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자연 워터파크 라오스 방비엥

풍덩,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 속으로…

  • 기사입력 : 2015-05-28 22:00:00
  •   
  •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여행자들에게
    꿈이자 로망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여행지가 아니라
    한 번 다녀온 나라를
    그리워하다 잊지 못하고
    다시 찾게 되는데
    내게 있어 라오스가 그랬다.

    2년 전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방송이나 책에서
    크게 다루지 않은 여행지라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고
    그래서 더 크게 가슴에 남아
    일상에 돌아와서도
    라오스앓이를 했다.

    그때 당시
    방비엥에서 친구가 된
    라오스 가족이 있었는데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고
    너무 보고 싶었고
    지나가는 여행자의
    약속이지만
    꼭 지키고 싶었다.
    메인이미지
    자연이 만든 천연 워터파크 블루라군. 여행자들은 나무그네를 타거나 수영을 하며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방비엥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라오스에서 가장 활기찬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방비엥이다. 매혹적인 석회암 카르스트 지대, 그 사이를 흐르는 쏭강. 그리고 곳곳에 위치한 동굴들. 모험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이곳을 지나칠 수는 없을 터.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엑티비티(체험활동)는 너무나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으샤으샤 카약, 유유자적 튜빙, 은근히 스릴 넘치는 동굴탐험, 나무가 만든 천연 다이빙대에서 다이빙. 기본적인 체력과 물에 대한 두려움만 없다면 누구라도 방비엥의 천연 워터파크를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예전에 수영을 할 줄 모를 때 그리스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꼭 배워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2년 동안 꾸준히 배운 수영이 방비엥을 여행하는 내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물론 수영을 할 줄 몰라도 구명조끼를 빌려 천연 워터파크에서 신나게 놀 수 있으니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덤으로 카약이든, 튜빙이든 쏭강을 즐기다 보면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강변 바가 있는데, 여행자들이 지나쳐 내려가지 못하게 밧줄을 물병에 매달아 정확하게 앞으로 던져준다. 그들의 준비된 호객행위와 정확도에 놀라면서 밧줄을 잡으면 또 기가 막히게 끌어당겨 레스토랑으로 안내를 해주는데, 첫 시작이 누구 아이디어였는지는 몰라도 특급 칭찬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강변 바에서는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고 맥주 애호가라면 누구라도 반하게 될 ‘비어라오’도 마실 수 있으니 어쩜 쏭강에서 누리는 그 어떤 놀이보다 강변 바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곳곳에 농구대 탁구대 등이 마련돼 있어 물에 젖은 옷도 말릴 겸 다른 여행자들과 농구나 탁구 게임을 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외국인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여행자에게도 약속이란 것이 생긴다. 저녁에 사쿠라바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
    메인이미지



    방비엥이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마을만 한 바퀴 돌아도 웬만한 여행자들의 얼굴을 눈으로 익히게 되는데 밤이 되면 할 게 없는 게 또 이 마을의 매력이다.

    삼삼오오 여행자들은 자연스레 사쿠라바로 향하고 그곳에서 다함께 어울려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맥주를 한 잔씩 나누며 여행이야기를 꽃피운다. 낮에는 거리에서 소심하게 지나쳤다면 이곳에서 세계인은 하나임을 온몸으로 실감하며 너 나 할 것 없이 친구가 된다. 영어를 못해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해도, 춤을 잘 추지 못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약간의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여행자들의 천국’ 방비엥의 별칭이 이렇게 완성됐구나를 느낄 수 있다.

    여행자들의 뜨거운 에너지로 밤늦도록 방비엥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타올랐다. 그렇다고 방비엥의 모습이 에너지를 불태우는 모습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슬로 라이프를 즐기는 여행자라면 방비엥의 새벽 시장을 가보자. 엄마손을 잡고 다닐 법한 아이들이 아침시장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현지 라오인들도 있지만, 대부분 근교에 사는 몽족 아이들이다.

    아직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이다 보니 직접 생계에 뛰어든 아이들이 꽤 된다. 흥정을 모르는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도 여행자의 입장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아이들은 수줍게 내게 ‘싸바이디’ 라고 말하며 아침 인사를 해준다.

    가끔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낯선 이가 건넨 인사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안식이 되는지 모른다. 살기가 팍팍해진 우리는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된다고 가르치지만, 이 아이들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미소를 내게 선물했다. 그 미소가 너무 따뜻해서 가끔씩 나는 울컥울컥했던 것 같다.

    메인이미지
    여행객을 보고 환히 웃어주는 방비엥 아이들.


    라오스 친구가 생긴 것도 사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여행자 거리에는 관광객들을 태우고 싶어하는 툭툭이 기사 아저씨들이 늘 대기 중인데, 내가 만난 욱 아저씨도 툭툭이 기사였다. 하릴없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만났고 라오스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얘기 나누다 보니 세 명의 아이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집으로 놀러 가서 자연스레 아이들과 친해졌다. 함께 숨바꼭질도 하고 축구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언어가 중요치 않음을 몸으로 배우게 됐다. 방비엥에 머무는 동안 해가 지고 나면 밤마다 욱 아저씨네 집으로 마실을 갔다.

    낯선 곳에서 갈 데가 있다는 것, 반겨주는 이가 있다는 것,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2년 만에 다시 욱 아저씨 집을 방문했더니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거 말고는 변한 게 없었다. 방비엥의 시내는 방송의 영향으로 한글이 난무하고 한국말이 쏟아져 나올 만큼 변해버렸는데 강 건너 아저씨네 마을은 그대로이다. 도로는 여전히 포장되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여행자들이 버기카를 타고 지나가면 그들의 삶은 먼지에 휩싸인다. 여행자들은 자기가 일으킨 먼지에 인상을 찌푸리지만, 아이들의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 이곳의 먼지가 당연하다는 표정이 오히려 더 미안해졌다.

    메인이미지
    방비엥 쏭강 풍경.


    돈만 있으면 좀 더 편리한 방법으로 방비엥 근교를 여행할 수 있는데 하루 정도는 조금 힘들더라도 자전거나 도보를 이용해 다니면 여행책에서 말하는 라오인들의 순수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라오인들 말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가장 수줍은 미소를 가진 사람들. 그 미소를 한 번이라도 마주하게 된다면 방비엥을 가장 따뜻한 여행지로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방비엥이 그랬던 것처럼….

    사실, 동남아시아 여행은 불교 유적지 외에 유명한 랜드마크가 없다. 대신 무언가를 봐야 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여행자의 욕심을 버리면 길 위에 서야만 만날 수 있는 가장 멋진 나만의 랜드마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행팁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체감하는 안전지수는 상당히 만족할 만하지만, 최근 들어 강변 바나 펍에서 손쉽게 ‘해피’로 통하는 환각물을 접할 수 있다. 여행자의 호기심보다는 본인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aa.jpg
    △박미정

    △ 1980년 창원 출생

    △합성동 트레블 카페 '소금사막' 대표.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슬기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