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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100) 두 개의 푸른 보배 비진도

미인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비진도
나란히 두손 맞잡았네, 두개의 푸른 보배

  • 기사입력 : 2015-04-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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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에는 섬이 많다. 통영 바다에는 570개(유인도 43·무인도 527개)의 섬들이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이들 섬 중의 하나인 비진도는 통영시 한산면에 속해 있는 8자 모양의 아름다운 섬이다. 비진도(比珍島)라는 이름은 산수가 수려하고 풍광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해산물이 풍부해 ‘보배에 견줄 만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섬이다.

    안섬과 바깥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두 섬 사이에는 긴 사주가 형성돼 지도에서 보면 마치 손잡이가 짧은 아령이나 장구 형태를 나타낸다.

    기자는 지난 2일 오전 11시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이곳을 찾았다. 평일이어서 다소 한산한 이날 배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을 보면서 50분 정도 지나자 비진도 외항선착장에 도착했다. 봄은 이미 왔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어 조용하고 한적해 을씨년스러웠다.

    선착장에서 외항마을로 5분 정도 걷자 바깥섬과 안섬을 연결하는 긴 모래톱과 산호빛 바다가 인상적이다. 비진도의 또 다른 이름인 미인도는 그만큼 섬이 아름답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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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시 비진도 산호길 미인전망대에 올라서면 비진도 해변과 한려해상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김승권 기자/

    모래톱의 왼쪽은 산호빛 모래 해수욕장, 오른쪽은 몽돌 해수욕장이다. 모래 해수욕장은 해안선의 길이가 550m나 되는 천연 백사장이다.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은 데다 수온도 알맞아 여름철엔 인파로 북적인다. 몽돌 해수욕장은 파도가 크게 치고 있어 몽돌로 된 자갈들이 많다. 이곳은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곳으로 해산물이 풍부하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이 날은 볼 수가 없었다.

    해수욕장에 이어 비진도 산호길를 찾아나섰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관리공단이 미륵도, 한산도, 연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 통영의 6개 섬에 조성한 바다 백리길 중 으뜸이 산호길이다. 산호길이란 이름은 비진도의 바다가 산호처럼 푸르고 아름답기 때문에 붙여졌다. 산호길 코스는 외항-망부석 전망대-미인전망대-흔들바위-선유봉 정상-노루여전망대-비진암 등 5㎞로 이어져 있다.

    선유봉으로 오르는 산길로 방향을 잡고 4~5m 높이의 울창한 숲길을 1㎞ 정도 헤집고 올라가자 망부석전망대가 나타났다. 전망대 옆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서 있는 코가 오뚝한 바위가 망부석이다. 무지개를 타고 비진도에 내려온 선녀가 한 남자를 사랑하여 살다가, 남자가 풍랑으로 돌아오지 않자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망부석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에는 이광섭 시인의 ‘망부석’과 박경리 선생의 ‘산다는 것’이라는 시가 나란히 있어 애틋한 사연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하다.

    망부석전망대에서 200m 남짓 올라가자 주변의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비진도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미인전망대다. 맑은 날이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 색깔은 너무도 고운 영롱한 산호색이라서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잔뜩 날씨가 흐려 산호빛 바다의 진수를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비진도는 8자 모양이다. 북쪽 섬과 남쪽 섬이 솟아 있고, 이 두 개의 섬을 긴 사주가 연결해주고 있다. 남쪽 섬(내항) 해안가 주변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연이어 나타나며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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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 섬과 남쪽 섬을 연결해주는 긴 사주.

    비진도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이 겹겹이 둘러싸여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비진도 오른쪽편에 한산도, 용초도, 추봉도, 죽도, 소덕도, 장사도, 소병대도 등 10여개의 섬이, 왼쪽편에는 오곡도, 관리도, 학림도, 미륵도, 춘복도 등이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비진도 앞바다는 마치 유럽 등에서 볼 수 있는 큰 호수처럼 느껴진다. 이 잔잔한 바다 위로 한 번씩 배가 물살을 가로지르며 지나갈 때면 잔잔한 뒷물결과 함께 묘한 여운을 준다.

    미인전망대의 아쉬움을 남겨두고 조금 올라가니 흔들바위다. 실제로 손으로 밀어보니 바위가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았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에 살다가 하늘로 올라간 선녀가 섬에 홀로 남은 어머니의 식사가 걱정되어 땅으로 내려 보낸 밥공기 모양의 바위가 바로 흔들바위라고 한다.

    흔들바위를 지나서 20분 정도 걸어 선유봉에 도착했다. 선유봉은 해발 313m 높이이나 비진도에서는 제일 높은 산봉우리다. 선유봉전망대에서 보는 비진도의 뒷모습은 더 넓고 아득하다. 주변에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천남성이 많다. 예쁘고 화려하게 보이지만 천남성은 독초라고 한다.

    선유봉에서 비진암 방향으로 걷다 보니 해안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 ‘노루여’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서 기암절벽을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바위 절벽이 바다와 맞닿은 곳이 마치 허우적거리는 노루의 발처럼 생겼다. 이곳에서 바라다 보는 바다빛은 그야말로 쪽빛이다. 엄청난 높이에 밑을 내려다보기에도 현기증이 날 듯한 모습이다.

    노루여 옆이 설핑이치다. 눈보라가 휘날리면 바다로 쑥 나간 기암괴석이 은백색이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암절벽이 한참을 이어져 갈치바위까지 연결된다.

    노루여 다음으로 나온 곳이 비진암이다. 비진암은 작은 절인데 암자라고 할 만큼 작고 문은 닫혀 있다. 비진암 뒤로는 대낮에도 컴컴한 동백숲이 이어진다. 동백나무에 꽃은 이미 지고 멀리서 진달래꽃이 드문드문 보인다.

    비진암에서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게이트가 나온다. 2시간 30분 정도의 산행은 비진도의 진경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당단풍, 굴피나무, 소사나무, 동백나무 등의 활엽수들과 미인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섬들의 파노라마와 산호빛 바다, 해안의 깎아지른 절벽들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각인될 것 같다. 조만간 다가올 여름에 많은 사람들을 유혹할 비진도 해수욕장의 긴 모래사장도 마찬가지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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