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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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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유천업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장

평생 모은 유물 공유할 수 있어 꿈만 같죠
해양유물·근대사 자료 250만점 수집

  • 기사입력 : 2015-06-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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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업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장
    “30대 호텔 지배인 시절부터 하나둘씩 수집하기 시작한 소장품들이 어느새 250만 점에 이르러 더 이상 보관장소를 찾기가 어려워요.”

    거제를 찾는 전국 관광객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바람의 언덕’ 초입에 위치한 해금강테마박물관은 중세유럽역사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수집광’으로 불렸던 유천업(61) 관장의 외골스런 집념이 11년 전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금의 ‘해금강테마박물관’이란 사립박물관을 탄생시켜 한 해 25만여명이 관람하고 있다.

    ◇해양유물 수집

    그가 처음 유물이라는 걸 손에 쥐게 된 계기는 호텔 지배인으로 근무하면서다.

    호텔이다 보니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근무기간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한 직원이 자신이 갖고 있던 모형 범선 한 척을 선물해 주었다.

    “그때 ‘범선’이라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정말 멋지더군요. 그래서 하나둘 선물을 받기도 하고 수집을 하다 보니 어느새 10척이 넘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특별히 수집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저 멋져 보였던 거죠. 그러던 중 지난 2001년 모형 범선 전시회를 갖자는 제안이 들어와 몇 척의 범선을 구입한 뒤 처음 전시회를 연 것이 예상 밖의 성황을 이루었죠.”

    세계 해양지도, 선박 장비, 잠수 장비, 범선 등 해양 유물을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세계 해양유물들을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발품도 팔고 외국에 문의도 하면서 모은 결과, 지금은 국내 누구보다 해양자료가 많은 250만 점을 소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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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업 관장이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에 위치한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해금강테마박물관.
    ◇근대사 자료 수집

    “해양 자료를 수집하던 중 오래되고 낡았다는 이유로 버리는 물건을 우연찮게 보게 됐습니다. 이러한 물건들도 추억이 서려있을 텐데 그냥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우리나라 근대사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지는 과자봉투부터 흑백TV, 우체통, 교과서, 포스터 등 근대사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누군가에게는 버려질 물건으로 보일지는 모르나 그에게는 너무나 값진 물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같은 열정으로 주변에서 한때 호텔 지배인이 아닌 고물상 주인으로 불렸을 정도다.

    ◇보관장소 고민

    “유물과 자료를 닥치는 대로 모으다 보니 집에 보관할 장소가 없게 됐습니다. 가족들의 불평이 극에 달해 집 주변의 창고 3동을 빌렸으나, 부족해 10동까지 빌리게 됐죠.”

    2003년 쯤에는 가족들이 그의 수집증을 정신병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한 번은 경기도에 있는 유럽장식미술관이 경영난으로 인해 문을 닫게 돼 그곳에 있던 미술품들이 헐값에 팔려 하나둘씩 없어지는 안타까운 모습을 봤다. 그곳에 있던 유물들을 수집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살고 있던 집을 팔아 유럽장식미술관 유물을 구입했다.

    이렇게 많은 유물을 수집하고 모으는 일에 전념하다 보니 가족들과 떨어져 창고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지고 볼 면목이 없다는 생각에 호텔에서 사직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모은 유물을 보여주고 추억을 공유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박물관 부지를 알아보기 위해 1년간 전국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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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 범선들이 있는 2층 전시관(위)과 1층 기획전시관서 지난 5월까지 열린 유럽미술장식품전.

    ◇박물관 개관

    “2004년 처음 거제를 방문해 지금의 장소를 보게 됐습니다. 일출이 유난히 아름답다는 신선대 인근에 위치한 폐교인 해금강분교를 보고 바로 이곳이다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경치 하나 보고 택한 것 같습니다.”

    폐교에 박물관을 짓기 위해 도장포마을 주민들 동의가 필요해 한 사람씩 만나 뜻을 전하고 동의를 받아냈다. 폐교 건물을 박물관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직접 하고 1년 뒤 2005년 4월에 드디어 해금강테마박물관을 개관했다.

    “그때의 심정은 말할 수 없이 기뻤으며, 평생 모은 유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꿈만 같았죠. 그렇게 보낸 세월이 어느새 훌쩍 10년이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매년 25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꽤 알려진 박물관이지만, 그와 11명의 직원들은 모든 시간과 노력을 박물관에 쏟아부었다. 매년 기획전 연간 10회, 유경갤러리 전시 50회, 야외 전시, 공연 등 웬만한 사립박물관에선 엄두도 못낼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그 결과 2011년에는 ‘올해의 큐레이터상, 올해의 박물관인상, 박물관 유공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교육기부 우수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유 관장은 올해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한발 더 나가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10년여 동안 박물관 일을 하며 알게 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아 ‘(사)한국문화예술발전위원회’를 설립하고 사무총장을 맡는 등 20개 단체 이사 및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매주 3일은 전국 출장으로, 그를 만나기가 어렵다.

    유 관장은 “이제 남은 인생을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위해 바칠 것”이라며 “한국문화예술발전위원회와 함께 문화와 예술을 상품으로 만들어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 이회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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