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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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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소아장애 환자들 갈곳 없어 떠돈다

[기획] 턱없이 부족한 소아재활병원
(상) 도내 소아장애인 6000여명, 재활전문병원 2곳
소아재활 골든타임 ‘되도록 빨리’ 재활병원 대기시간 ‘빨라도 몇달’

  • 기사입력 : 2015-07-0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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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성마비, 자폐, 발달장애, 사고로 인한 뇌질환 등 소아장애의 유병률이 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발병률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장애증상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5~6세 이전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아야만 장애아동이 가진 장애가 고착화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소아재활’이 장애아가 평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치료행위라는 얘기다. 하지만 도내 소아장애아들의 재활치료의 길은 멀기만 하다.

    명확한 병명을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법을 알더라도 소아재활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실태와 방안을 (상)도내 소아장애인 6000여명, 재활전문병원 2곳 (하)낮은 의료수가, 부족한 인력, 차가운 시선을 통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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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소아재활치료 전문의료기관인 창원시 의창구 두대동 ‘행복한 아이들의원’에서 소아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전강용 기자/

    아들이 이상을 보인 건 첫돌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울고 보채는 모습이 평소와는 사뭇 달랐고, 왼쪽 팔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웠다. 엄마 미영(34·가명)씨만이 알아챌 수 있는 미세한 변화였다. 아들은 검사 결과 ‘뇌경색’을 진단받았고, 곧바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왼쪽 전신에 편마비가 왔다. 평생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재활치료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미영씨는 창원의 한 재활전문병원을 추천받았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성인을 대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었고, 그곳에선 어린 아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후 도내 대형병원 서너 곳에서 소아재활치료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아들이 당장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이미 수십명의 대기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다른 방법을 찾던 중 소아재활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 두 곳을 알게 됐다.

    미영씨는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 있는 ‘행복한병원(현 행복한요양병원)’에 갔다. 외진 곳에 있어 사람이 덜 몰릴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곳에도 이미 십수명의 대기자들이 있었고, 몇 달을 기다린 끝에 겨우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나마 미영씨의 경우는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둔 부모들 중 제법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말 기준 경남지역의 19세 미만 소아 장애인은 모두 5849명. 이들 거의 대부분이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장애등급판정을 아직 받지 않은 아동 등을 포함하면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소아재활치료 전문 의료기관은 창원시 성산구 신촌동 ‘홍익재활병원’과 의창구 두대동 ‘행복한 아이들의원’뿐이다. 일부 대형병원이나 재활병원 등에서 소아재활치료를 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소아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말하는 적정 시기는 ‘되도록 빨리’를 의미한다.

    홍석하 행복한 아이들의원 원장은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은 예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중증도가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며 “특히 초기 영유아 시기에는 뇌발달에 있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 다양하고 적절한 감각·운동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는 부모들은 여러 가지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당장 치료를 받을 수만 있다면 서울과 부산 등 다른 지역의 병원으로 장거리 치료를 마다하지 않고, 소아재활병동의 빡빡한 예약시간표에 갑작스런 공백이 생기길 기다렸다가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메뚜기족’이 된다.

    미영씨 역시 아들이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상황을 겪었다. 모든 생활의 중심이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재활치료에 귀결되면서 직장도 그만두고 ‘5분 대기조’가 됐다. 이마저도 어려운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설 치료기관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사설 치료기관은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의료보험 제도권 밖에 존재한다. 즉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비싼 치료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 가족들의 몫이다. 병원 선택의 폭이 좁다 보니 치료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미영씨는 “소아재활은 사각지대 중에서도 더 심각한 사각지대라 생각된다”며 “하염없이 병원 대기 순번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부모들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언진 기자 hop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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