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개- 김용화
- 기사입력 : 2015-06-18 07:00:00
- Tweet
이삿짐이 떠나고
강아지 한 마리
버려진 가구 곁에
오도마니
앉아 있었다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앉아 있었다
발자국 소리
날 때마다
번쩍,
머리를 쳐들었다
눈이 오고 있었다
☞ 가구를 버리듯이 강아지를 버린 사람과, 주인의 체취가 밴 가구를 지키며 철석같이 주인이 돌아올 것을 믿는 개. 사람답다는 말은 무엇일까요? 시 속의 두 대상 중 어떤 대상이 더 ‘사람’다운 것일까요? 시인은 제목을 통해 그것을 묻고 있습니다. 누가 ‘개’이고 누가 ‘사람’인가? 굳이 동물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시인의 이 질문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길들인 것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은 비단 애완동물에 국한된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자신 버리는 짓을 해 보지 않은 이. 그래서 까마득히 버려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 그런 ‘버려진 이’의 하염없는 기다림에 대해 당신은 온전히 무죄(無罪)입니까? 조예린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