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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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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경남의 독립출판

나와 너, 우리… ‘다양한 색깔’을 펴내다

  • 기사입력 : 2015-06-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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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형 출판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작업물을 책의 형태로 만드는 ‘독립출판’ 시장이 커지고 있다.

    주로 ‘소규모 출판’으로, 냄새를 밀봉한 책, 기존 시각과는 다르게 예술을 비평한 잡지 등 기존 출판사들이 내놓지 못하는 ‘비주류’의 내용을 담고 있다.

    6~7년 전 태동을 시작한 독립출판물들은 점차 책 제작의 진입장벽이 사라져, 그 수와 장르가 늘어나면서 주목받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지난 2월 말부터 한 달간 독립출판물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도서관, 독립출판, 열람실’전을 열어, 400여 종 600여 권의 독립출판물을 전시하고, 독립출판물에 대한 세미나도 진행했다.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고 있고, 독립출판을 조명할 때가 된 것이다.

    독립출판물들을 취급하는 독립서점들도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경남지역은 독립출판도, 독립서점도 태동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글이 좋고, 스스로를 키우고, 사람들과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우리 지역 독립출판물들을 소개한다.

    책을 내는 일, 쉽지 않지만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다./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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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함양군 마천면에 있는 지글스 멤버 박선희(36·오른쪽)씨 집 앞에서 박씨와 딸 수영, 지글스 편집장 이유진(34)씨가 그동안 발간된 ‘지글스(사진 위)’를 들고 웃고 있다.
    10~50대 글쓴이들이 촬영, 교정, 편집까지 직접 만드는 잡지죠.
    시, 소설, 손그림, 관찰기 등 지리산의 일상을 담는답니다.

    ▲지리산에서 글 쓰는 여자들 ‘지글스’

    ‘지글스’는 지리산 자락인 전북과 경남에서 거주하는, 글 쓰는 여자들이 모여 만든 계간지다. 이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려면 전북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지리산 품, 함양 마천과 남원 산내로 파고들어 가야 한다. 지글스에는 인터뷰와 시, 소설, 손그림, 관찰기 등 다양한 장르의 글들이 실려 있는데 글쓴이의 연령층도 10대에서 50대까지로 폭넓다. 지난 2014년 봄에 창간호를 냈고, 올해 4월 말 5번째 잡지를 내 사계절을 모두 거치면서 15명으로 시작한 필진이 18명으로 늘었다.

    2013년 초에 남원 산내로 귀농해 잡지를 기획한 이유진(34·필명 달리) 편집장은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에게 글쓰기가 갖는 의미가 클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도시보다 여기는 좀 더 가부장적인 면들이 있어요. 여자들은 아무래도 남자들보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활동도 적은데, 속으로 맺힌 것들을 풀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한 개인으로 자신을 담을 수 있는 글들을 모아 잡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글이란 예술장르는 따로 준비물도 필요없으니 접근하기도 가장 쉽다고 생각했고요.”

    글을 쓰는 ‘작가’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또 좁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도 기록하기에 함께 사는 사람들에 최소한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자 필명도 정했다.

    필진들은 기획과 원고 작성, 원고 정리, 교정, 그리고 표지모델과 사진촬영까지 직접 한다. 창간호는 편집까지 손수했지만, 두 번째 호부터는 디자인 전문가의 재능 후원을 받았다. 인쇄비용도 필진들이 내는데, 지리산인 만큼 자신들이 텃밭에 키운 농산물을 팔아 보태기도 했다. 한 권 만들어 내는 것이 만만찮은 일이지만 지글스 멤버들은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지글스 가운데서도 경남 멤버 박선희(36·필명 새로) 씨는 출판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필진이면서도 교정을 보는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매번 원고를 받아드는 일이 기쁘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렇게 다 다르게 고민과 느낌들을 썼을까 생각하면서 놀라요. 꼭지 가운데서는 글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느낌을 받는 글들이 있어요. 그 글들이 꼭 유려한 글이 아닐 수도 있지만 진솔하니까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책이 나온 다음에 모여서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도 의미있고 즐겁고요.

    지글스 필진들은 개인적으로 주기적인 글을 쓴다는 만족감과 더불어 독자로부터 오는 공감과 인정에 글 쓸 맛이 난다. 앞으로는 주민과 산청, 하동 등 경남 지리산 자락의 필진들이 더 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있다.

    “잡지를 소개할 때 ‘생활밀착형 B급 교양문예지’라고 하는데요, 별 것 아닌 우리 일상을 쓰는데 공감을 많이 해주시고, 여기 주민 분들도 농사짓는 이야기 보고, 내 얘기 같다는 말씀도 해주시고요. 그만 쓴다고 하셨다가 글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쓰겠다고 하신 분들도 계세요. 글쓴이로 정체성을 찾고, 인정받는 좋은 이야기꾼이 되어 가는 느낌이니까요. 이 느낌을 경남의 여러 지역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구독·구입·필진참여 문의 zigls2014@gmail.com 페이스북 facebook.com/zig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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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월간(위쪽)’을 기획한 장건율(23)씨가 편집하고 있는 ‘월간’을 보여주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매달 한 주제로 참여자 이야기 엮어 해설 달아 출판
    대학생이라 지인부터 아트페어, 프리마켓 등 발로 뛰어 홍보하죠

