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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조 기자 고운맘 되다 (13) 응가의 자유를 달라

  • 기사입력 : 2015-06-06 11: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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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놓고 불결한 이야기입니다. 음식을 섭취 중이거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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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배에서 신호가 온다. 딸에게 장난감을 쥐어 주고 화장실로 향하는데 딸이 찡찡거리기 시작한다. 딸랑이를 흔들며 달래보지만, 울음소리는 점점 커진다. 안아 달라는 말이다. 몇 번을 어르다 결국 딸을 안고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 위에 앉는다. 아래서 올라오는 고약한 냄새에 괜한 미안함과 민망함에 한숨이 나온다. 딸은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으며 내 볼을 만진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이 난감한 상황은 딸이 낯을 가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아기는 눈앞에 내가 보이지 않으면 울었고, 안아줄 때까지 악을 쓰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화장실 앞에 바운서를 가져다 놓고 딸을 눕혀둔 뒤 문을 열고 볼일을 봤지만, 이건 작은 일을 해결할 때나 가능했다. 큰일을 보느라 시간이 지체되면 딸은 여지없이 내 눈을 바라보며 울음을 터트렸다. 일을 보다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아예 안고 일을 치르는 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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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내 속에서 낳았다지만, 딸과의 공동(?) 변기 사용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무려 30년 넘게 화장실은 나 혼자만의 공간이었다. 물론 10대시절 단짝과 같은 화장실 칸에 들어가며 우정을 쌓긴 했지만, 큰일을 보면서 그런 적은 없었다. (7세 이전 기억은 없으니 사례에서 생략한다)
     
    변기에 딸을 안고 앉아 있으면 유독 '엄마'라는 무게가 무거워졌다. 엄마의 역할에 성역이 없다는 현실이 확 와 닿는다고나 할까. -가장 원초적인 공간이 침범 당했으니 말이다- 큰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괴로웠고, 늘 쾌변을 못 하고 일을 마쳤다. 화장실에 둥둥 떠다닐 것 같은 대장균도 걱정됐다.
     
    옛 어른들은 화장실을 '해우소라' 했다. 변기 위의 5분이 근심을 풀기 위해 순수하게 나를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임을 엄마가 돼서 절절하게 공감되다니. 결국 남편이 오기 전에는 가능한 참는 수밖에 없었고, 점점 나의 아랫배는 묵직해졌고, 변비의 증세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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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나의 불안한 큰일은 한동안 이어졌지만, 다행히 변비가 오기 전에 딸은 기어 다니기 시작했고, 안아주지 않아도 그 시간을 기다릴 줄 알게 됐다. 물론 아직도 화장실 이용 시간이?조금만 길어지면 지체없이 안으로 들어오긴 하지만, 이 민망한 동행도 길게 가진 않을 것 같다. 딸이 요즘 들어 냄새로 음식을 구분할 정도로 후각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 냄새!"라고 소리치며 딸이 코를 막고 도망가는 모습만 기다리고 있다. -아, 실제 일어나면 조금 섭섭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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