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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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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의사선생님, 알고보니 영화배우?

4차례 영화·드라마 출연, 마산 정안과 정기용 원장
새로운 삶 살아보고 싶어서
2009년부터 연기 시작했죠

  • 기사입력 : 2015-06-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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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용씨의 본래 모습. 그는 1992년부터 마산 정안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다.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극비수사’(감독 곽경택, 주연 김윤식 유해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정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1978년 부산에서 실제 일어난 초등학생 유괴사건을 다뤘다.

    이 영화 초반부에는 창원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배우가 등장한다.

    유괴범의 차량을 목격한 꼬마에게 최면을 걸어 자동차 번호를 기억해 내게 하는 장면. 약 30~40초 분량의 짧은 신이지만, 이 장면은 국내 최초로 경찰 수사에 최면이 도입되는 중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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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친구’ 장학사 역

    실제 사건이 일어난 1978년 가을, 부산 경찰은 대한최면심리학회장 유한평 박사를 부산으로 초빙했다. 유 박사는 10여 명의 아이들에게 최면을 걸어 차 번호 앞 3자리를 정확하게 알아냈고, 경찰은 이를 수사에 십분 활용했다.

    이 장면에서 최면술사 유한평 박사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은 정기용.

    실제 최면술사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이 배우의 진짜 직업은 따로 있다. 바로 안과전문의. 그는 1992년부터 마산 합성동에서 ‘정안과’를 운영하는 의사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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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운오리 새끼’ 육군준장 역

    ‘의사가 웬 연기냐’고 하겠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는 전혀 짧지 않다. 2009년 MBC 드라마 ‘친구’에서 미술교사 출신 ‘장학사’ 역을 시작으로, 2012년 영화 ‘미운오리 새끼’에서는 육군준장 ‘헌병감’으로, 2013년 영화 ‘친구2’에서는 사채업체 사장 ‘요트느끼남’으로 분했다.

    그가 연기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건 의외로 단순한 이유였다. “20년 이상 같은 공간에서 쉬지 않고 환자를 돌보다 보면 심신이 지치고,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다른 삶을 알아볼 방법이 바로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2008년, 그는 우연히 접한 드라마 ‘친구’의 배역 오디션 소식에 직접 외주제작사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곽경택 감독에 의해 발탁돼 이후 곽 감독의 영화에 주기적으로 출연하며 그가 꿈꾸던 ‘전혀 다른 삶’을 살아봤다.

    그 흔한 연극반 활동도 해본 적 없는 정 씨. 그러나 그가 연기에 두고 있는 심정적 비중은 본업인 의사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3시간에 걸쳐 촬영된 영화 ‘극비수사’ 신을 위해 극단 ‘마산’ 최성봉 연출가를 찾아가 발성법을 배우고, 주말마다 서울의 한 최면연구소를 찾아 배역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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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친구2’ 사채업체 사장 역

    “자, 은주랑 니가 처음 보는 아저씨가 부탁해서 차 트렁크를 닫아준다, 그쟈? 근데 번호판에 숫자가 보이네. 그 숫자가 무슨 자지? 또, 또 안 보이나?” 이 몇 마디가 해당 신에서 그가 한 대사의 전부다.

    “몇 번 영화에 출연하면서 영화계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됐죠. 대사 한마디 하는 배역 따기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깨달음이 제 일을 더욱 사랑하게 하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줍니다. 감사한 일이죠.” ‘극비수사’가 메르스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영화시장에서 150만 관중이라는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그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와 문자를 받고 있다.

    병원 운영을 하면서 틈틈이 연기공부를 하고 있는 정 씨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본격적으로 투잡을 뛰어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프로로 거듭나기 위해 공부 중입니다. 레드카펫은 못 밟겠지만, 언젠가 칸느 행 비행기를 타고 영화제로 날아가 보고 싶네요!”

    글·사진=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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