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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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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내가 그린 장미 '쉐비로즈'

내 손끝에서 피어난 장미 한 송이

  • 기사입력 : 2015-05-22 07:00:00
  •   

  •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 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중략…) //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이해인 수녀님의 ‘장미를 생각하며’라는 시입니다.

    시에서 그녀는 우울한 날엔

    장미가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만 봐도

    ‘살아야 해, 살아야 해’하고

    마음에 불이 붙는다고요.

    제게도 최근 수녀님과 비슷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꼭 장미가 아니어도,

    기분이 울적하거나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날 때면

    꽃을 봅니다.

    그 꽃이 생화가 됐든 조화가 됐든,

    한 송이든 여러 송이든,

    사진으로 보든 직접 보든 상관없이 말이지요.

    그러면 꽃봉오리 하나 마음속에 들어와

    작은 위로가 돼주곤 합니다.



    5월.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지요.

    이팝나무꽃, 수국, 패랭이꽃, 카네이션, 모란 등

    온갖 꽃들로 세상이 환하게 물듭니다.

    어느것 하나 예쁘지 않은 꽃이 없지만

    그중 으뜸은 뭐니 뭐니 해도 장미겠지요.

    5월을 장미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건

    아마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 중

    장미만한 게 없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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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성원주상가 3층 호박마녀에서 김영미(왼쪽 첫 번째) (사)한국수공예디자인협회 창원지부장과 수강생들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여기, 시들지 않는 장미가 있습니다.

    비록 향기는 없지만 1년 내내 한결같은 모습으로

    집안 어딘가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위로해줄 장미 말입니다.

    그 장미가 당신 손으로,

    당신이 원하는 곳에 그려넣은 것이라면

    그 존재는 더 소중해지겠지요.

    왜냐면 그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장미가 될 테니까요.



    자, 그럼 장미꽃 한 송이 그림으로 피워볼까요.

    ‘쉐비로즈’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인데요.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미씨의 도움을 받아 배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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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비로즈가 뭔가요

    쉐비로즈는 ‘낡다, 허름하다’라는 뜻을 가진 쉐비(shabby)와 장미(rose)가 합쳐진 말입니다. 낡고 오래된, 앤틱 느낌이 나는 장미 그림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아크릴물감을 사용해 그리기 때문에 ‘쉐비로즈 아크릴페인팅’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아크릴페인팅 공예는 물감과 붓만 있으면 다양한 소재에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한데요. 김영미씨는 이걸 쉐비로즈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습니다.

    “장미 자체가 화사하고 예쁘잖아요. 그런데다 나무, 유리, 패브릭, 철제 등 다양한 소재에 접목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30~40대 주부들이 많이 찾는 이유지요. 당장 만들어서 쓸 수 있으니 실용적이기도 하고요. 더 나이 드신 분들은 장미그림에 반해 배우러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취미반에서 5점 정도의 작품만 배워도 웬만한 소품에 응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면 다음 단계인 자격증반에 들어가 초·중·고급 과정을 거치면 원하는 그림을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는 단계가 되고요. 창업반에 들어가 실력을 더 닦고 노하우도 곁들인다면 창업도 가능하다는군요.

    하지만 창업을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공예의 흐름에 밝아야 하는데요. 공예분야는 특히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창업을 했다가도 얼마 못 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몇 년 전 붐이 일었던 비즈공방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이유인데요. 김씨도 처음엔 비즈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톨 페인팅과 컨추리 인형, 냅킨 콜라주, 쉐비로즈 분야를 병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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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에서 공방을 운영 중인 김주희(35)씨는 창업에 성공한 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김씨의 공방에 들릅니다.

    “선생님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 여기서 창업반 아크릴페인팅을 배웠어요. 선생님과는 멘토와 멘티 관계죠. 지금은 컨추리풍의 작품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쉐비로즈도 배워보려고요. 도태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하거든요.”

    쉐비로즈는 일단 배워두면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주차판, 액자, 컵, 냄비받침, 키홀더, 화병, 접시, 옷걸이, 티슈케이스 같은 소소한 일상용품뿐만 아니라 실력만 갖춘다면 간판이나 탁자, 가구 등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화사한 장미가 그려진 시계나 커피박스, 티슈케이스는 집들이 선물로도 좋고요. 작은 소품 하나로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면 스위치나 초인종에 쉐비로즈 커버를 입힌다거나 직접 그린 장미액자를 걸어두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김씨의 경우, 가끔 생각지도 못한 리폼을 의뢰받기도 한다는데요. 쓰던 물건에 장미 한 송이만 그려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랍니다.

