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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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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찻잔에 핀 ‘꽃’… 내맘에 핀 ‘봄’

수제 꽃차 만들기

  • 기사입력 : 2015-05-2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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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간다’는 옛 노래가 있지요. 만화방창(萬化方暢)한 봄은 때가 되면 가고, 다시 때가 되면 오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데 노래 속의 ‘봄날’은 가기만 합니다.

    문득 인생의 봄날을 살고 있는 청춘들은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 제목을 어떻게 이해할까, 생각해 봅니다. ‘삼포, 오포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의 청춘들에게 욕 먹을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든 꿈꿀 수 있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청춘의 봄날은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 분위기가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새파란 청춘들과 그 위의 세대에게 ‘봄날은 간다’란 노래 제목이 주는 의미는 아무래도 좀 다르겠지요. 순리대로 피고 지는 흔한 길가 꽃에도 다시 한 번 눈길이 머물곤 하는 장년층에게 ‘봄날’은 더 많은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든, 벚꽃잎이 흩날리든 아무튼 누구에게나 봄날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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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하늘바라기’ 농장에서 만든 다양한 꽃차들.

    그런데 옛사람들의 지혜를 통해 가는 봄날을 잡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이른 봄 한때의 수고로 사철 화사한 봄날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는데요. 문헌상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꽃차 얘기입니다. 짧아서 안타까운 봄날의 아름다움을 찻잔 속에 담아 꽃차로 즐기는 것이지요.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 코로 맡는 아름다움, 입으로 맛보는 아름다움, 이렇게 삼미(三美)를 가졌다는 꽃차. ‘꽃’이란 그 식물의 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봄의 양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효용면에서도 잎차에 뒤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풍류로 따져도 그만한 것이 없겠지요.

    그럼 가는 봄날도 잡고, 조상님들의 풍류도 느껴볼 수 있는 꽃차 체험하기에 도전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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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차

    나른한 봄날 오후 꽃차 만들기를 체험하기 위해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하늘바라기’ 농장을 찾았다. 귀농 10년차, 꽃 재배를 통해 늘 봄 속에 산다는 윤정자(60) 대표가 이미 체험객들을 맞아 꽃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꽃차는 ‘슬로 푸드’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맛있는 차를 만들거든요. 조급하게 생각 마시고 차 만드는 과정도 즐기시기 바랍니다.”

    꽃차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윤 대표에 따르면 그늘에 말리는 음건방식, 뜨거운 바람에 건조시키는 열풍건조방식, 쪄서 건조시키는 훈증방식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방법별로 장단점이 있어 만드는 이의 입맛에 따라, 꽃의 종류에 따라 선택해 만들어 볼 수 있다. 하늘바라기에서 꽃차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것은 핫플레이트, 게르마늄팬, 한지, 채반. 준비물에서 보듯이 하늘바라기에서는 덖어서 만드는 방법을 쓴다.

    “그늘에서 말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수분 제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꽃색을 살릴 수가 없고, 보관상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요리하듯 쪄서 말리는 방법도 쓰는데요. 꽃의 형태는 살릴 수 있어도 향이 좀 덜할 수 있습니다. 몇 번의 만들기 체험을 통해 꽃이 가진 수분과 크기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볼 수 있어요.”

    체험대 위에 오늘의 실습 재료인 진달래가 청보라빛 고운 색을 뽐내며 놓이자,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를 달리하는 체험객들이 하나같이 탄성을 내지른다. 소란스럽게 이어지던 ‘예쁘다’는 탄성이 잦아들자 본격적인 꽃차 만들기 수업이 시작됐다.

    먼저, 꽃차의 주인공인 꽃을 딸 때 주의점. 식용으로 쓸 꽃은 청정한 지역에서 핀 꽃으로 완전히 피기 전에 따야 한다. 딸 때는 꽃 모양이 부서지지 않도록 손보다는 전정가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딴 꽃은 꽃받침과 줄기부분을 곱게 잘라내서 다듬은 후 송이송이 겹치지 않게 채반에 펴 그늘에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꽃이 마르는 정도를 봐가며 부서지지 않을 정도의 수분을 가진 상태로 말리면 된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전기요, 전기장판 등 전기바닥용품을 이용하면 된다고 한다. 잘 말린 꽃은 그 자체로도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는 꽃차가 되지만, 차로서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덖음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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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도 정도로 뜨거워진 팬 위에 한지를 놓고요. 말린 진달래를 골고루 펼쳐주세요. 꽃에 수분이 좀 많다고 생각되면 한지를 두 장 올려도 됩니다. 한지의 특성이 물기를 흡수하고 잘 타지 않게 하거든요.”

