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상] 도시의 틈새 생명
- 기사입력 : 2015-06-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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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을 노려야 된다. 틈이 있어야 산다.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보도블록과 보도블록 사이의 틈은 물론 차도 중앙선을 나타내는 주황색 실선의 갈라진 틈도 차지해야 한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등으로 뒤덮인 도시에서 생명을 품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틈은 도시에서 싹을 틔워야만 하는 풀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풀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햇빛, 물, 산소(공기), 적당한 온도, 흙, 영양분이 있으면 된다고 배웠다. 도시에서는 틈이라는 필수조건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 틈에서 뿌리내린 녹색 생명은 발길에 차이거나 자동차 바퀴에 시달려 진물이 나고 납작하게 짓눌려진 채 상처투성이지만 절대 생명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
그럴수록 틈은 녹색으로 빼곡히 채워진다. 생각 없이 밟고 다니는 길가의 틈에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있다.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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