    “한 아주머니가 뒤주를 들고 오셔서 리폼을 의뢰하신 적이 있어요. 나무는 튼튼한데 버리긴 아깝다고 하면서요. 한눈에 봐도 오래돼 보이는 까만색 고가구였죠. 빨간색 바탕을 입히고 장미를 그려드렸더니 화분받침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며 만족해 하셨어요. 또 한 번은 한복 입고 신을 거라며 하얀색 실내화를 들고 오신 분도 있었어요. 발이 커 맞는 고무신이 없다시면서요. 한복색과 어울리는 색상으로 정성스레 장미 몇 송이 피워드렸더니 덕분에 예쁘게 잘 신었다며 고마워하시더라고요.”

    학교에서 신는 평범한 아이 실내화도 특별한 물건이 될 수 있다는 얘기지요. 하얀색 실내화 모퉁이에 장미 한 송이 새겨넣는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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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비로즈 배워보기

    공방 여기저기서 화려하게 피어있는 장미. 그림에 소질에 없는 사람이라면 완성품을 보곤 주눅부터 들기 십상인데요. 물론 기본기가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배울 수 있겠지만, 김씨는 일단 누구라도 도전해보라고 권합니다.

    “처음엔 나무로 된 반제품에 색을 입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됩니다. 본인이 직접 스케치를 하는 게 아니라 도안을 대고 밑그림을 그린 후 채색을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요. 틀이 있고 형태가 어느 정도 잡혀 있기 때문에 생각만큼 힘들진 않아요. 또 색칠기법을 배우기 때문에 모두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쉐비로즈의 장점은 색을 칠하는 요령과 조색(색을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드는 법)을 배운다는 것인데요. 이 기법만 배워두면 어디든 손쉽게 쉐비로즈를 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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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비로즈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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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게 있을까요. 지금은 누구보다 재미있게 쉐비로즈를 배우고 있는 취미반 수강생 최진아(29·창원시 신월동)씨도 처음엔 막막했다고 합니다.

    “도안이 있다고는 하지만 색을 칠하는 게 어려웠어요. 농담을 달리해 꽃잎을 표현하는 것이나 꽃에 명암을 주는 것도 어려웠고요. 하지만 지금은 재미있어요. 어떤 색을 칠해야 하고, 어떤 색이 서로 어울리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쉐비로즈의 기본 과정은 비슷합니다. 먼저 나무결 방향으로 바탕색을 칠해 말린 후 사포질을 합니다. 이유는 물기 때문에 나무결이 거칠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군요. 이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치는데요. 말릴 땐 드라이기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나무판이 마르면 그 위에 먹지를 놓고 도안을 옮긴 후 장미꽃을 그리는데요. 순서는 잎사귀, 명암, 꽃 순입니다. 마지막으로 마감재를 바르면 작품이 완성됩니다. 마감재로 쓰이는 바니시는 투명 코팅제로, 변색이나 긁힘, 곰팡이 등 오염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군요.

    글= 강지현 기자 pressk@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도움말= 컨추리공방 ‘호박마녀’ 김영미 대표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성원주상가 3층 7호 ☏ 010-387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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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 쉐비로즈 주차판 만들기

    재료: 물감, 사포, 붓, 바니시, 마른 행주, 물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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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차판 반제품에 원하는 바탕색을 칠하고 드라이기로 말린 후 사포질을 하고 한 번 더 바탕색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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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차판에 먹지를 대고 도안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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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잎색을 웜화이트, 노란색, 녹색을 섞은 후 칠한다.(2회)

    4. 3번보다 좀 더 진하게 잎색을 조색해 잎의 3분의 2까지 칠한 후 붓을 이용해 경계선을 물로 풀어준다.

    5. 웜화이트와 노란색을 섞어 잎맥을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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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웜화이트와 노란색, 분홍색을 섞어서 꽃을 칠한다.(2회)

    7. 6번보다 좀 더 진한 분홍색을 조색해 꽃의 중심과 꽃받침 부분의 명암을 표현해준다.

    8. 웜화이트로 꽃의 라인을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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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인쇄해 둔 휴대전화 번호를 주차판에 먹지를 대고 옮긴 후 갈색으로 번호를 따라 적어준다.

    10. 바니시를 발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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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용품도 리폼해보세요

    쉐비로즈는 낡고 오래된 소품이나 가구를 리폼할 때 더 유용하게 쓰이는데요. 때로는 엔틱기법이나 크랙기법을 이용해 일부러 빈티지하고 오래된 느낌을 내기도 합니다.

