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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언부중 천어무용(一言不中 千語無用)- 박중철(마산포럼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15-05-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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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말을 낳고 말이 다시 말을 낳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로 수사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뉴스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자신이 쏟아낸 말에서 일부 기인하고 있다. 말이란 화자의 지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며, 말하는 장소와 시간도 중요하다. 말의 본새 여하에 따라 구설이 되기도 한다. 또 말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를 외면하거나 회피하려다간 또다른 화근을 자초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범부의 말과 천양지차이듯 고위직의 한마디는 때에 따라 무게를 가늠할 수 없다.

    성완종리스트에 오른 홍 지사가 쏟아낸 일련의 말들을 되새겨보면 점점 자신이 표현한 ‘올무’에 얽혀 드는 느낌이다. 할 말 안 할 말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절제의 여유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 막말로 이어질까 애처롭다.

    경남의 도백으로서 보여준 일련의 정책들을 통해 그의 과단성이야 익히 알려져 있지만, 피의자 신분으로서 홍 지사에게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당당함의 기백을 찾을 수 없다.

    급기야 검찰조사 이후 ‘깨끗함’을 강조하려다 보니 공직자로서의 금기어들이 튀어 나왔다. ‘대여금고’나 ‘부인의 비자금’이 그러하고 종국에는 ‘공천헌금’이란 단어까지 여과없이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국회의원의 공천헌금을 언급하다 명확성을 부연 설명하다 보니 광역의원의 공천 실상까지 언급함으로써 일반국민들은 세간에 나돌던 설(說) 들이 기정사실이었음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설마했던 문제들이 의혹을 벗고 말끔하게 정리된 것이다. 베일에 가려져 왔던 공천헌금문제가 공천을 쥐락펴락했던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것임을 보면 정치에 있어 돈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음을 새삼 느끼게 하고 있다.

    또 홍 지사는 자신의 직책과 관련된 각종 활동비와 업무대책비 등을 거론함으로써 국회라는 조직도 결코 선한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실토하기에 이르렀고, 일선 행정 하급부서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권한의 범위에서 부여된 예산을 유용하는 부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아무리 어렵게 말을 해도 오히려 아주 쉽게 알아듣는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도 않을 뿐더러 해석의 차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자신이 뱉은 말의 속셈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강심장들이 많다. 야당 최고위원 회의장을 싸늘하게 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이란 말도 지위와 장소를 고려하면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였다. 물론 공갈이라는 단어의 사용 자체가 잘못된 것임에야 말할 것도 없다. 본시 공갈은 금전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을 때 사용하는 어휘다. 공갈과 협박의 차이다. 그날의 분위기상 협박이 적절한 어휘였음에도 강조하려다 보니 공갈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뱉어 버린 것이다.

    말에는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소위 신뢰다. 거짓은 탄로나게 마련이다. 이완구 전 총리 역시 이랬다 저랬다 하다가 행보가 꼬였고, 김태호 국회의원 역시 도지사 시절 박연차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홍 지사는 돈을 전달했다는 윤모씨에 대해 경선 당시 자신을 도와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배달사고범으로 말을 바꾸는가 하면, 측근이 시도한 윤씨의 회유 정황도 결코 회유가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당연히 그러한 행위를 회유라고 믿는다.

    진주의료원 문제와 무상급식에 대한 소신 있는 정책추진, 나아가 부산과 경남의 물 문제에 대한 소신과 견줘 보면 성완종 리스트를 놓고 대처하는 홍 지사의 행보는 실망과 함께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言不中理 不如不言 一言不中 千語無用(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 않음만 못하고 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마디 말이 소용없다)’이다. 명심보감 언어편의 구절이다.

    박중철 (마산포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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