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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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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서리- 강경주

  • 기사입력 : 2015-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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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날 아침 엄니는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염병에 코 박고 죽을 개뼉따구 같은 놈덜

    잡히기만 해봐라 그냥 뼉따구를 확 뿐질러 뿔겨,

    모가지를 홱 비틀어 뿔겨

    닭뼈가 배때지를 뚫고 나와 콱 뒈져뿌릴 놈덜



    그날은 하루종일 가슴이 찔끔거리고



    닭뼈가 배때지를 뚫고 나오는 것만 같았다

    ☞ 간밤 닭서리의 범인이 설마 아들이라고야 생각했겠습니까? 어머니의 욕 세례를 받으면서도 뜨끔할지언정 그것이 눈물이라고야 생각했겠습니까? 저녁끼니 먹은 것이 야속할 만큼 금방 꺼져버리는데 도통 말이 안통하는 ‘배때지(위장)’를 어찌하겠습니까? 그런 밤이면 별들도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주던 것을….

    철없는 떠꺼머리의 한때가 누구에게라도 있기는 있었던 것. 서리할 엄두를 낼 수 있었던 그런 시절이 누구에게라도 있기는 있었던 것. 그렇게 짠하게 미안한, 가난한 어머니가 계시던 시절이 누구에게라도 있기는 있었던 것. 기적처럼 ‘고향’이 있기는 있었던 것, 누구에게라도….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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