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길을 쓰는 ‘레이오프’ 여성 노동자- 톈허(한성례 역)

  • 기사입력 : 2015-05-14 07:00:00
  •   
  • 메인이미지




    꼭두새벽의 싸늘한 바람이 얇은 옷을 입은 그녀의 몸에 불어와

    그 표정을 깎아간다 어스름한 가로등 아래

    그녀는 거리의 먼지를

    일부는 쓸어내고 일부는 들이마신다

    그녀는 레이오프 여성노동자,

    태어날 때부터 찢어지게 가난하다

    허나 지금은 길거리가 내 것 같아서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토록 기나긴 길을

    홀로 쓸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날이 밝으면 이 길도 모조리 남의 길이다

    ※레이오프(lay-off): 일시 해고. 기업이 경영부진으로 인원 삭감을 해야 할 때 나중에 재고용할 것을 약속하고 종업원을 일시 해고하는 것.

    ☞ 일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 그래서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인가 봅니다.

    일에 시달릴 때 늘어놓는 그냥 쉬고 싶다는 푸념도 가진 자의 너스레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른 새벽, 아무도 없는 거리를 혼자 쓰는 자. 아득히 쓸어야 할 길이 뻗어 있는 것을 기뻐하며 기꺼이 먼지를 들이마시는 자. 그는 참으로 ‘일꾼’인 자일 것입니다.

    삯꾼은 삯을 보고 즐거워하지만 일꾼은 일을 보고 기뻐하기 때문입니다. 이 순전한 일꾼에게서 일을 빼앗아 간 자는 누구입니까? 이 일꾼으로 하여금 일을 하게 하는 세상은 누가 펼쳐 열어야 할 사명입니까?

    조예린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