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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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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가족들에게 사랑한다 전해 주오"

본지 기자에 함양거주 네팔 결혼이민여성 부탁…
"완전히 무너져버린 고향집, 가족들 외양간서 살고있대요"

  • 기사입력 : 2015-05-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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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함양군 함양문화원에서 네팔 결혼이민여성들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의 소식을 묻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수니다 타망(39) 씨와 산뚜마야 타망(29) 씨, 레지나 갈레(28) 씨는 함양으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이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야 누가 더하고 덜할 것도 없지만, 지난 보름 동안 이들은 애타는 마음에 목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지난달 말 모국 네팔을 강타한 대규모 지진 때문이다.

    경남신문이 네팔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들의 소식과 응원의 메시지를 갖고 네팔을 간다. 지난 15일 이들의 사연을 듣기 위해 함양을 찾았다.

    함양군 내에 거주하는 네팔 결혼이민여성은 모두 44명. 도내에서 가장 많은 네팔 여성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 중 21명의 네팔 가족들은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나머지 23명 가족들은 사망이나 부상, 건물 파손 등 피해를 입었고, 연락이 되지 않는 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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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뚜마야 타망 씨.

    산뚜마야 타망 씨는 처음 지진 소식을 들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데 카트만두에서 공부 중인 동생이 전화가 왔어요. 지진이 났다면서…. 통화 상태가 좋지 않아 잘 안 들렸어요. 안 다쳤으면 됐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잠시 후에 병원 텔레비전에서 네팔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산뚜마야 씨가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땐 연락이 되지 않았다. 초초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했고, 사흘 뒤 연락이 닿았다. ”카트만두에서 자동차로 3~4시간 떨어져 있는 누와코트가 제 고향이에요. 고향집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서 외양간에서 식구들이 먹고 잔다고 했어요. 물가는 2배 이상 뛰어 생필품을 구할 수도 없어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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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니다 타망 씨.

    수니다 타망 씨는 카트만두에 부모님과 남동생 2명이 살고 있다. 지난달 26일 저녁에 큰아버지 집이 무너져 큰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카트만두의 집도 반이 무너져 내린 상태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라고 했다. 수니다 씨는 “집이 무너지고,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 가슴이 다 무너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레지나 갈레 씨는 누구보다도 먼저 지진 소식을 접했다. “동생이 인도에 살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네팔에 엄청난 지진이 났다고. 언론에도 알려지기 한참 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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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나 갈레 씨.

    레지나 씨는 동생에게 “거짓말하지 마라”며 전화를 끊었다. 몇 시간 뒤 네팔에 강진이 발생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누와코트의 집이 무너지면서 레지나 씨의 큰아버지, 큰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다행히 레지나 씨의 부모님과 동생들은 무사하다. “집 기둥은 서 있었는데 12일에 또 한 번 진동이 와서 기둥마저 다 무너지고 아무것도 안 남았데요. 남아있는 식량에도 흙먼지가 섞여들었다는데 어떻게 먹고 입고 자는지….”

    네팔에 있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하자 모두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당장 달려가고 싶은데, 못 가는 우리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먹는 것도 먹는 게 아니고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제발 살아있어 달라고 전해주세요. 또 사랑한다고도….”

    이들은 곧 비와 우박이 내리는 우기가 닥쳐오면서 창궐할 피부병과 설사병 등을 걱정했다. 여러 가지 약품과 비를 피할 수 있는 텐트를 사보내고 싶다고도 했다.

    네팔 가족들에게 전해줄 사진을 찍자고 하자 잠깐 기다리라며 잠자고 있던 아이를 깨워 안았다. 억지로라도 웃어보라고 하자, 이슬이 맺힌 눈으로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같이 있으면 어떻게 되든 맘은 편할 거 같아요. 죽어도 같이 죽으면 되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잖아요. 마음은 이미 네팔에 있어요. 이 말 꼭 전해주세요. 꼭이요.”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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