롯된 것이지 윤씨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지사님에게 안 좋은 감정은 없는 것 같다고 (홍 지사에게) 대답했다”고 말했다.
◆홍 지사 입장= 홍 지사는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서 만났을 순 있다. 그러나 회유 운운하는 건 좀 과하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날 도청 출근길에 기자를 만나 “윤씨 하고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이 내 주변에도 좀 있어요”라면서 이같이 말한 뒤 “윤씨는 친박 연대도 같이 하고 이래 가지고 처음 밝힌 대로 내 측근이 아니고 누구 측근인 줄 여러분 아실 거예요. 그 의원님 밑에서 같이 참모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아직도 제 주변에 많아요”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사전에 윤씨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몰랐다”고 답했다. A씨가 윤씨와 통화한 사실에 대해 홍 지사는 “지난 15일 통화했다는 걸 들었는데, 내가 ‘엄중한 시점이다. 엄중한 시점이기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통화하지 마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추측보도가 난무해도 저는 흔들리지 않고 수사 절차에 협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은 검찰에서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