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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10년간 4가지 암과 싸워 이긴 전문의 이종욱씨

“4개의 암 앓았습니다, 새로운 삶 얻었습니다”
10년간 4개의 암 이겨낸 이종욱 마산동서병원 부원장

  • 기사입력 : 2015-04-2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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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에서 신경정신과 의사로 이름을 날리다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10년 사이에 직장암, 위암, 임파선암, 편도선암에 걸렸다가 가까스로 건강을 회복한 마산동서병원 이종욱(77) 부원장. 그는 4개의 암으로 신체의 여러 기관들을 잃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충만해졌다고 말한다. 암으로 인해 변화된 인생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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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마산동서병원 부원장이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의 한 카페에서 일선 학교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담심리사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 원장은 1938년 만주 무순에서 인쇄업을 하던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해방된 후 부모의 고향인 평북 용천으로 돌아온 뒤 다시 서울로 내려왔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6·25전쟁이 일어났고, 부산으로 피란 가 2년 넘게 살았다.

    전쟁이 끝난 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음악대학에 진학하려 했다. 교사가 목소리가 좋고 음악적 소질이 있다고 칭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친의 만류로 가톨릭의대 전신인 성신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하지만 본과 2학년 때 두 번 낙제해 퇴학당하고 한동안 방황했다. 하고 싶었던 음악공부를 하다가 연탄장사로 돈을 모아 고려대 의대에 편입학했다.

    군의관으로 부산통합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중령으로 예편한 뒤 마산고려병원(현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에서 한동안 일하다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이종욱 신경정신과를 개업했다. 후배 의사 2명과 함께 진료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정도로 환자가 몰려 돈을 벌었다.

    지상 4층 병원 건물에 환자를 대상으로 음악치료, 사이코드라마 등을 하기 위해 150석 규모의 조인트홀을 마련했으나 사용하지 않는 날이 많자 거의 매주 무료 음악회를 열었다. 서울서 음악공부를 하다가 알게 된 테너 박인수, 바리톤 김원경을 비롯해 러시아 교포 소프라노 넬리 리 등 국내외 유수 음악인들이 이 무대에 섰다.

    한 번에 400~500만원이 드는 공연을 200여 차례 했더니 나중에 지인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음악회를 안 했더라면 10억원을 모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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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장로성가단을 지휘하고 마산남성선교합창단 단장을 맡았으며, 창원시립교향학단의 전신인 아카데미 신포니에타를 창단하는 등 지역 음악 발전에 기여했다.

    돈을 벌고 명성이 높아지자 기고만장하고 오만해졌다. 그런 이 원장을 책망하기라도 하듯 시련이 닥쳤다. 사기를 당한 것이다.

    절친했던 환자가 공장을 개업하면서 이사로 참여해달라며 서류를 가져왔다. 서류 내용 중 24억원이라는 문구가 있어 의아하게 생각해 물어봤더니 형식적인 것이라고 해 날인을 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남도청에서 강의를 하고 나오니 병원 사무장으로부터 큰일 났다는 전화가 왔다. 병원 건물을 담보로 24억원, 이 원장 명의로 185만달러가 대출됐다는 것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병원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다.

    입찰보증금이 없어 고교 동창을 비롯해 지인들에게 100만원씩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일주일 뒤 통장 정리를 해보니 한참이 걸렸다. 9700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그동안 인심 잃고 살지는 않았구나 생각했다.

    낙찰을 받았지만 잔금을 마련해야 했다. 이 원장에게 신세를 진 대학 동문이 자신의 공장을 담보로 9억원을 빌려줘 또 한고비를 넘겼다.

    그렇게 병원을 되찾았지만 매달 내야 할 이자가 1000만원 가까이 돼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병원 건물을 임대하기도 했지만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던가. 그 와중에 암에 걸렸다. 어느 날 혈변을 보게 돼 검사를 해보니 직장에서 포도알만한 용종 6~7개가 발견됐다. 조직검사를 해보니 암이었다. 수술로 직장을 제거했다.

    몇 년 후 이자를 감당 못해 고민 중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위에 용종이 발견됐다. 암 진단을 받아 위 일부를 절제했다.

    암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1년 후 목에 멍울이 만져져 검사를 하니 이번에는 임파선암이었다. 임파선에서는 암이 초발되지 않아 어디서 전이됐는지 찾아야 했다. 편도선이 문제였다. 편도선암이 전이돼 임파선암이 발병한 것이다.

    수술로 편도선을 들어내고 임파선 34개와 목 주변 신경, 혈관, 근육을 조금씩 잘라내 침도 소리도 반쪽으로만 나온다. 방사선 치료를 받는 바람에 머리털이 모두 빠지고 뼈가 삭아 코와 구강 사이에 구멍이 뚫리기 직전에 수술로 막아야 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인생에 한 번도 발병하지 않는 암이 왜 내게는 4개나 오나 하는 절망감으로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헬렌 켈러 여사같이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도 인류를 위해 많은 일을 했는데 내가 왜 못 살아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암을 이기면 여생이 얼마일지 몰라도 욕심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것이 어느 특효약보다 좋은 항암제가 돼 건강을 회복하게 됐다. 아울러 암으로 인해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고, 예전엔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됐다. 미운 사람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너그러움도 갖게 됐다.

    4개의 암이 이 원장의 몸은 갉아먹었지만 마음은 충만하게 만든 셈이다.

    건강을 회복한 이 원장은 몇 년 전부터 마산동서병원 부원장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는 매주 월요일 일선 학교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10명 남짓 상담심리사들을 대상으로 ‘사람과 삶’이라는 큰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정신문화를 고양시키고 물질문명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서다.

    “욕구수준은 높은데 현실수준이 낮아 현대인들은 대부분 우울증을 앓고 있어요. 욕구수준과 현실수준이 벌어질수록 상실감이 커지고, 이런 상실감이 우울증이 됩니다.”

    그는 현대사회에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급증한 것은, 정신문화는 답보상태인데 물질문명은 나날이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정신문화와 물질문명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상실감이 커지고 자아형성이 안돼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살인, 폭행, 방화 등 각종 범죄가 판을 치는 이유가 그 때문이에요.”

    이 원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계속할 계획이다. 10년 이상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고, 그런 환자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여생 동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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