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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조 기자 고운맘 되다(10) 신생아 사경을 아시나요

  • 기사입력 : 2015-05-08 18: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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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갓 지난 딸 아이를 포대기로 뚤뚤 말아 안고 집을 나섰다. 초조한 발걸음으로 2월의 칼같은 바람을 뚫고 도착한 곳은 창원의 한 종합병원이었다. 작고 조용한 방에 안내됐다. 신생아 전용 사경 치료실이라고 했다. 방 한가운데 테이블 위에는 수건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딸을 조심스럽게 수건 위에 내려놓는데 목이 잠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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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은 신생아 사경증을 진단받았다. 목의 한쪽 근육이 짧아져 고개를 한쪽으로만 바라보는 증상이다. 산후 조리원 간호사가 가장 먼저 발견해 알려줬고, 동네 소아청소년과를 거쳐 종합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초음파 검사로 확진을 받았다. 사경 원인은 배 속에 있을 때 아기의 자세 문제일 경우가 90%라고 했다. 의사는 내 얼굴을 힐끗 쳐다보더니  "분만시 문제로 사경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엄마가 미안해하지 마세요. 요즘 신생아 사경은 흔해서 치료하면 거의 완치 되니깐 너무 걱정하지도 마시고"라고 했다. 그때가 생후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고, 치료는 한 달 가량 지나서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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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치료 날이었다.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를 치료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겁이 났다. 그렇다고 미룰 수는 없었다. 목을 가누기 전에 치료하면 회복이 빠르고, 방치할 경우 얼굴과 몸 전체가 비뚤어진다. 치료를 기다리던 한 달 동안 딸은 늘 오른쪽으로만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억지로 왼쪽으로 돌려놓으면 울었다. 오른쪽에 딱딱한 무언가가 만져지기도 했다. 병원에서 알려준 사경 마사지를 해주려고 했지만 낑낑대거나 울어버리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집에서도 어려운데, 병원에서는 얼마나 더 힘들까. 발을 동동 굴리는 심정으로 아기를 안았다 내려놨다 하면서 의사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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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약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수녀였다. 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 종교적 성향보다는 여자라서, 그리고 의사 가운이 아닌 수녀복을 입고 있는 것에 안심이 됐다. 수녀 선생님은 나즈막하게 딸에게 말을 걸더니, 눈을 맞추면서 목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치료시간은 30분이었다. 딸의 표정을 살피느라 어깨가 빳빳해지고 손에 땀이 났는데, 정작 딸은 편안한 듯 치료를 받던 중 잠까지 들었다. 신생아를 다루는 게 꽤 능숙해 보였다. 수녀님은 하루에 10명 가까이 사경 아기를 치료한다고 했다. 딸과 같은 아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안심이 됐다.

    치료는 1주일에 2~3회씩 이어졌다. 한겨울 갓난아기를 차에 태워서 40분가량 움직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친정 부모님이 매번 고생 했다. 병원 치료실 앞에서는 늘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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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딸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고, 치료에도 잘 적응했다. 문제라면 치료 도중에 똥을 자주 싼다는 것. (딸은 대체로 하루에 5~6차례 변을 봤는데, 매번 수녀님이 안고 있을 때나 엎드렸을 때 볼일을 봐서 냄새를 풍겼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구토를 해서 수녀님의 옷을 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매번 수녀님은 웃었다. (아마도 수녀님이니깐...)

    3개월을 꼬박 치료를 받은 후 딸의 상태는 꽤 호전됐다. 집에서도 왼쪽 오른쪽 자유롭게 목을 움직였다. "이제 치료를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의사의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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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병은 아니었지만 딸의 아픔을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자식은 아프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또 자식이 아프면 부모가 더 아프다(아프고 힘들고)는 것을. 그리고 그 사이 딸은 또 부쩍 커서 눈을 맞추며 웃기 시작했고, 그 미소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제 영원히 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평생 '을'이 됐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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