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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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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유재영

  • 기사입력 : 2015-05-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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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서고 돌아오는 길 먹잠자리 향해 함부로 돌 던진 일

    미안하다 피라미 목 내미는 여울 물수제비 뜬 일 미안하다

    자벌레 기어가는 산뽕나무 마구 흔든 일 미안하다

    내를 건너다 미끄러져 송사리 떼 놀라게 한 일 미안하다

    언젠가 추운 밤하늘 혼자 두고 온 어린별 미안하다, 미안하다

    ☞ 지난날이 돌아다 보인다는 것은 철이 든다는 말이다. 나이가 든다는 말이다. 죽음을 생각해 본다는 말이다. 아침놀보다 저녁놀이 더 깊은 것도 그런 진실의 언저리에 닿아 있을 것이다.

    젊은 날은 이기는 것이 좋더니, 반드시 이겨놓아야 안심이더니 나이가 들면서는 지는 것이 편하다. 남에게 해코지라도 한 일이 있으면 두고두고 양심의 공격을 받는다. 그래서 안다. 시인의 미안한 마음이 진실로 ‘사실’인 것을…. 해코지는커녕 조그만 서운함, 조그만 실수, 조그만 무심함, 고의도 없었던 조그만 방심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이 미안하고 후회스러운 것이 ‘사실’인 것을….

    좀 더 잘해 줄 걸…. 이렇게 생각하는 정황에 이르렀다면 그 사람은 분명 인생의 가을에 들어선 자일 것이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 비밀을 눈치챈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서는 분명히 향기가 날 것이다.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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