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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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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파편들 (도널드 그레그 회고록)

‘DJ’ 두 번 살린 미국인이 본 한국 격동기
미국 정보전략가인 저자
외교·대북정책·민주화 등 한반도·미국 현대사 담아

  • 기사입력 : 2015-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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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주한 미 대사를 지냈던 도널드 그레그(88)씨가 한국과 아시아의 근현대사의 기억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역사의 파편들’이라는 이 책에서는 그의 60여년간 미 정부 정책을 집행하거나 지켜보면서 경험과 기억들을 끄집어내 풀어썼다. 여기에는 CIA 한국지국장(1973~1975년)과 전 주한 미 대사(1989~1993년)로 재직했던 당시 한국의 격동기도 포함돼 있다.

    그는 때로는 목격자로, 때로는 주역으로 역사의 무대에 실제로 서 있던 경험을 되살렸다.

    베트남전, 이란 콘트라 스캔들, 쿠바 핵 위기 등의 역사상을 보여주고 1950년대 이후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 실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미국 정치의 내면과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짚어내고, 민주화 과정에서 2000년대 초·중반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한국사회 모습, 공직에서 물러난 뒤 여섯 차례 북한을 방문한 여정 등을 파헤쳤다.

    특히 이 책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미국의 외교관이자 정보국 인사의 회고록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정보·외교·방위정책 등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사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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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3년 미국 워싱턴에서 자신의 납치사건을 이야기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

    책에는 동시대 저명인사가 대거 등장한다. 케네디, 닉슨, 카터, 레이건, 조지 H. W. 부시, 조지 W. 부시, 마거릿 대처,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보리스 옐친, 리콴유 등 국가 수반을 비롯해 로버트 맥나마라, 헨리 키신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리처드 홀브룩 같은 일급 외교관 등 당시 언론의 한 면을 장식하던 인물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단순히 관찰대상이 아니라 그레그 자신의 긴 인생 속의 기쁨과 고통의 순간들과 생생히 연계되면서 각각의 사건에 실감을 더한다.

    그레그는 1952년 한국인들과 처음 인연을 맺고(초기 CIA 정보원팀 양성과정)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2000년대 초·중반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한국사회를 목격해 오면서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박정희 정권의 김대중 납치사건과 전두환 정권의 김대중 사형집행을 막아낸 일화 등이 실려 있다.

    이런 극적인 일화 외에 한국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도 자못 흥미롭다. 박정희에게는 ‘나쁜 소식 전담 장관’을 뒀어야 했다는 표현으로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을 비판한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 대해서는 “만나자마자 혐오감을 느끼게 됐다”고 할 정도로 매우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

    반면 박종규 경호실장에 대해서는 진정한 충복이라고 우호적 평가를 한다.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서는 1980년 방미 과정을 설명하면서 “백악관 쪽에서는 솔직히 잔혹한 독재자 전두환을 형편없이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면서 “김대중의 생명을 손아귀에 쥐고 있지만 않았다면 백악관에 초대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반면 한국인들이 노태우 정부의 업적에 대해 너무 인색하다고 지적하며 노태우의 ‘북방정책’은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레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 뉴욕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1993~2009년) 회장을 맡은 뒤 김정일 위원장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평양방문 허가를 요청해 성사되는 과정, 북한에서의 대화 내용 등을 드라마틱하게 담고 있다. 도널드 P. 그레그 저, 차미례 역, 창비 간, 2만5000원

    전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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