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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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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싶어요- 최환호(경남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 2015-06-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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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귀스트 로댕의 대리석 작품 가운데 진수인 ‘신의 손’과 ‘악마의 손’을 보고 있노라면 신의 영성과 악마의 유혹 등 지난한 삶의 여정과 생사의 기로까지 보일 듯하다.

    대저 ‘신의 손’이 될지 ‘악마의 손’이 될지의 관건은 손 관리 여하에 달렸다. ‘손이 세균을 전염시키는 고속도로’라고 런던 의학대학, 위생학자 발 커티스가 말했다. 영국의 통근자 25% 이상의 손에서 배설물에 섞여 있는 화장실 세균이 검출됐다. 발견된 화장실 세균 중에는 장염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도 포함돼 있다. 영국의 경우 매년 최대 100만명이 노로바이러스 관련 질환을 앓는다.

    손을 씻지 않고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과 악수했을 때 당신 입 안에서 그의 배설물 균이 검출될 확률은 얼마일까? 대중의학계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프레데릭 살드만의 조사는 충격, 그 자체이니 놀라지 마시라. 그 사람의 대변에 있던 균이 2시간 내에 자신의 입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39%라는 거다. 왜 2시간이냐고? 그동안 입에 손을 몇 번 갖다 댔기 때문이다.

    퀴즈 하나. 인체부위 중 가장 더러운 곳은? 의사들 말로는 항문이 아니라 입이라 한다. 입 속에 수백만의 세균이 득실댄다는 거다. 그 입으로 음식을 먹고 사랑하는 이와 키스를 하고, 그 손으로 악수를 하고 어린애를 만지고 안아주기까지….

    건강한 사람의 두 손바닥에는 평균 12만 마리의 세균이 꿈틀거린다. 식중독, 세균성 이질, A형 간염은 손에 묻은 균이 입으로 들어가 발생한다. 신종플루나 메르스도 재채기나 기침을 통해 전파되지만, 사실은 기침할 때 코와 입을 막은 손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더 많다.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2012년 3월부터 올해 6월 중순까지 전 세계 환자 가운데 성인 환자는 98%를 차지하나, 10대 이하 환자는 2%에 불과하다. 2%가 불안하다면 더 낮출 방법도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손 씻기만 잘 하게 해도 메르스 바이러스를 감싸고 있는 외피를 깨뜨려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남을 향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손수건이나 팔등으로 반드시 가려야 한다는 것도.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재채기나 기침을 한 뒤 손을 씻는 경우가 미국은 30%가 넘지만 우리는 10%에 그친다고 한다. 그래서 ‘손 안 씻는 한국인’이라는 말을 듣더니, 급기야 메르스 비상사태를 맞아 우리의 시민의식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모자란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중세시대 전 세계를 휩쓴 흑사병은 사망자가 4200만명(유럽 인구의 3분의 1)에 달했는데 유독 유대인들만 피해갔다. 그 원인은 ‘탈무드’에 청결을 강조하는 유대교의 전통 덕분이었다. 손 씻는 것을 신과 만나는 신성한 행위로 여겨 삼가 지켰다.

    손만 제대로 씻어도 70%의 세균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손등과 손바닥, 손가락을 비누나 세정제로 빠짐없이 씻어야 한다. “하루 8차례, 한 차례에 30초 이상 손을 씻자”는 ‘1830 운동’은 국제회의에서 의제로 채택될 만큼 비중 있게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손을 말리지 않으면 헛수고다. 젖은 손은 마른 손보다 500배 많은 세균을 옮긴다.

    게다가 손 씻기만으로도 심기일전할 수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손을 씻으면 자신의 과거 행동이나 결정에서 벗어나 마음가짐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의 심신건강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국민과 인류를 위해, 신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손을 잘 씻자. 이제 비틀스의 노래 가사를 바꿔야 한다.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가 아니라, ‘나는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싶어요∼’라고.

    최환호 (경남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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