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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금융문맹 퇴치해야 할 우리 사회- 김경모(경상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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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SA는 경제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프로그램이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이 평가에서 읽기, 수학, 과학 등 3가지 모든 부문에서 OECD 평균보다 높은 점수로 읽기는 2~4위, 수학 3~6위, 과학 4~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평가 영역에 올해 치르는 PISA 평가에는 금융이해력 영역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것은 금융에 대한 이해 능력이 읽고 셈하고 자연을 탐구하는 능력만큼이나 기본적인 능력으로 국제적 공인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이라는 용어가 있다. 글자를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 (文盲)과 같이 금융 관련 지식이 부족해 돈의 소중함과 관리방식을 모르고 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문맹이 증가한 결과 우리 사회에서는 최근 5년간 멀쩡한 직장을 가지고도 빚을 못 갚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 조정을 받은 사람이 14만명을 넘어 서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 같은 금융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공교육을 활용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경우는 미국과 영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으로 ‘금융교육자문위원회’를 두고 청소년 금융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학교에서 금융을 가르치는 주(州)는 43개로 크게 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SAT의 수학 과목에 금융 관련 문제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국도 2014년부터 중·고교(만 11~16세)에서 금융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중학교 금융 교과서에는 화폐의 기능과 사용, 개인 예산 세우기, 금융 상품과 서비스 등에 대한 단원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아직까지도 금융감독원과 청소년 금융협의회 등의 금융관련 국가기관과 민간 금융교육기관 등의 활동에도 공교육에서의 금융교육은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행 교육과정 상 금융교육은 주로 사회과 과목의 경제영역에 편성돼 있는데 중등학교에 할당된 경제교육 시간은 총 31시간에 불과하다. 이 중 금융 관련 부문은 모두 합해 봐야 2~3시간 정도다. 금융교육의 내용 역시 저축과 투자의 차이점 등 단편적인 지식 전달에 국한돼 있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 개정돼 2021년에 적용될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이러한 상황에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금융을 독립과목화하거나 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어렵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금융교육을 실질적으로 학교 안에서 확대시키는 방법은 사회과 과목과 밀접한 역사나 지리, 그리고 실과나 국어 과목 등과 연계해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될 중학교의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이제까지 금융감독원이나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등에서 개발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학교에서 어떻게 돈에 대해 가르치냐?”와 같은 금융교육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 또한 극복돼야 한다. 이는 학교에서의 시수 문제에 못지않게 우리나라에서 금융교육의 강화를 위해 중요한 요인이다.

    번듯하게 직장을 가진 대부분의 신용불량자들이 “우리가 조금이라도 빨리 금융교육을 배웠으면…”이라는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한다. 신용교육이 중심이 된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더불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로의 이행을 감안하면 어떻게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고 투자하며, 노년을 대비해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학습의 기회는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김경모 (경상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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