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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조 기자 고운맘 되다 (12) 왜 백화점엔 유모차족이 많을까

  • 기사입력 : 2015-05-23 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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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모차족이 뜬다'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기엄마들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른다는 내용이었다. 결혼 전이었는데, 당시 기사를 쓰면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많은 아기 엄마들이 굳이 백화점으로 나올까.

    백화점을 가면 실로 많은 아기엄마들과 마주쳤다. 유모차 1~2대에 가득 차버린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하는 일도 종종 있었고, 백화점 식당에서는 늘 아기들이 있는 테이블을 피해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았었다.

    딸을 카시트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으면서 문득 그 기사가 생각 났다. 딸과 단 둘이 나서는 첫 외출이었고, 백화점으로 가는 길이었다. 생후 4개월이 갓 지난 아기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가는 이유는 문화센터 수업때문이었다.

    출산 후 꼬박 4달을 집에서 보내니 봄이 됐고, 어디로든 나가고 싶었다. 그때 조리원 동기들이 문화센터의 '아기 오감발달 강좌' 이야기를 했고, 그 수업을 듣지 않으면 딸의 오감발달에 문제가 생길 것 마냥 서둘러 신청했다. 주 1회, 3달에 10만 원이었다. 만만찮은 가격이었지만, 3달이라는 기간에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이 날이 첫 수업이었다. 강의실에는 딸과 비슷한 연령대의 아기들이 10명 가까이 있었다. 한껏 모양을 내고 나온 아기들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유복을 입고 아기띠를?멘 엄마들이 더 설레여 보이는 건 착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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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수업에서 날개를 입었다./

    수업은 기대보다 싱겁고 힘들었다. 노래를 부르면서 아기를 마사지 하고, 아기에게 장신구를 씌운 후?엄마들이 아기들을 안고 이쪽 저쪽으로 움직이고는 끝이었다. 엄마의 오감발달 수업 같다고나 할까. 당연했다.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는?3~4개월 아기들을?데리고 대체 수업은 무슨 수업이란 말인가.

    돈을 환불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조리원 동기인 동생 모녀와 커피숍으로 향했다. 열정적인(?) 수업으로 인해 몰골도 엉망인데다, 아기띠를 메고 징징대는 아기를 달래가며 반쯤은 서서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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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런데 이게 나쁘지 않았다. "괜히 집 나와서 고생이다"며 넋두리를 해댔지만, 기분은 꽤 괜찮았다. 숨이 트이는 기분이랄까. (비록 아가씨때 처럼은 아니지만) 사람들 속에 섞여서 차 한잔 마시고 대화-절반은 아기를 달래는 말이지만- 하는 것은 오랜만이었고,??온전히 엄마였던 시간을 조금 벗어난 듯 했다.

    그제서야 아기 엄마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눈에 들어왔다. 아기를 보느라 제대로 밥도 못 먹고, 커피도 다 식어서야 후루룩 마셨다. 그리고 백화점에?인근 아기 엄마들이 다 와있나 싶을 정도로 유모차족들이 많았다.(평일 낮시간이긴 했지만) 괜한 동질감에 마음이 짠해졌다. 심하게 우는 아기가 보이면 '아, 저 엄마 많이 당황스럽겠다. 어쩌지' 싶었고, 유모차에 자는 아기를 보면 '아, 저 엄마는 지금 좀 편하겠구나. 부럽네' 싶었다.?

    그렇게 3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몸은 완전 녹초가 됐다.?퇴근한 남편에게도 문화센터 수업은 아기를 위한 수업이 아니더라며 긴 헌담을 했다.

    그래서, 문화센터 수업은 어떻게 됐냐고? (하하) 3달간 완전 열심히 출석했고, 재등록까지 했다. 딸과 시간을 보내는 한 방법을 찾았다고나 할까.

    게다가 백화점은 비가 와도 더워도 늘 일정 온도로 쾌적했고, 유모차를 끌기에 적합했고, 식당이나 커피숍에는 아기 의자가 있었다. 더군다나 수유실도 있다는 것은 아기 엄마에게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었다.??그 이후에는 약속장소도 가능한 백화점으로 정했다. -사실 수유부가 아기를 데리고 갈 만한?식당이나 커피숍은?거의 없다.- 그렇게 우리 모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모차족이 돼버렸다. 물론 소비의 주체는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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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개월수가 지나면서 딸도 문화센터 수업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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