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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조 기자 고운맘 되다 (11) 물젖과 참젖이 따로 있나요

  • 기사입력 : 2015-05-15 18: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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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기 엄만 물젖이네…, (아기가) 참젖을 먹여야 포동포동 살도 오르고 소화도 잘 되는데….”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20대 외모가 된 칠순의 할매 ‘오두리’가 지하철에서 만난 아기 엄마에게 건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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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수상한 그녀 중/

     함께 영화를 보던 남편은 크게 웃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4개월을 모유수유를 고집해 왔지만, 그 결과 -포동포동 살이 오르지 않는 아기- 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조리원 퇴소 후 며칠을 씨름 끝에 직수에 성공했고(참고- 시리즈 (8)편), 아기가 울 때마다(심지어 밤중에도) 수시로 수유를 했지만 딸은 좀처럼 살이 붙지 않았다. 앙상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친정엄마를 비롯한 많은 친인척들이 ‘오두리’처럼 물젖 타령을 했다. 물론 육아 책에서는 물젖과 참젖이 따로 없다고 했지만, 딸이 살이 찌지 않으니 그것도 믿기지 않았다. 또 자괴감 모드에 돌입했다.(육아기간 내내 반복 또 반복이다) ‘내 모유는 진짜 영양가 없는 물젖인가, 잠을 잘 못자는 것도 물젖 때문인가. 아기를 위해 분유를 줘야 하나, 나는 왜 물젖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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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끈한 딸의 허벅지/

     딸은 몸이 가벼워서 인지 뒤집기도 빨랐고 하루 종일 손과 발을 버둥대며 놀았는데, 남편은 이를 보고 “아기가 많이 움직여서 살이 안찌는 것 같다”며 위로하곤 했다.(이는 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와 비슷한 논리라 크게 위로가 되진 않았다. 물론 고맙긴 했다.)

     생후 100일이면 출산 시 몸무게의 2배가 돼야 한다고 하는데 1.5배도 늘지 않았다. 카카오 스토리에 올라온 친구 아기들의 소시지 허벅지와 팔뚝이 부러워 자꾸 딸의 허벅지만 쓰다듬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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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동기의 아들이다. 팔이 4단 소시지다. 부럽다./

     그래도 선뜻 분유를 주지 못했다. 잘 알려진 모유수유의 장점도 장점이었지만 사실 모유수유가 너무 편했다. 분유를 먹이면 물을 끓여서 식혀서 분유를 타서 먹이고 분유병을 씻는 일을 하루 몇 번씩 반복해야 했는데, 생각만으로도 지나치게 귀찮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딸이 크게 아프지도 않았기에 차일피일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결국 분유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 생겼다. 조리원 동기 모임에서였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아기들 8명이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아이들 사이에 놓인 딸은 너무도 지나치게 왜소했다. 덩치가 큰 아이들은 딸의 2배만큼 몸무게가 나갔다. 특히 기저귀를 갈면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딸의 왜소한 허벅지가 안쓰럽고 미안했다.

     집으로 오는 길, 나는 분유를 샀다. 그것도 제일 비싼 걸로. 딸은 분유를 잘 먹었다. 어떤 아기들은 모유에 적응하면 분유를 거부한다던데, 그런 것도 없었다. 분유도 모유도 다 잘 먹었다. 엄마가 물젖이라 배가 고파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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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후로도 딸은 크게 살이 찌지 않았다. 6개월 영유아 검진에서 몸무게가 하위 20%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고 모유를 완전히 끊고 분유로 전환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초 날씬 아가로 크고 있다.

    친정엄마가 그랬다. 나와 동생도 어릴 때부터 매우 말랐었다고.(불행히도 지금은 아니다) 농담처럼 “엄마도 물젖이었던 거 아냐?”라고 했지만, 아마도 유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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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모유에 물젖과 참젖이란 것이 있을까. 믿고 싶지 않다. 아기들도 체형적인 특징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몸무게가 다를 것이다. 분유가 없던 시절 아기들도 다 건강하게 자라지 않았는가.

     이후로도 딸은 건강하게 잘 자랐는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물젖을 탈피(?) 해보려고 한약을 머고, 밥도 2배로 먹어대느라 몸무게가 만삭 때보다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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