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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경남도 ‘부채 제로’가 반갑지 않은 이유- 김재익(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5-05-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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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가부채가 전년보다 93조3000억원 늘어난 1211조2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을 합한 국가채무도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부채 규모가 크고 지방재정이 위기라고 할 정도로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부채 절감을 위해 신규 지방채 발행은 억제하면서 순세계잉여금을 활용해 차입금 조기상환에 노력하고 있다.

    경남도는 부채 문제에 관한 한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2012년 취임 때부터 재정건전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취임 초기인 2013년 1월 말 기준 경남도의 채무는 1조3488억원이었다. 매년 채무발생액이 상환액보다 더 많아 빚을 내어 빚을 갚는 악순환의 되풀이였다. 도는 올해 상환한 2244억원을 포함해 2년여 동안 6782억원의 채무를 갚았다.

    경남도는 내친김에 오는 2018년까지 나머지 채무도 모두 갚겠다고 선언했다. 목표대로 된다면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이 될 것이다. 홍 지사는 지난 18일 실국장회의에서도 “채무 제로(0)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부채 줄이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채무는 없을수록 좋긴 하다. 빚을 지고 살면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문제는 채무를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경남도는 재정점검단을 신설해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세출구조 조정, 거가대로 등 MRG사업 재구조화, 출자·출연기관 구조개혁, 복지예산의 누수 차단 등 고강도 재정건전화 대책을 추진했다. 사업을 재구조화하거나 새는 예산을 막는 것은 바람직한 허리띠 졸라매기이지만, 지나친 세출의 억제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경남도의 전방위적인 부채 감축 노력에 대해 불편해하는 상대방이 생겨나고 있다. 우선 창원시의 야구장 건립사업이다. 새 야구장은 1240억원이 들어가는 대형사업으로 창원시는 도비 200억원도 예산확보 방안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도비의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경남도가 예산절감과 재정건전화를 명분으로 도비 지원 불가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항공기를 정비하는 항공MRO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충북 청주시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천시도 걱정에 빠져 있다. MRO산업단지 사업비로 900억원이 필요하다. 경남도와 사천시가 사업비를 분담한다는 데는 합의했으나 비율은 정하지 않았다. 사천시는 청주시와 충북도가 절반씩 분담하는 것처럼 되길 원한다. 경남도가 여기에도 재정건전화를 내세워 분담을 적게 한다면 사천시는 선정돼도 고민이라는 얘기이다.

    시·군 지자체들은 주요 사업에 있어 도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경남도의 역할 또한 시·군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도적, 지원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 지원 기능을 하길래 법상 광역지자체로서 우월적 지위를 보장받는 것이다. 경남도가 남은 채무를 모두 갚으려면 앞으로 3년간 매년 평균 2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도가 재정건전화를 강조하면서 세출을 필요 이상으로 통제한다면 시·군들은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들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경남도가 채무를 모두 갚는 날이 온다면 홍 지사는 광역단체장으로서 내세울 만한 치적은 될 수 있다. 그러나 도민의 행복과 도내 18개 시·군의 동반성장 없는 경남도 ‘채무 제로’는 큰 의미가 없다. 시·군은 힘들어하는데 경남도만 독야청청해서는 의미가 반감된다. 홍 지사의 재정건전화 노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채무줄이기에 매몰돼 꼭 써야 할 곳도 모르는 체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적절한 채무 관리와 적정한 세출구조 조정이 경남도가 해야 할 일이다.

    김재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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