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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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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조승래

  • 기사입력 : 2015-05-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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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가야 왕들을 재운 산들이

    소몰이 아이들을 내려다본다



    개울물 졸졸졸 천 년,



    어느덧 풀들이 다 자라면

    산은 살짝 아이들 키만큼 등을 낮추었다



    풍금소리 들리는 저녁

    ☞ 큰 그릇은 품는다. 보시기나 대접이나 종지나 품지 못할 것이 없다. 왕이나 초동(樵童)이나 영웅이나 무지렁이나 품지 못할 것이 없는 그릇, 그것이 바로 ‘고향’이라는 그릇이다. 그 그릇은 초동에게 나무를 주고 소에게 풀을 주고 머루, 다래, 더덕, 산삼, 산자에게 먹을거리를 주고 그리고 죽은 자의 살과 뼈를 품어 흙으로 거둔다. 고향의 이미지가 ‘산’인 것은 고마운 상징이다.

    상당한 규모의 무덤들이 그 세력의 강대했음을 보여주는 아라가야(함안 거점). 그 역사의 스러진 꿈을 천 년을 징검다리 하여 아이들의 꿈에 잇대어주고 싶은 산. 산골 마을의 후미진 현재를 가만히 울력하여 일으켜 세우는 주름진 손등이 보인다. 놀이 진다. 추억처럼 풍금이 운다.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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