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막내고양이 심바 (14) 심바를 구하라!
- 기사입력 : 2015-06-02 1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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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무시라. 이걸 어짜면 좋노" 심바 할머니 방에서 큰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지? 또, 심바가 할머니 방에서 뭐 깨트렸나보네.' 심바가 사고를 쳤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달려가보니 심바가 사고를 당해(?) 있었다. (장난치다가 그랬으니 사고를 친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째 애매하다?)
심바, 너 왜 거기 있어?
심바가 벽 한쪽에 있는 장롱에 올라가서 장롱 위를 거닐다가 장롱 사이에 빠진 것이다. 심바도 자기가 처한 상황을 알았는지 틈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고, '야옹'거리며 울고 있었다.
'동물농장'에서 본 듯한 이 상황. 장롱이 꽤나 높아 아래에 빠진 심바를 꺼낼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일단 장롱에 올라가 닿지 않을 팔을 아래로 뻗어보았다. '심바, 누나 손 잡아!' (뭐지, 이 재난영화 대사같은…)
아 나도 곤란하니까 쳐다만 보지 말고 얼른 머리 좀 굴려봐요.
심바는 틈으로 나갈 생각만 하지 위로는 쳐다만 볼 뿐 다리를 뻗지 않았다. 아련한 구조요청의 눈길을 보내는 녀석.
심바 할머니는 등 긁는 효자손을 내미셨다. 이걸로 끌어올리라는 뜻. "얘 무거워서 이걸로는 찌르기밖에 안돼요." 말씀드리고도 민망하다. 이런 상황에 당황했는지 바둥대며 발톱을 세우는 심바, 갑갑한 모양이다.
이 사태를 어찌해야쓸까나.
어떻게든 비집고 나오려는 모습이 짠하지만 왜이렇게 귀여운지. (누나가 빨리 사진을 좀 찍었어 심바, 정말 귀여워서 그랬어. 미안해!)
다른 방법은 없을까 머리를 굴리던 찰나, 효자손을 놓으신 심바 할머니가 장롱을 밀어보자고 하셨다. 다행히 장롱과 반대편 벽 사이에 틈이 좀 있었기 때문이다. 힘을 다해 장롱을 밀었더니, 그 사이로 회색 덩어리가 하나 빠져나온다. "아이고, 인자 나왔네!"
내, 내 머리가 이렇게 컸나?
심바는 다친 데 하나없이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제야 한숨이 나온다. 비가 뿌려 좀 시원하다는 날인데도 땀이 삐질 난다. 저 시한폭탄…. 폭탄명 심바.
말 그대로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심바, 말 안들으면 네 흑역사 사진 유포시킬거다.(찌릿)"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아니…내가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간 게 아니고요….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