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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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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고운맘 되기 (9) 레벨2- 잠을 재워라

  • 기사입력 : 2015-05-01 15: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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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이시여. 아기만 잘 자면 뭐든 하겠습니다.."
    출산 2주차 나의 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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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는 딸, 예쁘다>


    초보 엄마의 2단계 미션은 아기 재우기였다.

    집으로 온 생후 2주 된 딸의 행동패턴은 크게 세 가지였다. 먹거나, 자거나, 울거나.
    책에서는 아기가 우는 이유가 보통 셋 중 하나라고 했다. '배가 고프다, 기저귀가 찝찝하다, 잠이 온다'
    가장 어려운 요구는 '잠이 온다'였다. 잠이 오기 시작하면 사정없이 울기 시작하는데, 잠이 들 때까지 안아 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친정엄마는 이것을 잠투정이라고 했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아기가 잠드는 일이 낯설고 힘들어서 투정을 부리는 것이랬다. 얼마나 낯설고 힘든지, 딸의 잠투정은 짧게는 15분, 길게는 1시간이나 이어졌고 잠이 들 무렵이면 둘 다 기진맥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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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는 딸, 못났다>

    더 어려운 과정은 그렇게 재운 후였다. 잠든 아기를 내려놓아야 하는데, 바닥에 등이 닿기가 무섭게 잠에서 깼다.(이걸 등센서라고 한다) 엄마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습득한 여러 기술(일정 속도로 흔들면서 내려놓기, 일정 스냅으로 등 두드려 주기)을 통해 어렵사리 눕히더라도 10분이면 깼다. 그래서 대부분 딸을 배 위에 올려놓고 재웠다. 그러면 겨우 30~40분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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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기 직전의 딸>

    일과는 젖 먹이기(30분), 트럼 시키기(15분), 재우기(30분), 잘 자게 도와주기(30~40분)의 무한 반복이었다.
    그때부터 몹쓸 습관, '비교하기'도 시작됐다. '조리원 동기의 아기는 혼자 누워있다가 그냥 잠이 든다던데, 친구의 아기는 하루의 절반을 잔다던데.' 물론 대부분의 아기들이 잠투정을 하겠지만, 내 아이만은 '엄친딸'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이런 못난 비교 짓은 육아 기간 한동안 계속된다)
    그리고 유독 잠에 예민한 딸을 위한(아니, 그런 딸을 재워야 할 나를 위한) 갖은 노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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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의 속싸개 속에서?자는 딸>

    아기를 잘 재워 준다는 일명 '기적의 속싸개'를 종류별로 샀다. 아기가 속싸개 안에서 자궁 속과 같은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지만, '국민' 이름표가 붙은 속싸개도, 유럽의 고가 브랜드의 속싸개도 엄친딸을 만들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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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링 속에서 딸을 재우기 성공>

    엄마를 좀 더 편하게 해 준다는 슬링을 사서 아기를 재워보기도 했다. 허리나 어깨가 덜 아프긴 했지만, 일주일 정도 효과를 본 후 딸이 거부해서 사용하지 못했다. 공갈젖꼭지를 물려도 봤지만 사정없이 뱉어버렸다. 이 밖에 유모차 태워서 흔들기, 진동 바운서에 눕히기, 드라이기나 청소기 틀기, 백색소음 들려주기 등을 시도했지만, 효과는 단기적일 뿐 기적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100% 아기를 잘 재워주는 기계만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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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때 제일 예쁜 딸>

    그러면서 깨달았다. 아, '아기는 잘 때 가장 예쁘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걸.(그런데 희한하게도 힘들게 재운 아기를 보고 있으면 또 깨우고 싶다. 물론 실제 깨우는 일은 없었지만)

    딸의 예민한 잠투정은 1주일, 2주일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 2시간도 못 자던 나는 극도로 예민해졌고, 한밤중 우는 아기를 안고 "대체 엄마더러 어쩌라고" 라며 엉엉 울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최후의 보루, 친정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친정엄마는 딸을 잘 재웠다. 별다른 도구도 없이, '쉬~' 거리며 토닥거리면 딸은 꽤 길게잤다.
    엄마는 말했다. "아기니깐 잘 못자는게 당연하지. 당연하게 생각하고 엄마인 니가 도와줘야지."
    그랬다. 어쩌면 문제는 아기를 안고 안절부절 하던 초보 엄마의 미숙함과 조급함이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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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정아빠에게 매달려 자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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