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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같은 한일관계- 박중철(마산포럼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15-06-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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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 치고 겉 다르고 속 다르지 않은 과일이 없다. 그러나 토마토는 겉과 속이 같다. 신뢰의 과채류다. 국가 간의 외교 역시 이면에는 겉 다르고 속이 다른 소위 실리외교를 펼 수밖에 없다.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모처럼 한일관계가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자는 데 반해 일본은 미래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 아베 총리는 활발한 인적교류와 교역량의 급증, 월드컵 공동 개최 등 긍정적인 성과를 언급하며 지난 50년간의 우호적인 역사를 돌이켜보고 앞으로 양국 간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한일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데는 공감한다. 또 양국의 대화 통로가 열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뭐?’ 뭐가 달라질지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과거의 반성을 기조로 미래를 얘기해야 함에도 과거는 침묵하고 미래만 강조하는데 과연 맞장구를 쳐야 하는지 의문이다.

    일본과의 대화는 역사왜곡 문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역사왜곡의 큰 줄기를 자르지 않고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위안부 문제, 교과서 왜곡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일본은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역사 왜곡의 큰 줄기 아래 왜곡의 씨앗을 뿌려왔다. 교과서 지침서 운운하며 뿌렸던 씨앗들이 이제 엄연하게 그들의 교과서에 뿌리를 내렸다.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까지 그들의 아이들을 왜곡된 역사로 세뇌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며 양국 협력을 부르짖고 있다. 정작 자신들은 역사인식에 한 점 변함없는데 말이다. 행여 우리는 놓치는 게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화해 무드에 젖어 끌려가서는 지난날처럼 뒤통수를 맞게 된다.

    작금의 한일국교수교 50주년을 맞아 내뱉고 있는 말들이 어찌 그리도 지난 99년 2차 한일어업협정과 닮았는지 ‘대면공화(對面共話) 심격천산(心隔千山)’이다. ‘얼굴을 맞대고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도 마음은 천산을 사이에 두고 있다’는 명심보감의 구절처럼 말이다. 2차 한일어업협정 제15조에는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2차 한일어업협정은 한마디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둔 협정이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면서 말이다. 정부는 협정서 15조에서 보듯 어업 외의 사항에는 저촉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을 설득했다. 어업 외에는 독도는 여전히 우리 영토라는 것이다.

    일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본의 입장은 독도가 자기 영토라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협정서에서도 어업 외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독도 영유권에 대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단지 우리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가르는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인해, 부동산 용어로 표현하면 유산으로 물려받은 종중 토지에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저당권이 설정되는 날벼락을 맞았을 뿐이다.

    이제 아베 총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함께 열어요 새로운 미래를’이라는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의 슬로건이라면 ‘역사교과서의 재수정’ 같은 역사 왜곡의 큰 줄기부터 바로잡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언론은 당장 오는 8월의 종전 70주년 아베담화와 양국의 화해무드 이후 야스쿠니신사 참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인식의 변화에 아베 총리가 말한 신(信)을 대입하고픈 희망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신뢰가 우선이다. 겉 다르고 속다른 이를 경계함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며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이번만큼은 토마토와 같이 겉과 속이 같은 신뢰의 ‘열매’가 맺히길 기대해 본다.

    박중철 (마산포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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