    ▲달마다 사람을 만나다, ‘월간 월간’

    매달 한 주제를 놓고, 그 주제에 대한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의 생각을 받아 하루에 하나씩 블로그에 게재한다. 한 달치의 생각이 모이고 나면 게재한 내용에 퀴즈 정답을 알려주듯 해설을 달아 출판한다. 한 달이 모여서 한 달이 끝나고 나오는 잡지, ‘월간 월간’이다. 창원대 재학생, 졸업생들인 장건율(23), 송송이(23), 조현승(26), 장참미(27·편집장) 4명이 만들고 있다. 학내 콘테스트에서 수상하면서 기획한 것으로 20대들이 만드는 젊은 잡지다. ‘인간’, ‘사랑’, ‘후회’ 등을 주제로 잡지를 매달 냈고, 5월호는 냄새를 주제로, 6월호는 ‘새벽’을 주제로 콘텐츠를 받고 있다.

    이 잡지는 전문 필진이나 고정 에디터가 정해져서 게시물을 쓰는 잡지가 아니다. 누구나 참여자가 될 수 있고, 이 참여자가 꾸려나간다.

    “참여자가 없으면 잡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참여자 확보에 노력을 기울였어요. 대학생들이라 돈도 없고, 홍보가 안 되니까 지인부터 영입하고, 주변에 알릴 수 있는 통로는 다 활용했죠”

    콘텐츠가 사진, 그림 등 다양해 컬러로 인쇄할 수밖에 없어 단가도 높았다. 경남에는 독립서점도 거의 전무해 독립서점에 일일이 전화해 입고가능 여부를 물었다. 창원 가로수길 ‘카페 비바’, 김해 카페 ‘데스파시오’ 등지에 비치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러 발로 뛰었다.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지역 프리마켓에도 부스로 참가해 잡지를 홍보했다. 월간 제작자들은 잡지 제작이 어렵지만 이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달마다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아무런 제약 없이 실어준다는 점, 내용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참여자들의 감정을 공유한다는 형식을 갖고 있어 잡지이면서도 새로운 형태로 보이는 것 같아요. 또 우리 잡지가 독립출판물과 관련된 문화를 소개하고, 좀 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구독·구입·참여 문의 monthhuman@naver.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month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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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내 것으로 만들기(위쪽)’를 펴낸 이승훈씨가 15일 오후 창원시 가로수길에 있는 카페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블로그·인스타그램에 올린 제 글을 모아 만든 에세이입니다.
    독자들의 공감을 받을 때 새 영감을 얻고 살아있음을 느끼죠.

    ▲자신의 글쓰기가 가장 의미있는 책이다 ‘내 것으로 만들기’

    ‘내 것으로 만들기’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창원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승훈(26) 씨가 지난해 연말 펴냈다. 그는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 없지만 글을 쓰고 싶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사진 기반의 SNS)에 썼던 것들을 모아 펴낸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 나올 또 한 권의 책 ‘시옷 리을’도 인생에서 중요했던 사랑의 과정, 사랑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한 기록들을 모은 것이다.

    “가끔 무언가 깨달을 때가 있는데 이 깨달음이 쌓이는 느낌이 들지 않고, 하루 철들고 지나가버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11년 말부터 적어나가면서 삶을 조금씩 바꿔보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은 거죠. 그 내용이랑 예전에 막연히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맞물려 책을 낼 수도 있겠다고 가늠했어요. 책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적은 건 아니에요. ”

    출판물에 들어갈 사진을 찍거나 편집하는 일을 하는 만큼, 사진촬영과 편집까지 그가 했다. 표지 맨 윗줄에 나이를 넣고 펜 로고와 자신의 사진을 넣은 판형 자체가 무수히 고민한 결과였고, 비용과 느낌을 고려해 흑백으로 처리했다.

    “글을 썼을 때의 다짐하는 마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라지게 되는데 책에는 그대로 남아 있지요. 또 제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그때의 저를 만나는 거고, 그걸 보고선 또 읽은 감상을 남겨주신다거나, 공감했다는 글을 받고, 독자의 느낌까지 덧붙여져서 제게 돌아오면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해요. 그 때 정말 짜릿하고, 살아있는 걸 느껴요.”

    그는 책과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이 하면서 동시에 책을 홍보하기 위해 SNS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가 그린 그림들과 사진, 글을 올리는 그의 인스타그램 구독자는 4300명이 넘는다. 책 주문도 인스타그램으로 들어온 경우가 많다. 일일이 짧은 글과 서명을 해서 보냈다. 독립출판물을 위탁판매해주는 독립서점, 독자들과의 교류를 위해서도 이런 활동은 필수다.

    “지금은 자신이 만든 내용물이 어떻게 보이는가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모아놓았을 때 어떤 느낌일지도 생각해요. 이 책들이 저를 설명할 수 있는 시리즈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 디자인도 계속 갖고 갈 거고요. 이렇게 제 책이 모이면 나중에 제가 말하거나, 저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단단한 창고’가 돼 주지 않을까요?.” 문의 블로그:http://blog.naver.com/leesufa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leesu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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