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3) 통기타 거리공연 수익 기부하는 김상표

“날 구원한 기타로 어려운 아이들에게 희망 주고파”
10여년전 사업 실패 후 통기타 연주하며 삶 활력 찾아
경남신문-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나눔캠페인

  • 기사입력 : 2015-05-28 22:00:00
  •   
  • 메인이미지
    김상표씨가 양산시 중부동에 있는 통기타 동호회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재능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김상표(54·양산시 중부동)씨는 한 달에 두 번씩 통기타를 메고 거리로 나선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어 시간 기타 공연을 한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멈춰서서 그의 노래를 듣는다. 그의 뒤편에 걸린 플래카드를 본 관객들은 품에서 한두 푼씩 꺼내 그에게 건네기도 한다.

    김씨는 4년째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뒤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한다는 플래카드도 건다. 그는 길거리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받은 성금을 매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전달하고 있다.

    그는 10여년 전 양산에서 중고차 매매업체를 운영하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의 여파로 실패를 겪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지인들과 술자리를 함께하고 있는데 가게 한쪽 벽에 장식용으로 걸려 있던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학창시절부터 취미로 연주하던 클래식 기타를 보자 옛 생각이 난 그는 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기타를 받아들었다.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기타줄을 팽팽하게 만든 뒤 그는 연주를 시작했다. 기타 소리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테이블로 모여들었다. 한 차례 즉흥적인 연주를 마치자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김씨는 그때 가슴 속에 무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그로서는 마치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그의 연주를 들은 가게 주인은 “마침 클래식 기타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며 그에게 ‘양산 7080밴드’ 동호회 가입을 권유했다. 밴드 멤버로 합류하게 된 그는 각종 공연을 하면서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 이후 그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인근 중증장애인 시설이나 노인요양병원 등 복지시설을 찾아 무료 공연도 했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거리 공연을 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힘겹게 살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성금모금도 함께 시작했다. 사람들은 고맙게도 지갑을 열어 돈을 선뜻 내주었다.

    김상표씨는 “제가 가진 작은 재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어려움 속에서 다시 일어선 만큼 건강이 허락하고 장소만 있다면 계속해서 거리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힘겨운 날들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고 했다. 후원 문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237-9398).

    글·사진= 김언진 기자 hope@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언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