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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무크(MOOC)가 ‘거꾸로 교실’을 만날 때- 김경모(경상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05-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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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는 지난달 10개 대학의 27개 강좌를 선정해 이르면 오는 9월 한국형 무크(K-MOOC)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되면 일반인들도 국내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나서서 한국형 무크를 도입하게 된 데는 대학이 가진 우수한 강의 콘텐츠를 일반 사회와 공유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2012년 미국에서 시작하여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에서 불고 있는 무크(MOOC) 열풍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크는 대중을 상대로 한 웹 기반의 온라인 공개 강좌를 의미한다. 무크의 성장은 인터넷 관련 기술의 발달과 궤를 같이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무크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접속해 강의를 선택하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내용을 자신만의 속도와 스타일로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수강할 수 있게 되었다. 무크가 가진 이 같은 기술적인 장점에 힘입어 현재 무크의 최대 플랫폼인 코세라(Coursera)에는 이미 공학과 예술 그리고 경제학 분야의 1000개가 넘는 강좌가 올라와 있으며 수강생도 1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경우 더 이상 비싼 학비를 들여가며 대학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지어는 교수 한 명, 강의 하나가 하나의 대학이 되고 이런 작은 대학들이 부문별로 모여 네트워크화된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많은 대학이 사라질 것이며 이 과정은 역설적으로 대학의 재정 문제를 큰 차원에서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K-MOOC의 확산은 2018년부터 가속화될 입학자원의 감소와 그런 과정에서 장기적인 한국 대학들의 생존 방법의 모색이라는 훨씬 크고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무크의 도입과 확산이 가지는 이러한 의미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은 MOOC를 대학 수업에 접목하는 방식의 문제이다. 학습 활동이 수요자 중심의 맞춤식으로 변해 가고 있는 현실과는 다르게 무크는 대량 생산된 강의를 일방적으로 제공해 학습자들의 교육적 만족도나 성취도를 떨어뜨릴 소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눈여겨볼 것이 ‘거꾸로 교실’이다.

    ‘거꾸로 교실’은 지난해와 올해 한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된 다큐멘타리의 제목이다. 교사와 학생의 역할, 내용 전달과 문제해결의 방식이 기존의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과는 ‘뒤집어’져 있다는 점에서 거꾸로 교실이다. 거꾸로 교실에서 학생은 교사가 미리 제작한 동영상 등으로 기본 내용을 숙지해 오고 교실 수업에서는 토론과 심화학습, 응용이나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수업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수업활동을 안내하거나 촉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 결과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가 높아져 학습성취도 또한 높아진다는 점들이 전국의 거꾸로 교실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교실은 초중등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혁신 노력으로 그치고 있다. 무크가 거꾸로 교실에서 사용되는 ‘교사가 미리 제작한 동영상’의 적절한 대체물이 된다면 그 다음의 문제는 대학의 교실에서 강의 아닌 토론과 문제해결형 학습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아직도 대학의 수업이 ‘강의’로, 대학의 교실이 ‘강의실’로 불리는 것처럼 대학의 수업 활동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무크의 도입은 대학이 처한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학 교육의 본질인 수업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경모 (경상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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