    200도의 온도는 핫플레이트 온도조절기로는 2 정도에 맞추면 된다. 핫플레이트나 게르마늄팬이 없는 가정에서는 전기팬을 저온에 두고 덖으면 된다. 불에 닿는 면이 많을수록 차맛이 좋아지므로 덖을 때는 양손으로 꽃을 골고루 뒤적여 준다. 볶음요리식의 동작이 아니라 꽃송이를 살짝 움켜쥐었다 팬 위에 흩뿌리듯 던지는 식이다. 녹차 덖음 동작을 좀 작게 하는 모양새이다. 팬 위의 꽃을 한 방향으로 두 번 정도 덖은 후에는 한지째로 채반 위에 내려놓는다. 식히는 과정이다. 이렇게 덖고 식히는 과정을 5회 반복한다.

    “색이 변하거나 타지 않도록 불 조절을 잘 하면서 재빨리 덖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히는 과정도 아주 중요합니다. 서서히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덖고 식히는 과정을 통해 차 만드는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어요. 느긋한 사람이 만든 차가 색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윤 대표의 말에 식히던 진달래꽃을 다시 팬 위에 올려놓던 마음 급한 체험객이 얼른 꽃을 채반에 다시 내려놓아 한순간 웃음물결이 퍼진다. 누군가 ‘언제 식기를 기다리겠노? 부채질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푸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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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차 만들기 체험 후 시음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부채질하면 식기야 식지만 꽃이 다 날아가 버리니 무던히 기다리는 게 최고예요. 차는 빨리 만든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의 여유도 좀 가져 보시고.”

    2회째 덖을 때부터 체험장 내부는 고소한 다향에 물들기 시작한다. 두 번째, 네 번째 덖은 후에는 불순물이나 부스러기가 떨어지도록 체에 받쳐 살살 털어준다. 1시간 30분 정도 걸려 5회씩 덖음과 식힘을 반복하는 과정이 끝나고 각자 자기가 만든 진달래차를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똑같은 과정을 거쳤지만 우러나는 색과 유리다관에서 피어나는 꽃모양이 다 다르다. 보라색 진달래꽃에서 청아한 푸른색의 다색이 나오는 것도 신기해 보인다. 윤정자 대표는 차를 음미하는 체험객들에게 꽃차의 다양한 효능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진달래꽃차는 혈액순환과 관절염, 기침에 좋습니다. 꽃차마다 효용성이 있으므로 건강상태에 맞춰 선택해 음용할 수도 있습니다. 봄꽃 중에 목련은 비염과 기침, 천식에, 매화꽃은 소화불량과 피부개선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찔레꽃도 불면증, 당뇨에 좋다고 합니다. 곧 따게 될 당아욱꽃은 골다공증과 빈혈에 효과적이구요.”

    즐비한 꽃차의 종류만큼이나 그 효능도 다양하다. 복숭아꽃은 변비와 냉증, 국화꽃은 두통, 불면증, 고혈압, 숙취, 아카시아꽃은 천연항생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부종, 신장염에도 좋다. 꽃차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효능까지 있다는 것을 알고, 직접 만들기를 해본 체험객들이 뿌듯함을 느끼는 눈치다.

    “어렸을 때는 나무나 꽃에 관심이 덜했어요. 나이 들면서 전원생활에 대한 꿈도 갖게 되고, 자연물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더라구요.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배웠으니, 철따라 다른 꽃으로 수제 꽃차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체험에 참가한 이성희(52·통영)씨의 소감이다.

    다관 속 생생하게 피어나는 진달래꽃 덕에 체험장 분위기는 진달래가 한창이던 이른 봄날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글·사진= 황숙경 기자

    ▲도움말= 하늘바라기(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대평안길 76) 권상준 기획실장(☏ 271-0185)


    ☞ 꽃차 만드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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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핫플레이트나 전기팬의 온도를 저온에 맞추고, 팬을 달군다. 뜨거워진 팬 위에 한지를 깔고 말린 꽃을 고르게 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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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한 방향으로 2회 정도 돌면서 골고루 덖음 해준다. 팬이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불 조절에도 신경쓴다.

    3.한 차례 덖음 후에는 한지째로 팬에서 내려 천천히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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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와 3의 과정을 5회 반복한다. 2회째와 4회째 덖음 후에는 꽃을 체에 받쳐 덖음 중 생긴 부스러기를 걸러낸다.

    5.완전히 식힌 후 유리용기에 밀봉해 보관하면서 음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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