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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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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안식과 평화를 모두에게- 김재근(시인)

  • 기사입력 : 2015-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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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작으면서도 가장 강렬하고 경건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종교와 이념, 사상, 권력을 초월한 오직 인간의 회개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실내는 초현실주의 미술의 위대한 거장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숨쉬고 있다. 생명, 힘, 영혼의 붉은색과 죽음, 죄와 회개의 검은색으로 채색된 작품이 간소한 예배당의 은은한 빛을 따라 흘러나온다.

    성스러운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색채와 음악은 마치 종교적인 경험과 유사한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이 빛 아래 우리는 신에 대한 경이로움과 인간의 나약함을 만난다. 스스로에 대한 자각으로 생겨나는 순한 마음. 순한 마음은 생명에 대한 사랑이다. 이 마음은 멀리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된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처럼 태초로 돌아간다. 살아온 날들의 부끄러움들. 가슴이 먹먹해지는 고요함에서 우리는 태초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어쩌다가 우리의 눈과 혀는 이렇게 사악해졌는가. 어쩌다가 우리는 부끄러움을 모르는가.

    로스코 채플의 벽면에 걸려 있는 작품에는 어떤 설명이 없다. 작품을 통해 오직 보는 자, 스스로를 볼뿐이다. 자신을 들여다보며 만나는 진정한 자아. 그 진아를 통한 참된 회개만이 우리에게 구원을 주며 휴식이 오고 안식과 평화는 다가온다.

    안식과 평화는 모든 생명들이 공유하는 최고의 가치다. 안식과 평화보다 더 나은 가치는 없다. 이것은 누가 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얻는 평화로움은 행복이며 한여름 밤에 떠 있는 별의 느린 음악이며 음악으로 만든 초록의 눈빛이다. 여기에는 신과 인간의 태초의 화해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단순함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과 약속, 언어와 이 사회는 얼마나 복잡한가? 이 복잡함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주위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가.

    “정신의 눈으로 너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육신의 눈을 감으라”라고 말한 프리드리히의 명제는 이 복잡함에서 벗어나 단순한 마음으로 안식과 평화를 자신에게 드리우라고 충고한 것이다.

    생각을 깨우는 게 예술의 본질이다. 독일 연방 초대 대통령이었던 테오도르 호이스는 “정치는 문화를 만들 수 없지만 문화로는 정치를 만들 수 있다”는 엄청난 말을 했다. 정당, 종교, 이데올로기, 지역, 빈부, 세대 등의 갈등으로 분열된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이 모든 걸 초월한 로스코 채플의 숭고함과 성스러움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국내 처음으로 마크 로스코 전시회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6월 28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5부로 나누어져 있다. 로스코 채플은 4부 장소에 재현됐다.

    로스트 채플의 성스러운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색채와 음악은 마치 종교적인 경험과 유사한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예술이 위로와 치유가 된다는 것을 태초의 몸으로 돌아가 직접 체험해 보시길 절대 권한다.

    이제 아이처럼 단순하게 살고 싶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말 한마디만큼 간단하고 위대한 말이 또 있을까. 안식과 평화를 모든 생명과 함께….

    김재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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