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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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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중세의 낭만이 반짝반짝, 아드리아해의 진주

  • 기사입력 : 2015-06-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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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플라차 대로의 종탑과 시계탑.
    “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

    몇 해 전 케이블 방송에 소개되면서 한국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구시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 지중해의 북쪽, 이탈리아 반도와 발칸 반도 사이에 있는 아드리아해를 품고 있어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도시, 두브로브니크.

    중세시대의 베네치아 공화국의 주요 거점 중 한 곳이었던 두브로브니크는 13세기부터 지중해 세계의 중심도시였고, 이들이 쌓은 구시가의 성벽은 1970년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주황빛 지붕의 구시가를 온전히 감싸고 있는 철옹성과 같은 성벽을 걷고 있노라면, 쪽빛 바다에 부서지는 황금빛이 가득한 물결을 만날 수 있다. 아드리아해에 몸을 던지는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 카야킹을 하는 관광객들, 빨랫감을 널고 있는 현지인까지.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덤이 아닐까?

    이곳 두브로브니크로의 하늘길, 뱃길, 땅길은 실로 다양해서 각자의 여행 일정과 시간에 이동편을 맞추면 큰 무리 없이 다다를 수 있다. 항공편을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지만, 평범함을 지양하던 20대 청춘이었던 나는 페리를 타고 아드리아해를 건너고 싶었다. 이곳으로의 뱃길은 아드리아해의 건너편,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바리에서 9시간. 시원한 밤바다의 바람을 맞으며 간단한 와인으로 각자의 여행을 축하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인 것 같다.

    밤 10시 바리를 출발한 페리는 아침 7시경 두브로브니크 항에 도착했다. 늦잠을 잔 탓에 조식 뷔페로 급히 배를 간단하게 채우고 짐 정리를 허겁지겁 끝낸 뒤, 입국장을 통과.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브로브니크에 발을 딛는 순간이었다.

    따뜻한 햇살을 카메라로 담아보려 카메라 렌즈를 찾았지만, 렌즈가 없다. 놀라는 순간, 짐 정리를 하다 무언가 ‘쿵’ 소리를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곧장 국경 수비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을 구했더니, “노(NO)”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멍한 상태로 서 있는 내게 그가 웃으면서 말한다. “농담이었어요.(It was joke)” 불행 중 다행으로, 남은 여행을 함께할 수 있었던 카메라 렌즈를 가슴에 품고 2박3일 동안 머물 숙소가 있는 구시가로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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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가에 도착하고서는 두브로브니크의 제1관광 코스, 성벽 투어를 하기 위해 곧장 성벽의 매표소를 찾아 티켓을 구매하고 그곳으로 올랐다. 성벽의 서쪽과 동쪽에 각각 투어를 시작하는 입구가 있으므로 편한 곳에서 투어를 시작하면 되지만, 필레 게이트(서문)에서 플로체 게이트(동문)로 가는 코스를 많이들 추천한다. 아마도 이 코스를 걷는 내내 아드리아해를 바라볼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이 코스를 더 선호하고 추천하는 것이리라.

    필레 게이트로 올라서면 곧게 뻗은 플라차 대로와 그 뒤로 우뚝 솟은 시계탑이 보인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를 걷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2시간 남짓 성벽 투어를 끝내고 다시 찾은 거리에는 카페와 식당에 앉을 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의 명소인 부자(BUZA) 카페. 크로아티아를 알린 TV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 나온 이 카페는 연기자들이 시원한 레몬맥주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갔던 곳으로, 이곳에 앉아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렇기에 한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객들이 들러야 할 필수 코스가 됐다. 나와 내 친구 역시 이들 중 하나였다. 성벽 가운데 뻥 뚫린 구멍을 지나 하얀 파라솔 밑에서 뜨거운 햇살을 피하며 기분 좋은 담소를 나누고,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맥주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음료의 가격은 7000원 내외로, 풍족하지 않은 배낭 여행객에도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성벽의 반을 걷고, 다시 구시가로 내려오면 시간이 멈춘 곳 같은 느낌을 주는 골목들이 구석구석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전쟁과 화재, 지진을 견뎌낸 세월이 무색하게 중세시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모습은 이곳의 모든 관광객이 두브로브니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플라차 대로를 거니는 것도 좋지만, 두브로브니크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골목이 있어 좋았다. 정오가 되기 전 사람들이 많이 없어 조용한 골목을 걷는 것이 좋았고, 해질녘 즈음 골목에 비추는 태양빛과 은은한 가로등이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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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시대 모습을 간직한 골목길.
    플라차 대로, 그 끝에는 두브로브니크 대성당이 있다. 돔 모양을 하고 있는 이곳은 앞서 소개했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대성당,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규모와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성당 내부에는 여러 보물이 전시돼 있고, 예배당 안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색색의 빛, 예배를 드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경건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플라차 대로 끝의 종탑 근처에 위치한 작은 루자광장. 스폰자궁, 성 블라이세 성당, 대성당 근처에 있는 이곳에는 여러 카페, 레스토랑이 위치해 있다. 이 근처에는 항구로 향하는 길이 있어, 노을이 질 때에는 스르지산 쪽의 전망이 황금빛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을에 비치는 구시가의 모습을 보고 있는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다들 나와 같은 표정을 짓고 생각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외마디 탄성과 함께 그저 그 한순간만이라도 카메라에 담으려 노력을 하지만 가장 좋은 카메라 렌즈는 사람의 눈이라 했던가.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두브로브니크에 머무는 내내 친구와 함께 이곳에서의 노을 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첫날에는 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이 그저 놀라워서 이곳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고, 둘째 날은 이곳을 떠난다는 아쉬움에 또 한동안 앉아 있었다. 같은 자리,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던 시간을 돌이켜보자면,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 곳이라도 더 보고 가야 할 것만 같았던 나의 조바심 때문에 어떠한 것들을 놓쳐 왔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여행 TIP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 본토와 단절돼 있어 육로를 이동할 때에는 여권을 잠시 꺼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간단한 여권 검사를 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는 않는다. 또한 버스를 이용할 때, 큰 트렁크와 같은 짐을 실을 때는 짐값을 따로 받으니 놀라지 말자.

    △페리는 야드로리냐(Jadrolinija)의 웹사이트에서 간단한 예약을 통해 티켓을 구입할 수 있으며, 각자 예상경비에 따라 2인, 4인, 좌석 등의 객실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단, 매일 운항하는 것은 아니니 페리로 여행을 하려 한다면 미리 스케줄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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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현
    △ 1988년 창원 출생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보통계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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