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5일 (목)
전체메뉴

[기자수첩] 참전용사의 쓸쓸한 뒷모습- 김언진 기자

그들이 '전선야곡'에 눈물을 흘린 이유

  • 기사입력 : 2015-06-18 22:00:00
  •   
  • 메인이미지

    구부정한 백발의 노인들. 누구라 할 것 없이 다함께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가운데’

    18일 조국을 위해 청춘과 귀중한 목숨을 바친 국가보훈가족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열린 행사장의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한 듯하면서도 경건했다.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조차 쉽지 않은 나이었지만, 떨리는 손으로 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에는 사뭇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군악대의 연주를 듣는 그들의 머릿속엔 한국전쟁이나 월남전 당시 살을 부대끼며 함께했던 전우와 전쟁터의 참혹함,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염려, 고단하고 외로운 삶이 한 편의 오래된 영화의 필름처럼 스쳐지나갔으리라.

    흔히 ‘순국 선열의 희생으로 후손들이 오늘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말하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들의 희생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달이다. 이날 식장에서도 같은 내용의 발언이 어김없이 쏟아졌지만 모든 말들이 과연 진심이고 그대로 이행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6.25전쟁 참전용사라는 한 노인은 “매년 행사장을 찾고 있지만 올해는 어째 썰렁한 기분이다. 메르스 때문인지 지자체나 기관·단체장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꼭 이 자리에 와야 보훈가족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하는 것이라 할 순 없지만 ‘몸 가는데 마음 가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해마다 관심이 식어가는 행사로 인해 자칫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보훈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민족애나 애국심을 가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는 것이다.

    “대단한 예우를 해달라는 것도, 융숭한 대접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일 년에 단 한 번만이라도 기억해 달라는 것뿐이다”며 불편한 몸을 일으켜 식장을 빠져나가는 그를 바라보며 괜히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김언진 기자 (사회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언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