    민무늬 앞치마나 흰색 면티셔츠, 패브릭 제품들이 지겨워졌다면, 낡은 원목가구가 버리기 아깝다면, 재활용 분리수거함에서 발견한 철제깡통이 자꾸 눈에 밟힌다면, 쉐비로즈를 활용해보세요. 당신의 손끝에서 평범한 생활용품이 화사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곰팡이 핀 나무도마 : 사포로 밀고 바탕 칠한 후 칠판 페인트를 바르고 그림으로 꾸며 마감재 바르면 멋진 메뉴판으로 변신하지요.

    △옷에 쓰인 로고가 부담스럽다면: 로고와 비슷한 색깔로 주위에 장미를 그려넣으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새 옷 같은 느낌이 날 거예요.

    △돌 답례품으로 받은 컵: 컵에 새겨진 날짜와 아이 이름이 거슬려 꺼내쓰지 못했다면 철수세미로 날짜와 이름을 없애고 장미를 그려보세요. 차 마실 때 그 컵만 찾게 될 겁니다.

    △유리로 된 주스병이나 잼병, 꿀병: 뚜껑에 젯소(석고와 아교를 혼합한 회화 재료로 철제성분에 바르면 물감의 접착력을 높여줌)를 바르고 색 입혀 장미 그림 그리세요. 잡곡통으로 쓰거나 단추, 압정, 머리핀 등 찾기 힘든 물건을 넣어둘 때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또 이 통들을 선반에 조르륵 올려만 놔도 인테리어 효과가 난답니다.

    △금 간 와인잔, 민무늬 천가방, 쓰던 옷걸이: 장미 한 송이 포인트로 그려넣어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버려진 식당용 철제 쌈장통 : 젯소 칠한 후 흰색 물감을 스펀지에 묻혀 두드리면서 두 번 바른 뒤 장미를 그려요. 여기에 손잡이를 달면 예쁜 수납공간이 되는데요. 잡곡통이나 간식통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못쓰는 프라이팬: 앤틱 느낌으로 바탕색을 칠한 후 장미를 그려 얹으면 멋진 주방 소품으로 재탄생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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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비로즈의 친구 ‘톨 페인팅’도 만나볼까요

    톨 페인팅이란, 나무 소재의 다양한 소품에 아크릴물감으로 컨추리풍 캐릭터 위주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하는데요. 톨(tole)은 프랑스어에서 온 말로 영어로는 tin, 즉 주석을 뜻합니다. 금속 제품에 그림을 그린 것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쉐비로즈와 마찬가지로 아크릴물감을 사용하기 때문에 ‘쉐비로즈의 친구’라고 표현했는데요. 쉐비로즈의 특징이 ‘장미의 우아함’이라면, 톨 페인팅은 ‘캐릭터의 아기자기함’. 때문에 젊은 엄마들이 많이 배운다고 합니다. 특히 아기방을 꾸밀 때 활용하면 좋은데요. 곰이나 꽃, 자동차 같은 캐릭터가 들어가도록 서랍 손잡이만 바꿔 달아도 전체 방 분위기가 확 달라진답니다. 완성 후에도 나무결이 살아있는 것이 톨 페인팅의 또 다른 매력인데요. 혹 빈티지 공예에 관심이 많다면 컨추리인형(오래된 듯 낡아보이게 만드는 핸드메이드 인형의 일종)과 함께 배워 응용하면 좋을 것 같네요.
    △휴지홀더 만들기

    재료: 토끼휴지홀더 반제품, 물감, 사포, 스테인, 붓, 바니시, 마른행주, 물티슈

    1.스테인을 휴지홀더판과 토끼, 당근 등에 모두 칠한다. 2.토끼와 당근을 연필로 스케치한 후 웜화이트로 토끼의 얼굴과 팔, 다리를 칠한다.(2회) 3.토끼의 몸통은 빨간색에 갈색을 섞어서 칠해주고 발은 검정색으로 칠한다.(2회) 4.토끼의 표정을 연필로 스케치한 후 물감과 펜으로 표정을 그려준다. 5.스텐실붓을 이용해 빨간색으로 토끼의 볼을 표현한다. 6.당근의 잎은 녹색으로, 당근은 빨강과 노랑을 조색한 후 칠해준다.(2회) 7 바니시로 마감한 후 펠트지로 토끼의 귀를 붙이고 천으로 리본을 묶어준 후 목공본드로 붙이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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